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충분히 수입하라”
물가 잡기용 대책에 한숨만
농가 돼지값 폭락 전전긍긍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주요 육가공업체 및 대형 유통사와 간담회 자리에서 “필요한 물량이 충분히 수입되어 전체적인 돼지고기 가격이 속히 안정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한돈농가를 분노하게 했다.

이날 간담회는 7~12월 사이에 돼지고기 5만톤 할당관세 운영방안 마련을 위해 실수요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한국육가공협회,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대상, 롯데푸드, 사조오양, 씨제이제일제당, 에쓰푸드 등 육가공업체와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사가 참여했다. 

박범수 차관보 직무대리는 이날 “수입육류 단가 상승뿐 아니라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유통업체가 어려운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돼지고기에 대한 할당관세를 운영하는 만큼 업체에서 필요한 물량이 충분히 수입되어 돼지고기 가격이 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 축산물 유통 전문가는 “박 차관보는 1997년 농림부 사무관으로 시작해 요직을 두루 거친 농림정책 전문가로 인식됐는데 이번 발언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며칠 전까지 축산정책국장을 지낸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관련 월요칼럼 2면>

또 “돼지고기 수입 여파는 소비자 가격 하락 영향은 미미하고 한돈농가만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2011년·2012년에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며 “당시 할당관세 정책으로 인해 외국산 돼지고기 시장만 확대됐고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자급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 전문가는 “올해 돼지고기 생산과 수입 모두 증가해 역대 최대 공급량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할당관세로 외국산 돼지고기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은 한돈산업 뿐만 아니라 축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할당관세 적용은 반드시 후폭풍을 일으킬 것”이라며 “할당관세 물량이 9월 이후 돼지가격 하락 시기에 들어온다면, 돼지가격 폭락으로 인해 양돈장 경영은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보 직무대리는 이날 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5월 상순 사료비 상승, 수입 육류 가격 상승, 외식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오른 국내산 돼지 도매가격은 거리두기 완화 이후 가정 내 수요 감소, 할당관세 대책 기대 등으로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 가격도 5월 하순 이후에는 지속 하락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가격 안정 및 국내 축산농가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과제를 지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4월 하순 거리두기 해제 이후 상승한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5월 상순 kg당 6628원에서 5월 중순 6362원, 5월 하순 6161원, 6월 상순 6079원을 기록했다. 

C 한돈농가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돼지 생산비가 급등하고 있다”며 “이를 견디지 못해 수많은 양돈장이 사라진다면 생산기반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자급률이 하락한 상황에서 전염병 유행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해외 공급이 감소하면 축산물 가격은 우리의 예상보다 비싸질 것”이라며 “한돈의 사육 기반이 무너진다면 소비자 가격은 지금의 몇 배로 급등한다. 이러한 가능성을 요소수 사태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생산과 수입 등 공급량이 모두 많은 상황에서 할당관세 적용은 추후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돼지고기 생산량은 평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돼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평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 후 육성률과 MSY 향상, 출하일령 단축 등 생산성 향상으로 평년(133만 3000마리) 대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등급판정 마릿수는 1820만~1840만 마리로 평년 대비 높은 생산성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모돈 시육의향 상승으로 올해 연평균 총 사육 마릿수가 증가해 평년(1775만마리) 대비 2.5~3.7% 증가, 전년(1836만 6000마리)과는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측됐다.

돼지고기 수입량(1~5월)은 20만 1410톤으로 전년 13만 193톤 대비 54.7% 증가, 평년 18만 160톤 대비 11.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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