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료업계 담합처벌’로부터 사료업계를 구하고자 나섰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말 그대로 ‘관련단체’의 탄원이라면 연관성 있는 단체려니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대다수 생산자단체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이다.

‘축단협이 더위 먹었나?’부터 더 심한 말들이 오고 가는 것은 성명서의 골자가 ‘1조에 가까운 막대한 과징금이 업체들에게 부과되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특정 상 사료가격에 전가돼, 결과적으로 축산농가들의 피해로 되돌아 온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한우협회 동조 안해

 

이 때문에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에서 자신들 단체명을 빼달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생산자단체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초 초안에는 농협 축산경제 명칭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발표 시점에서는 명칭이 빠졌다. 농협 측에 확인해 본 결과 성명서가 발표되고 난 후 내용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한우협회나 농협의 관계자는 “‘관련단체’는 있는 그대로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을 하는 단체를 말하지만, 생산자단체의 경우에는 축산농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움직이는 단체를 의미한다”면서 “축산관련단체의 축산업에 대한 공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의 경우엔 양 단체의 이익이 서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친목단체일지라도 협조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담합행위란 비슷한 재화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각각 영업행위를 하면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으로, 상호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특정 가격으로 재화를 판매하겠다거나 특정 거래조건에서만 거래하겠다는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행위로, 시장경제를 교란시키는 불법적인 행위이다.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사료업계의 담합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을 때 생산자단체는 즉각 성명을 내고 부도덕을 지탄하면서 사료가격 인하를 촉구했다.

아직 최종 결정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성명을 곱씹어 보면 이해 안되는 부분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생산자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더 그렇다. 늘상 담합행위 적발 때마다 해당업체들의 설명대로 이번에도 원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아, 국제 곡물가와 유사하게 연동되는 가격 구조, 사료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담합 자체가 어렵다고 인정해도 그건 생산자단체들이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는 대목이다.

 

피해자가 읍소한 꼴

 

업체의 영업 행위 상 과징금이 사료값에 포함돼 결국 축산 농가들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논리에서는 더욱 할 말이 없다. 이는 기업들의 담합행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면 제품 값이 올라 결국엔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과징금을 부여하지 말라고 공정위에 읍소하는 꼴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성명은 생산자입장에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이 성명서를 읽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관계자 역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의아스러웠을 것이다. 아니면 “축산인들은 참 이상하다”고 조소를 보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업체가 어떻게 겁박했길래 피해 당사자들을 대표한다는 단체들이 앞장서서 처벌하게 되면 축산업 기반이 큰 타격을 입으니 선처해 달라’고 했을까” 의아해 하지 않을까?

결국 도와준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게다가 참여한 생산자단체들은 잘못하면 축산농가가 ‘멸시’당할 구실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축산농가들의 직접적인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사료업계와 양축농가들이 ‘상생하자’고 틈만 나면 말해 왔는 데, 업계가 큰 위기에 빠졌을 때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상생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사료업계와 양축가의 상생이란 불법적인 것을 인정하면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사료 가격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올리고, 그것이 정당하다면 농가들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인하 요인이 생겼을 때 역시 마찬가지이다. 상호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생존하자는 것이 상생의 기본원리이다.

 

전체 축산농가 무시

 

이번 축단협의 ‘과징금 부과가 사료가격에 포함될 것’이라는 단정은 여지껏 사료업체들이 탈·불법으로 가격을 결정해 왔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제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그것이 무섭기 때문에 선처해 달라는 것은 사료업계 뿐만 아니라 전체 축산농가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그러니 성명서를 읽은 농가나 대다수 축산인들 사이에서 거친 대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생산자단체와 생산자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관련단체들 간의 친목모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협의체이다. 어떤 이익을 위해 한 단체가 주도적으로 움직여서도 안 된다. 게다가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장으로서 참여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이다. 때문에 협의회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성명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가벼운 움직임 하나라도 큰 파장을 낳는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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