-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축산인들은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무시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그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딱히 “이것이다”고 설명하지 못한다. 자신이 없다고 할까? 아니면 너무 작의적이라고 할까?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을 축산 외의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축산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더 고민해야 한다. 축산업의 환경 개선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막연한 캠페인으로 ‘일반인들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해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7.17 11:26
-
지난달 경기 안산시 한 유치원에서 11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렸다. 이 중 60명은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16명이 대장균 독소에 적혈구가 파괴돼 신장 조직이 망가지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4명이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보고 한 음식칼럼니스트는 한 일간지의 칼럼에서 그 중심에 소고기가 있다면서 ‘문제는 소고기’라고 지적했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지난 2016년 9월 한 맛 칼럼니스트의 칼럼이 떠오르는 것은 왤까? 음식이든 맛이든 먹거리를 다루는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7.10 13:21
-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업’ 바람이 불었다. 농업 분야의 청년 취‧창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했다. 고령화돼 죽어가는 농촌에 젊은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와 더불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주축으로 농업 일자리 연계 단기 귀농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년‧귀촌인에 대한 취‧창업 역량 강화 지원도 확대했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정년퇴직을 하면 시골에서 가축이나 키우고 싶다던 퇴직자들이나 축산농가들이 잘살고 있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이 축산
가락골
축산경제신문
2020.07.03 09:30
-
지난 9일, 서울 동부권과 경기 포천, 양주, 의정부 그리고 충북 충주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 특히 올해 서울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사람과 가축들이 몸으로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시점이 왔다.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되는 재난 중 하나인 폭염에 대한 주의보는 하루 최고 기온이 33℃를 웃도는 상태가 2일 정도 지속될 것이 예상되면 기상청이 발령한다. 하루 최고 기온이 33℃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될 때는 폭염경보로 전환된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이전에는 7월에 들어서면서 장마와 몇 번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6.26 13:36
-
전체회의를 소집하거나 무슨 비상대책회의에서 CEO가 하는 말과 행위 중에 치명적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에게는 무심결에 하는 행위겠지만 듣는 직원들이 느끼는 심정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참담함’이다. 하나는 영업 능력을 따져가면서 “물건을 많이 팔면 팔수록 당신들이 가져가는 급여의 개선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며 “회사는 당신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을 바란다”고 한다. 항상 주인의식을 강조해 오던 CEO의 말은 물건 하나를 팔면 거기서 파생되는 이익의 얼마를 준다는 것인데, 말을 곱씹어보면 높은 월급을 받으려면 그만큼 많이 팔고,
가락골
축산경제신문
2020.06.12 13:14
-
오는 7월 1일 의무 시행되는 계란 이력제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못하겠다”는 소리가 대세다. 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는 지난 1일 “소비자의 알권리 어쩌구 하지만 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흰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면서 “이대로라면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정작 이력제 적용을 받는 계란유통인들의 이같은 반발은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지난 2018년 11월부터 이력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시범사업을 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전 축종 확산은 무리소고기에서부터 시작된 이력제는 축산물의 생산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6.05 11:22
-
며칠 전 장을 보러 집 앞에 있는 전통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명절도 아닌 데 사람들로 벅적대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마다 장바구니가 가득 넘칠 정도로 물건을 담아가는 모습이 마치 전쟁이라고 난 듯 했다. 얼굴엔 하나 가득 하나라도 더 사겠다는 듯 비장감이 넘쳐흐른다. 가게마다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재난 지원금 환영’ 푯말이 붙어 있다. 그제서야 “아 그렇게 말 많던 재난지원금이 지급됐구나”를 실감했다.얼핏 지금의 현상을 보면 ‘미쳤다’고 밖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마치 내일 세상이 망하기라도 하듯 사재기 열풍이다. ‘흥청망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5.29 11:36
