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줄이고 누구는 늘이고…구조조정법 모순 폭발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건립 건으로 촉발된 논란과 갈등이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가 향후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주양돈농협은 제주축협 단일 축산물공판장 운영으로 인한 출하제한 문제와 질병 문제, 여기에 지육률과 위생 및 품질 등을 이유로 숙원사업인 도축장 건립을 추진해온 만큼 당초 계획대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축협은 물론 축산물처리협회까지 나서 강경대응을 선언하면서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설립은 순탄하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내부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법률상 문제없지만 반발 정서 극심

제주양돈농협의 제주도니 안심엘피씨 사업은 사업시행에 있어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재 도축장 건설과 영업 허가권은 국토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법률에 따르고 있지만 모두 시·도 지사에게 위임된 상태다. 제주양돈농협은 지난 ’12년 제주도로부터 도축장 건립 승인을 얻은데 이어 지난 7월 서귀포시로부터 도시계획시설(도축장) 사업시행자로 지정받았다.

지난 ’02년 부지 확보 이후 농협중앙회에 줄기차게 자금 지원 검토를 요청해온 제주양돈농협은 결국 지난 9월 174억 원의 고정투자 승인까지 얻는 등 공사 착공만을 목전에 둔 상태다.

그러나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설립은 기존 제주축협 축산물공판장과의 경쟁체제 돌입과 가동율 저하에 따른 동반부실을 가져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제주축협은 물론 축산물처리협회의 공동대응으로 앞으로 적지 않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도내 도축장 설립 남의 일 아냐

축산물처리협회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핵심 배경은 도축장 구조조정법과 도축장 신축사업이 정면으로 상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업계가 도축장 구조조정을 위해 특별법안까지 마련해 자금을 조성, 폐업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도축장 설립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양돈농협의 경우 내륙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될 수 없지만 이는 곧이어 현실화할 수 있는 협동조합형 패커형 신규 도축장 설립과 하림과 이지바이오 등 민간중견기업들의 도축장 사업 진출의 시발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저지의 뜻을 굽힐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건립은 향후 현실화할 도축업계 과열·과당 경쟁의 축소판이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다.

 

◆강제성 없는 구조조정법 태동부터 ‘모순’

금번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설립을 둘러싼 갈등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축산물처리협회는 도축장 난립을 막고 가동율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08년 6월 도축장구조조정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하는 등 폐업을 통한 숫자 줄이기를 시작했다. 제도시행 당시 농축산부는 협의회에 가입하고 분담금을 납부하는 도축장에 대해서만 행정 지원하고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는 도축장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협의회 가입과 분담금 납부 등 독려에 나섰다. 또 생산자단체와 브랜드업체에도 구조조정사업 취지를 감안, 분담금을 납부하는 도축장을 이용토록 지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도축장구조조정법이 당초 목표와 달리 신규 도축장 건립에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 등 관련 조항과 내용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역시 가축이 축산물 위생관리의 첫 관문으서의 도축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법안 종료점인 ’15년까지 도축장을 36개소로 줄인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도축장구조조정법은 강제성이 없는데다 신규도축장 허가마저 중앙정부에서 시·도지사로 이관되어 구조조정법의 한계에 직면하게 된 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도축장 허가권이 시·도지사로 이관된 가운데 구조조정법에는 신규 도축장 설립에 대한 아무런 제약이나 강제사항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면서 “태동부터 모순을 안고 있었던 구조조정법의 내재된 문제가 신규 도축장 설립건으로 폭발한 격”이라고 말했다.

농축산부 역시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설립건 중재를 요청하며 반발하고 있는 도축업계의 움직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도축장 구조조정을 통한 위생수준 제고를 위해 행정지원과 지도감독을 강화해온 농축산부는 신규 도축장 건립은 전혀 권한이 없지만 업계의 민원을 묵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편, 축산물처리협회는 금번 제주양돈농협의 도축장 건립건으로 도축장 인·허가권에 대한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함에 따라 도축장 허가권이 다시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되어 도축장 사업과 관련해 일관성 있는 통합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농정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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