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얼굴 찾기’서 명실상부 ‘명품’ 자리매김

 

소고기시장을 필두로 국내 축산물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브랜드축산물’은 개발 초기 단계선 ‘얼굴 찾기’ 수준으로 이뤄졌다.

‘얼굴’엔 각 지역의 특성과 독특한 사양관리법, 오랫동안 축적해 왔던 나름의 기술과 노하우 등이 반영됐다.

국내 축산물시장의 빗장이 완전히 풀린 이후에는 가격경쟁력 못지않게 비가격 경쟁력, 다시 말해 품질·위생·안전성 등의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과 진단들이 강하게 제기되고 내려져 ‘명품 만들기’로 발전했다.

지방자치단체들까지 함께 거들고 나섰던 ‘명품 만들기’는 ‘차별화’에 최대 역점이 두어진 가운데 소고기에서 돼지·닭고기·계란, 기타 축산물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으로 이뤄졌고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들의 관심이 증폭됐고 브랜드화에 대한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확산, 붐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세 농가 조직화해 규모화·고급화

한우부문의 경우 2000년 수입 개방 당시 만해도 무려 55만8000농가가 전국에 흩어져 있었다. 그만큼 영세했고, 규모화도 더디 진행되고 있었다.

축산물 브랜드 육성사업은 우선 산지로 흩어진 농가들을 조직화하고 규모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한우의 품질고급화 사업과 병행해 추진된 브랜드 육성사업은 사료와 혈통, 사양관리 등 이른바 ‘3통 관리’를 전면에 내세워 이들을 하나로 묶어, 균일하고 높은 품질의 한우고기 생산을 독려했다.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의 축산물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생산자들의 열악한 판매 교섭력을 ‘품질’과 ‘안정적 물량’ 공급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

중앙정부도 관심을 기울이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예산을 확보 투입하고 지원을 강화했다. 정부는 ’04년 2월 ‘축산물 브랜드 육성 대책’을 수립하고 축산물 브랜드 개념과 육성 방향을 정하는 등 기본 체계를 구축했다. ’13년까지 80여개 브랜드 경영체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산지 축산물 생산유통지원사업, 축산물 브랜드 전시회 및 경진대회 개최, 우수브랜드 인증제 도입, 축산물 브랜드 컨설팅 사업지원 등이 주요 사업 내용으로 추진됐다.

’08년부터는 축산물브랜드 육성사업 2단계에 돌입했다. 1단계가 보다 생산에 집중했다면 2단계는 유통 환경에 부응하고 규모화·차별화 등 경쟁력 확보를 통해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고품격 브랜드로 정착시키겠다는 내용이 중심을 이뤘다. 브랜드 선정기준과 방식을 개선하고 평가체계를 개선해 소규모 브랜드를 통합브랜드로 키워나가는 것도 포함됐다. 축산물 브랜드 마켓팅 보드 설립을 통해 차별화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새롭게 기획됐다.

 

◇정부의 육성의지 뒷받침되며 폭발적 증가

선도 축산농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도됐고 축산업협동조합과 축산업 계열화 주체들이 서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축산물브랜드화’는 이같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육성과 예산지원이 뒷받침되면서 급진전, 브랜드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작년 말 현재 전체 축산물브랜드는 한우고기가 213개, 돼지고기가 218개, 닭고기가 48개, 계란이 66개 등으로 기타 축산물브랜드까지 포함할 경우 590여 개에 육박한다.

축산관련 브랜드수는 2005년 845개로 가장 많았으며 그 이후엔 점차 감소 추세에 있다.

’04년부터 본격화된 축산물 브랜드 지원사업을 통해 소규모 브랜드의 통합을 통한 광역화 유도와 유통·소비 시장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축산물 브랜드 육성사업 이후 참여 농가수와 비율도 크게 늘었다.

