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회의를 소집하거나 무슨 비상대책회의에서 CEO가 하는 말과 행위 중에 치명적인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에게는 무심결에 하는 행위겠지만 듣는 직원들이 느끼는 심정은 심하게 표현하자면 ‘참담함’이다. 
하나는 영업 능력을 따져가면서 “물건을 많이 팔면 팔수록 당신들이 가져가는 급여의 개선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며 “회사는 당신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것을 바란다”고 한다. 
항상 주인의식을 강조해 오던 CEO의 말은 물건 하나를 팔면 거기서 파생되는 이익의 얼마를 준다는 것인데, 말을 곱씹어보면 높은 월급을 받으려면 그만큼 많이 팔고, 그렇지 못하면 그에 따른 패널티도 주어진다는 채찍과 당근이다. 

 

성과주의 오류 심각


하지만 듣는 직원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직원을 생각해서 하는 말로 들리지 않는다. 회사의 일에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라면서 그 대가로 지불되는 급여는 ‘네 능력’대로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족처럼 일 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고, 돈이라는 외적 동기로 대체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돈을 바라고 하는 행위가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경영컨설턴트인 유정식 씨는 ‘착각하는 CEO’에서 성과주의가 어떤 치명적 오류를 범하는지 한 연구를 통해 설명한다. 
성과주의는 유명한 행동주의 심리학자 벌허스 스키너 교수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기대하는 행동을 보이면 즉시 보상하고 그렇지 못하면 보상을 끊어버리는 벌을 줌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드워드 데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퍼즐게임 실험으로 성과주의의 치명적 오류를 발견했다. 실험대상자를 두 부류로 나누고 퍼즐게임판과 주변에 뉴요커, 타임, 플레이보이 등의 잡지를 함께 놓아두었다. 
그리고 한 부류는 퍼즐게임을 마치면 소정의 돈을 주고, 한 부류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보상이 주어졌던 부류는 게임이 끝나고 바로 관심을 끊고 잡지를 집어든 반면 다른 부류는 게임이 끝나도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평소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던 학생들이 돈이라는 보상이 주어지자 어느새 그것에 길들여졌던 것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은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끌어내는 데 역부족인 데다 오히려 그것을 감소시켜 수동적으로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을 주면 사람들이 더 신바람 나게 일을 할 것이라는 발상은 너무 순진한 생각임이 데시의 실험에서 증명됐다. 
이런 성과주의의 오류는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인 바스 카스트가 그의 저서 ‘선택의 조건’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아주 간단하게 안경 쓴 사람이 추운 밖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왔을 때 안경에 서린 김으로 설명한다. 처음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 때문에 안경이 김이 서리지만 차츰 서려있는 김이 없어지면서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처럼 성과에 따른 보상은 처음에는 강렬한 동기를 이끌어내지만 점차 그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회의에서 흔히 하게 되는 CEO의 또 하나 오류는 모든 성적을 수치로 판단하는 ‘계량화’다. 비상대책회의를 하면서 지난 회기의 목표와 이번 회기의 목표를 수치로 계산한다. 수치로 계산하는 이유는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의 순수익이 10억이었는데 올해 예상 목표치가 9억이라면 왜 1억이 모자라느냐고 지적하기는 아주 쉽다. 그 1억 이상을 채우기 위해서는 교육 지원사업과 같은 수익보다는 공익적 측면이 강한 부서에 지출되는 비용을 줄이게 된다. 
이 부서에서 조금씩 갹출하는 형태로 숫자를 맞추는 일은 경영이 아니라 수학이다. 그리고 그런 수학적 경영은 기업이 지금 상태로의 유지나 퇴보할 뿐이지 미래를 기약할 수 없게 한다. 기업은 자전거와 같다.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직원 심리 파악부터

   
여러 기업들이 환경의 갑작스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것을 요구 받을 때면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지만, 결국 기존의 것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만다. 기존의 제품, 기존의 방식, 그리고 기존의 구조 속에서 허용되던 기득권을 밑바닥부터 파괴하고 혁신하는 변화가 절실한 시점에도 긴급대책 전략은 형상을 열심히 유지할 것임을 목표로 할 뿐이다. 
기껏 하는 것이라고 전 직원을 좀더 일찍 출근시키고 더 열심히 영업하며 시장조사를 더 자주 실시하겠다는 소위 ‘허리띠 졸라매기’식의 대책뿐이다. 이것이 어떻게 특별한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기존이 틀에 머무르고 마는 걸까? 스콧 아이델만과 동료 연구자들은 실험을 통해 그 원인을 밝혀냈다. 
결론은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간적 압박과 인지적 부담은 사람들로 하여금 덜 생각하도록 만들고 그렇게 충분하지 않은 생각은 보수주의적 성향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혁신적인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섣불리 돈이라는 보상을 내세우는 것은 내적 동기를, 외적 동기로 전환시켜 오히려 목표와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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