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안산시 한 유치원에서 110여명의 유치원생들이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렸다. 이 중 60명은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중 16명이 대장균 독소에 적혈구가 파괴돼 신장 조직이 망가지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4명이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보고 한 음식칼럼니스트는 한 일간지의 칼럼에서 그 중심에 소고기가 있다면서 ‘문제는 소고기’라고 지적했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지난 2016년 9월 한 맛 칼럼니스트의 칼럼이 떠오르는 것은 왤까? 음식이든 맛이든 먹거리를 다루는 칼럼니스트는 왜 고기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지식인 처럼 보일까?


음식과 맛에 대한 평가는 다분히 주관적이다. 음식을 차리는 과정이나 단계별 안전성에 관한 것이라면 일반인들도 수긍할 수 있지만, 맛을 가지고 어느 것이 낫다고 하는 것은 사람마다 입맛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무식의 소치다.  
그들은 유행을 따른다. 그리고 비판을 앞세우는 데, 비판을 앞세우는 이유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해설보다 비판적인 해설을 더 지적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적 태도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기를 얻는다. 
2016년의 그 맛 칼럼니스트는 “‘햄버거병’은 비과학적이므로 ‘소고기병’이 더 어울린다”고 주장해 파문의 한 가운데 섰다. 
그가 인간 중심주의, 동물 학대, 노동착취, 환경과 생명을 외면하고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사고 등 현대의 식품공급시스템의 문제점을 제기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거의 모든 음식이 패스트푸드이기 때문에 불고기병, 소갈비병, 꽃등심병, 곱창병, 곰탕병, 수육병, 쇠머리국밥병, 육회병 등 소고기가 들어간 모든 음식의 병은 ‘소고기병’이라고 하자고 주장했다. 
의학전문가들은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원인균인 0157:H7균은 1982년 47살의 맥도널드 소비자를 감염시킨 시점부터 치명적인 형태로 발전했다고 한다. 이전에 식중독 균이 면역체계를 파괴해 심각한 질환을 일으키려면 박테리아수가 상당히 많아야 했지만 0157:H7균은 햄버거 패티 한 개에 든 50개 미만의 박테리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1992년 12월 시애틀의 한 의사는 피 섞인 설사를 하는 아이들 환자가 급증한 상황을 목격했다. 두 달만에 햄버거 체인 ‘잭 인 더 박스’에서 검출된  0157:H7균으로 600명 이상이 감염되고 4명이 사망하면서 식중독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커졌다. 
당시의 상황을 보면 피해자 대부분이 나이가 어렸고 피해 상황이 끔찍했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대부분 신장과 다른 장기가 영구 손상됐고, 아홉 살짜리 여자아이는 7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뇌졸중을 세 번 겪고, 발작은 만 번 이상 일으켰다. 
훗날 밝혀진 내부 문서에 따르면 잭 인 더 박스와 그 모회사인 푸드메이커는 직원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상습적으로 설익은 햄버거를 판매해 왔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패티를 오래 조리하면 질겨지기 때문이었다. 

 

선량한 이들만 피해


소고기가 문제라고 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아무 말도 못하는 소고기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현대인들의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문제의 본질을 찾아가려는 노력도 없고 현상적인 것에 쉽게 흥분하는 현대인들의 습성을 겨냥한 것은 아닐까?
햄버거의 고장인 미국은 과거에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소고기를 갈아서 만들었지만 이제는 다수의 공급업체에서 받은 고기 사체를 다듬은 뒤 커다란 덩어리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고기 조각은 계속 섞인다. 
한 가공업자가 다른 가공업자에게 고기 조각을 팔면, 이는 더 큰 조각과 뒤섞여 패티와 소스 그리고 여타 제품이 된다. 완제품에는 일반적으로 열 마리, 때로는 수백 마리에 해당하는 동물의 고기가 담긴다.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연구자들이 DNA를 분석한 결과, 평균 110g짜리 버거 패티당 소 55마리의 조직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어떤 패티에는 천 마리가 넘는 동물의 조직이 담겨 있었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즐겨 먹는 햄버거다. 이번에 발생한 용혈성요독증후군 역시 제대로 익히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높다. 
그 안에 들어있는 소고기 패티가 무슨 문제란 말인지 궁금하다. 식품안전관리에 미숙한 종업원이 패티를 익히지 않고 조리해 내온 것을 두고 소고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은 무책임한 단언이다. 
몇 일전 대형마트의 식품매장에서 매일 실시하는 ‘마감 세일’에서 구매한 생닭이 유통기한이 남았는데도 썩은 냄새가 나고 색깔은 누렇게 변해 있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기사로 실렸다. ‘문제는 소고기’라는 칼럼이 실린 그 신문이었다. 
그 칼럼의 논리대로라면 부패한 생닭이 문제인가? 아니면 신선식품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부패한 생닭을 유통시킨 점원이 문제인가?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대책도 달라진다. 
나름대로 교감하는 독자와 팬이 있는 이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면 그 피해는 선량한 이들의 몫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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