농협이 조사한 축산물브랜드 육성정책 진단과 연구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05년 7.4%에 불과했던 브랜드 참여농가수는 ’13년 26.7%로 늘었고 사육 비율도 ’05년 29.5%에서 ’13년 55.3%로 증가했다. 한돈 브랜드의 경우도 참여농가수가 ’05년 20.6%에서 ’13년 54.7%로 확대됐고, 사육비율 역시 ’05년 47.7%에서 ’13년 48.3%로 소폭이지만 상승했다. 1등급 이상의 고급육 출현 증가(한우)와 혈통등록우 증가(한우), 종돈균일화 증대(한돈) 등 축산물 품질 향상에 기여한 것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다수의 브랜드 난립 ‘진정한’ 브랜드는...

축산물브랜드 육성사업은 이처럼 사업 성장과 축산물 품질 향상, 판매 물량 확대 등에 기여했지만 다수의 브랜드 난립에 따라 명실상부한 브랜드는 많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어 확고하게 자리 매김한 브랜드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규모화·조직화가 진척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공급량 편차가 큰 데다 여전히 생산자 중심의 축산물 브랜드사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서 마켓팅 부문의 사업 부재와 그에 따른 낮은 인지도는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된다.

열악한 농가 구조와 고품질 브랜드 생산에 매진하며 “제대로 생산만 해 놓을 경우 판매는 저절로 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과 생각이 브랜드 주체들은 물론 정부관계자까지 팽배하면서 마케팅과 홍보부문의 중요성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농협중앙회 의뢰를 받아 실시한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축산물브랜드는 한우고기는 농협안심한우(20.1%), 돼지고기는 농협안심한돈(19.8%), 닭고기는 하림(39.4%), 계란은 풀무원목초란(23.6%), 우유는 서울우유(33.6%)가 차지했다.

단순한 비교로는 어렵지만 하림과 서울우유의 충성도가 30%대로 높게 나온 것은 하림과 서울우유의 경우 광고 홍보 등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랜드 전략 다시 세워라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안심한우와 안심한돈의 브랜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안심브랜드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소비자와 대면할 수 있는 판매장 증가 등 접점 증가로 선호하는 소비자의 저변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농협의 브랜드파워를 활용한 ‘안심’브랜드의 적극적인 마켓팅과 홍보사업도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큰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안심’브랜드는 ‘유통브랜드’라는 태생적 한계와 질타를 받았지만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100% 한우를 전면에 내걸고 타 브랜드와 달리 출시단계부터 ‘마켓팅’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해오면서 당초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효과적인 마켓팅을 실시한다 해도 전국 소매점에 입점할 수 있는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 확보가 아니면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을 수 없어 종국에는 생산 브랜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브랜드 차별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브랜드의 통합 또는 경영체간의 인수 합병 등 몸집을 불리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전문적 마켓팅 활동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량과 품질 면에서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여전히 생산자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시스템은 브랜드 주체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브랜드 생산에 가담하고 있는 농가들은 인센티브 지원을 담보로 가입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일정수준 이상 품질이나 출하시 장려금을 지급받고 있다. 한우 브랜드의 경우 고급육 출현율에 따라 많게는 두당 무려 10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하는 경영주체도 있으며 한돈 브랜드도 두당 1만5000원 이상의 인센티브가 지급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 경영체들의 수익구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데다 마케팅 활동을위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주면서 ‘소비자 인지도 제고’라는 과제 해결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참여농가들은 보다 주인의식을 갖고 브랜드 주체들의 마켓팅 활동을 위한 재원마련과 소비자와의 약속과 신뢰를 위한 ‘브랜드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다 다양한 품질의 브랜드 출시도 함께 요구된다.

과거에는 근내 지방 위주의 전략이 고품질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꼽혔다면 현재는 건강과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패턴이 점차 높아지고 이에 따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맛있고 풍미가 높은 브랜드육과 담백하고 기름기 없는 저지방 웰빙육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2중 출구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축산물 브랜드 인증 역시 지나치게 생산위주로 재편되어 있어 변화하는 소비패턴을 고려한 다양한 인증 평가 요소와 함께 마켓팅 능력과 공급 능력 등을 총괄적으로 포함하는 브랜드 평가 방식과 전략의 수정에 대한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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