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돌보미’사업의 의미
‘한우 돌보미’사업의 의미
  • 축산경제신문
  • 승인 2020.07.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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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업’ 바람이 불었다. 농업 분야의 청년 취‧창업을 적극 지원한다고 했다. 고령화돼 죽어가는 농촌에 젊은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와 더불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주축으로 농업 일자리 연계 단기 귀농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청년‧귀촌인에 대한 취‧창업 역량 강화 지원도 확대했다.  

 

순수한 의도로 시작


정년퇴직을 하면 시골에서 가축이나 키우고 싶다던 퇴직자들이나 축산농가들이 잘살고 있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이 축산업 신규진입을 위해 교육장을 기웃거렸다가, 축산업을 시작하기 위한 초기 자본이 예상치 못하게 높다는 것에 놀라 혀를 찼다.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업이라는 슬로건은 누가 만들었는지 참 좋은 말이다. 폐업한 농가들의 축사를 축사은행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멋진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축산업은 절반 정도만이 후계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도 ‘대물림’일 뿐이지 신규 진입은 아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절반 가량의 고령농가들은 이제 축산을 접어야 할 때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2015년 당시 전남도 저 끝자락의 한 조합에서 ‘한우 돌보미’라는 이름의 사업을 벌였다. 무슨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업이라는 타이틀도 아니고 막 당선된 초선 조합장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방향과 맞아떨어진 이 사업은, 전국의 축협 조합들이 벤치마킹하는 등 ‘유명세’을 탔다. 이 조합 저 조합들이 다투어 한우 돌보미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나는 동안 대부분 조합이 농식품부의 권고로 사업을 포기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시작한 목포무안신안축협은 올해 3차 한우돌보미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1차에서 191명의 한우 382마리를 2017년 9월에 출하해 마리당 63만9000원의 투자수익을 냈다. 
이어 2017년 2차 사업은 176명이 참여해 2019년 11월 사업을 완료했다. 투자수익은 1차 때보다 높은 마리당 84만3000원이었다. 
목무신축협의 문만식 조합장이 한우 돌보미 사업을 추진한 것은 조합장 선거와는 아주 별개의 이유에서였다. 조합장이 되고 나서 고령화된 조합원들을 정리해야 하는 데 이들이 지속적으로 조합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까 하는 순수함에서다. 

 

현실적 문제 고민을


조합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던 이들이 단지 나이가 많아 축산업을 접었다고 모질게 정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합원의 자격이 아니더라도 소외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하지만 많은 조합들이 한우돌보미 사업을 조합장 선거에 이용하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농식품부에 투서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자 농식품부가 칼을 꺼내들었다. 
얼마 전 다시 찾은 목무신축협에서 문만식 조합장에게 한우돌보미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물었다. 그는 이 사업을 통해 축협 TMF사료 판매와 가축시장 그리고 공판장 출하물량 증가로 조합 경제사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가 이 사업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켰다. 바로 체험목장을 가능케 함으로써 도‧농 간의 상생과 농가 소득 증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1인당 투자를 한우 2마리에 한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한우돌보미 사업은 투자한 이들을 농촌의 현장으로 오게 하고, 그렇게 잦은 교류를 하게 되면 축산농가와 도시민들 사이의 상호 이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순수한 의미를 머리에 각인시키지 않고 불순한(?) 생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한 많은 조합들이나, 같은 마음으로 시작한 조합이나 대부분 사업을 접었다. 
농식품부는 조합원의 자격만 갖지 않는다면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합들이 접었다.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조합장 선거권 등 조합원 자격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우돌보미 사업 하나만 놓고 봐도 조합장 선거라는 고질적인 병폐와 조합원 이기주의가 보인다. 그리고 ‘젊은이가 찾아오는 축산업’이라는 정부의 정책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얼마나 날림인지도 보여 진다. 
고령화로 이탈하는 축산농가들을 대신할 젊은피의 수혈 방법과 농촌을 활성화시킬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얼마나 고심하고 있는지, 갈수록 줄어드는 조합원으로 인해 조합의 설립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하는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그저 문제가 불거져 복잡해지고 머리가 아파지면 “하지 마라”는 단순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정책을 실행하는 당국자가 할 일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큰 틀을 흔들지 않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것이 할 일이다.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의 저자 정병석 전노동부 차관은 조선시대에도 발전할 수 있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있었지만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슬로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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