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축산인들은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무시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익적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그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딱히 “이것이다”고 설명하지 못한다. 
자신이 없다고 할까? 아니면 너무 작의적이라고 할까?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을 축산 외의 사람들에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축산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더 고민해야 한다. 
축산업의 환경 개선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막연한 캠페인으로 ‘일반인들의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자’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이해하기 쉽도록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오히려 거부감 불러


농업의 다원적‧공익적 기능에 대해서는 이해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교육을 통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만 빠져나가면 늘 피부에 와 닿기에 그렇다. 
쉽게 말해 농업은 식량을 생산하는 식량공급 기능과 함께 환경보전, 농촌사회 유지,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보전, 생물 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등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국가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해도 거부감이나 비호감으로 오지 않는다. 오히려 긍정적 반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축산업의 공익적 가치를 따지고 들면 ‘동물복지’로 철저하게 무장하고 있는 국민들로부터 이해받기 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대부분의 축산인들조차 축산업을 공익적 가치보다 하나의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여기에는 축산업이 생명산업이지만 인간의 건강을 위해 가축을 도살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 근본에 깔려 있다. 자신은 고기를 좋아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은 싫다는 즉 축산물은 좋지만 축산업은 나쁘다는 소비자들의 이중성은, 아무리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라도 깨지지 않는다. 
때문에 “가축이 얼마나 인간에게 이로움을 주는지 아느냐”며 장기 이식 등 의학과 약학용 소재로 부각되는 예를 들어도, 단순히 육류 생산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고부가가치 생명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해도, 그것은 축산업만의 발전이지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설명이 아니다. 
우리는 최근 들어 실험실에서 인간의 생명 연장과 더 건강한 삶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죽어가는 동물들을 너무 많이 보아왔기에 어떤 설명으로도 인간의 ‘역겨움’과 ‘잔인함’을 누그러뜨리지 못한다. 
축산업의 생산액이 20조에 달하고 전체 농업생산액의 40%를 웃돌며, 농촌경제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성장산업으로 발전해 왔으니 나라 전체의 경제에 이바지한 만큼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지금 축산업은 지독한 홀대를 경험하고 있다. 
진화인류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인류가 현대인으로 진화할 때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육류’다. 300만년 전 선사시대 아프리카 열대림에 살던 작은 체구의 선조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작은 체구 때문에 눈에 잘 보이는 과일과 잎사귀, 유충, 곤충을 주식으로 먹는 초식위주의 전략이 생존 전반에 스며 있었다. 

 

현실은 몰이해 팽배

 

여기서 좀더 발전한 호모 엘렉투스는 석기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다른 육식 동물이 남기고 간 시체의 다리뼈나 두개골을 쪼개 열량이 높고 영양이 풍부한 골수와 두뇌를 얻었다. 이 때문에 체구도 커지고 직립에 가까워지고 설치류나 때로는 작은 사슴까지 사냥했다. 
이들은 근육이나 지방 및 뇌와 내장 기관처럼 연한 조직인 동물성 음식으로 전체 열량의 65%까지 채웠다. 식물보다 단위당 열량이 높아서 한 입당 에너지 발산도 더 높았다. 또 동물성 음식은 소화도 쉬워서 열량을 끌어내는 속도가 빨랐다. 
대체로 고기는 열량이 높은 만큼 에너지도 많이 발산해 사냥, 싸움, 영역보호는 물론 짝짓기 때도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고기는 듬직한 식량이어서, 초식에서 육식으로 식단이 바뀌면서 선사 시대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유럽은 겨울이 춥고 1년 내내 먹을 만한 식물이 부족해 초식성 식단 유지가 불가능한 지역이었지만 고기 덕분에 이 문제가 해결됐다. 
하지만 고기가 인류의 진화에 진짜 중요했던 이유는 그 안에 열량의 양이 아니라 새롭게 얻은 질 때문이었다. 동물과 인간은 아미노산 조직 중 16개가 동일해서(반면에 식물은 대체로 8개만 같다고 한다) 동물성은 인간과 쉽게 동화된다. 즉 고기가 고기에게 이상적인 재료인 셈이다. 보디빌더들이 고기를 많이 먹는 이유란다. 
이런 이유로 동물성 음식을 많이 먹는 선조일수록 체격도 커졌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1.2미터였다면, 호모 엘렉투스의 키는 1.8미터로 건장하고 훨씬 강해 육식동물을 피하거나 수렵하는 일에 능했다. 
육류 즉 고기가 인류의 신체적 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는 이후의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이러한 사실을 근거로 “봐라, 육류산업이 인류 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공을 세웠는지 똑똑히 보라”고 해본들, 고기를 생산하는 축산농가를 이해해줄 사람도 별로 없다. 
이런 주장은 이제 더 이상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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