-
“나는 대학에서 축산학과를 다니며 4년 동안 가축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사료 급이부터 농장의 경영‧회계까지 배웠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가 일군 농장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아세요?분뇨치우는 일부터 망가진 축사 땜질까지…매일 아버지로부터 지청구를 들으면서 막일로 하루를 보냅니다. 뭔가 아니다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건의라도 하면 즉시 돌아오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일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어린아이 대하듯 아예 무시당합니다. 대물림 자괴감 마저아무 것도 모르면서 그저 이론만 배워 말만 앞세운다는 것이지요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5.22 12:06
-
지난 11일 한돈협회를 중심으로 한돈농가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돈산업 사수‧생존권 쟁취’를 위한 무기한 1인 시위와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한돈농가들이 거리로 나와 생존권을 외친 그 시각,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잠잠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발 86명이라고 발표했다. 결국 예정됐던 등교 개학도 1주일 연기됐다. 의료진들의 피와 땀, 그리고 전국민들의 인내심으로 일궈낸 코로나19의 안정세는, 대구 신천지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전국 확산의 기로에 섰다. ‘생활 방역’으로의 전환점에서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거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5.15 10:53
-
“지금의 가정을 꾸리기까지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냈는지 니들은 모를 거야.” 이제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많지 않은 부모님이 자식을 앉혀놓고 진지하게 훈계를 한다. 하지만 술 한 잔만 걸치면 늦은 단잠을 깨우며 늘 하던 말이 아버지의 넋두리였다. 좋은 이야기도 자꾸 듣게 되면 듣기 싫은 법이다. “아이, 또 왜요?” 졸린 눈을 부비며 언제부턴가 대꾸는 퉁명스럽게 변했다. 아버지의 말을 빌리면,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해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고, 조금씩 모은 돈으로 닭을 키웠고, 돼지를 그리고 지금의 한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5.08 11:24
-
대로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길가에 차를 대놓고 젊은이와 어르신 사이에 고성이 오고가고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너는 에미 에비도 없냐?” “아니 제가 무슨 말을 했다고 이러십니까?” 전후 상황을 들어보니 가벼운 접촉사고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오고가는 말이 황당하다. 분명 나이 지긋한 분이 부주의로 앞차를 추돌해 차를 세우고 책임을 가리는 것이었는데, 돌연 책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니 젊은이의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게다가 구경꾼이 몰려드니 나이든 분의 목소리가 더 커졌고, 젊은이는 거의 따지지도 못하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5.01 11:08
-
이제 마무리다. 마침 4.15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각계의 분석에 따르면 진보 성향이 전체 국회의원의 5분의 3 이상을 차지해 개헌을 제외하고는 하고 싶은 어떤 일도 가능하게 됐다.보수가 폭삭 망했고, 그 결과 앞으로 진보가 정책의 전반을 주도하는 모양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일련의 분석을 보면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층의 관념이 아직도 20세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놀라울 따름이다. 도대체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나뉘어질까? 프랑스 대혁명 시절 왼쪽엔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싶어했던 공화파가, 오른쪽에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4.24 10:30
-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이 닥치면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수많은 사회의 난맥상들이 일시에 드러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당혹감에 사로잡혀 어찌할 바를 모른다.말로만 들어와서 남의 일인 양 무관심했던 그 지적들이 사실로 입증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나서야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꿈과 희망 잃은 세상지금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웃과의 격리를 통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아픔의 정도를 깨닫고, 그 때문에 각종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됐다.청소를 비롯 청결한 사회를 유지하는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4.17 11:29
-
‘코로나 사태’를 겪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악성 전염병은 이제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지역성이 아니라 범 세계적인 문제임을 확인시켜줬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모든 국가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알게 됐다.특히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 수준이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으며, 지금 우리 사회의 어느 부분이 크게 잘못 되어 있는지도 확연히 드러나 있는 상태다. 이제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사회를 고민하는 흐름도 서서히 수면 위로 부상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재난의 순기능’이기도 하다. 바이러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4.10 13:03
-
14세기 중반 더 플레이그(The Plague) 또는 더 페스트(The Pest)로 불리우는 ‘흑사병’이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전 유럽 인구의 3분의 1 내지는 4분의 1이 사망했다. 숫자로는 2500만에서 6000만 명에 이르는 데, 이 두 숫자는 한 시기만을 잘라서 계산된 것이 아니다. 그 이전과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발생해 많은 수의 유럽인이 사망했기 때문이다.우리는 역병이 발생하면 그로 인해 희생된 사망자의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실 역병은 발병과 소멸에 그치지 않고 어떤 의미에선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걸쳐 큰 생채기를 남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4.03 10:01
-
“여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이 20%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내가 느닷없이 묻는다.” … “평소 1차 산업 쪽엔 관심도 없던 사람의 입에서 식량자급률 이야기가 나오자 수저를 놓고 멀뚱히 쳐다봤다.“우리도 잘못하면 굶어죽는 경우가 생긴다네.” “누가 그래?” “응, 유튜브에서…” 평상시 유튜브를 좋아해서 항상 나에게 지청구를 듣던 그녀가 그날따라 달리 보였다. 그래서 웃으며 한 마디 더 던졌다. “식량자급률이라기 보다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이 그렇다는 말이지. 오호, 유튜브 나쁘다고 할 게 아니네.” 최근 농축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3.27 13:00
-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이 혼돈스러운 상황이, 축산인들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지 않은 것은 왤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이 바이러스 질병이 모든 경제 활동을 중지시키고, 이동통제를 위해 지역을 봉쇄하고 국경을 닫고,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 잇따라 경제 사업장이 도산하고 아사상태로 내몰리고, 각 개인들은 생업을 잃고 망연자실해 하는….축산인들에겐 거의 매년 겪었던 그 상황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축산인들 외에는 그 누구도 그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에 대해 체험하지 못했다. 그들이 소수여서였거나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3.20 13:36
-
사람이 극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그 사람의 본래 성격이 나온다. 평소에는 점잖던 사람도 험하게 변하기도 하고, 느긋했던 사람도 어쩔 줄 몰라 허둥대기도 한다. 반대로 매사 허둥대던 사람이 의외로 침착성을 보인다. 극한 상황은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감싸던 외피를 벗어던지게 하기 때문이다.사람과 마찬가지로 가정도 그렇다. 무슨 일이든 잘되는 가정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가정은 항상 걱정과 갈등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런데 잘되서 웃음꽃이 피는 것인지, 일이 잘 안 풀려서 갈등 속에 있는 것인지 ‘원인’을 알려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3.13 13:29
-
“아버지, 지금 영국 보건국 국제보건부 내에 코로나팀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 팀의 가입 의향을 물어 와서 물론 하겠다고 했어요.”영국 보건국(NHS)에서 근무하는 딸에게 전화가 왔다. “그곳에서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나 따돌림은 없느냐?”는 질문에, 딸은 버밍햄 쪽에서 백인들에게 중국인이 구타당한 적은 있지만 한국인에게 부정적이지 않다고 대답했다.뜻밖에도 오히려 한국의 코로나19에 대한 대처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영국뿐만 아니라 대체로 외국에서의 반응은 대부분 ‘투명’하고 ‘발 빠르고’, ‘기술력이 뛰어나
가락골
권민 기자
2020.03.06 10:06
-
“무허가 축사 적법화로 축산 농가들이 큰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정부가 잇따라 퇴비부숙도 검사 의무화라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은 것 자체가 축산농가를 얼마나 우습게 봤느냐는 걸 의미하지 않느냐?”최근 지방에서 만난 축산농가와의 식사자리에서 받은 질문이다. 아니 질문이라기보다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날 그가 하고자 했던 요지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일을 당하면서도 울분 이외에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 관한 것이었다.그는 2000년 협동조합 통폐합을 정점으로 자신의 생업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가락골
축산경제신문
2020.02.28 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