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장·친환경·슬로푸드 키워드…유통업계는 변신 중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선택하는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축산물 소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소포장·친환경(유기농)·슬로 푸드 등이다.

축산물 유통업계는 핵가족화, 맞벌이, 1인 가족을 겨냥한 소포장 상품을 출시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육류, 계란, 축산가공품 등 식품을 1~2인용에 맞게 소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일반 식품보다 용량 대비 가격은 비싸지만 남기는 것보다는 알맞게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또 안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유기농) 유기농 한우, 유기농 우유를 비롯한 축산물 및 가공품들이 틈새시장을 메우고 있다.

‘슬로푸드’는 보통 된장, 간장, 김치 등 발효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엔 가공식품 시장에도 ‘슬로푸드’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대표는 우유다. 우유는 130℃ 이상에서 0.5~5초간 살균하는 초고온 살균, 72~75℃에서 15~20초간 살균하는 고온 단시간 살균, 그리고 63~65℃라는 낮은 온도에서 30분간 천천히 살균하는 저온살균이 있는데 이 중 생유에 가까운 풍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63~65℃에서 살균하는 저온살균이다. 저온살균은 초고온 살균에 비해 900배의 시간이 들지만 소비자는 속도보다는 맛을 택했다.

 

◆소분·소포장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포장 단위 축산물이 편리성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포장 축산물이 출시되고 있다.

특히 백화점을 중심으로 쇠고기·돼지고기 소포장 상품의 판매가 시작돼 최근에는 생협 등을 중심으로 팩상태로 돼지고기· 닭고기·소고기 포장육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농협도 도축ㆍ가공단계에서 200~400g 단위로 소포장한 축산물을 동네마트 내 칼 없는 정육점에 공급, 소비자들의 구매 편의를 높일 계획이다.

소포장 단위는 100g부터 600g사이로 국거리, 로스, 스테이크, 탕수육, 잡채, 카레, 돈가스 등 용도에 알맞게 썰어 포장된다. 다짐육이나 슬라이스 처리된 것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이 중 인기 있는 소포장 품목은 한우 국거리용, 이유식용, 로스구이용과 돼지고기 삼겹살, 목심 각각 200g~300g내외였다. 닭고기의 경우는 브랜드업체에서 봉, 안심, 북채, 가슴살, 날개 등 200~500g단위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소포장에 편의성까지 고려했다. 홈플러스가 출시한 ‘한우 소포장 멀티팩’은 소가족이 필요한 용량만큼만 포장을 뜯어 사용 후 남은 정육은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기존 450g짜리 간편팩을 더욱 세분화해 각각 개별 포장된 75g짜리 6개 팩으로 구성,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로 작년 한해 이 제품은 매출이 72%나 신장하면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소분·소포장은 유가공품에도 이어졌다. 매일유업이 지난해 출시한 상하 유기농 바나나·딸기 우유는 125ml 소포장에 상온 보관이 가능한 멸균 형태로 출시, 소비자의 편의를 통해 가격 저항을 줄이면서 20~30대 영유아를 둔 주부들이 공동구매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 깨끗하고 더 건강하게

 

6월 2일은 유기농 농산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환경농업단체연합회가 지정한 ‘유기(62)데이’다. ‘유기(62)데이’는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다. 국내에 유기농 트렌드가 시작된 초기에는 농·축산물 등 자연 식품이 대표적인 유기농 식품군이었지만, 최근에는 가공식품까지 유기농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안전 먹거리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유기농 우유가 사랑을 받으면서 이제는 가공유 제품에도 유기농 바람이 불고 있다. 소비자 조사기관인 AC닐슨이 2014년 3월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유기농 가공유 시장은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가량 성장했다.

유기농 우유는 기존의 메이저 유업체 중에서는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우유가 선두주자로 흰 우유부터 가공유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삼양목장, 범산목장 등 주로 집유를 하지 않는 단일목장을 내세운 중소 식품회사들도 생산에 가담했다.

최근에는 유기농 우유를 생산한 지 24시간 만에 가정에 배달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삼립식품 설목장 우유는 단일목장에서 직접 착유한 후 이동하지 않고 바로 생산하기 때문에 여러 목장에서 집유해 배달에 최대 이틀까지 소요되는 기타 제품들에 비해 더욱 신선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고 선전하며 수도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한우도 유기농 시장에 가세했다. 안티마블링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감에 따라 유기농 한우가 각광 받고 있다. 안티 마블링을 표방하고 나선 네이처오다는 생산되는 한우는 안티마블링에 부합하는 저지방 쇠고기로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 식생활 문화와 소비 동향을 반영했다. 여기에 자연순환형 농업체계를 기반으로 쇠고기를 생산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소비를 선호하는 20~30대가 즐겨듣는 시사 팟캐스트(※Pod cast: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인터넷망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한 타깃 광고로 유기농 한우를 홍보하고 매출을 올리고 있다.

 

◆속도보다 맛

‘느림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대표주자는 우유다. 전체 우유 시장이 정체기에 있는 가운데 저온살균 우유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온살균 우유 시장은 지난 2012년 730억 원에서 2014년 1020억 원 규모로 2년 만에 4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같은 기간 전체 우유시장은 6%가량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보여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우유는 대부분 초고온 살균 우유다. 저온살균공법에 비해 가공비는 적게 들고, 생산 효율이 높은데다 유통기한도 길다. 그러나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건강한 저온살균우유의 인기가 점점 높아져 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루이 파스퇴르가 1860년대 만들어 파스퇴르법이라 불리는 저온살균법은 낙농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행해지는 공법이다. 유익균을 보존하고 비타민 손실과 단백질 변성이 적다.

또 칼슘 흡수를 저하시키지 않아 더 건강하게 우유를 섭취하도록 해준다. 열변성이 적어 고소함보다는 신선한 우유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87년 파스퇴르에서 최초로 저온살균 우유를 생산했고, 지금은 강성원 우유, 후디스 우유는 물론, 매일유업에서 '63℃ 저온살균우유'를, 비락에서 '참 맛있는 저온살균우유'를 출시해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올해 저온살균우유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저온살균우유의 시초인 파스퇴르우유는 6년 만에 TV 광고를 재개했다.

상하목장은 본비반트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베이커리 브레드박스와 ‘상하목장 63℃ 저온살균 우유’를 사용한 신 메뉴를 출시하는 한편 ‘63와우크림’은 상하목장 63℃ 저온살균 우유를 사용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혜진 기자

 

 

축산물 소비트렌드가 바뀌고 있다Ⅰ - 현장 탐방「SSG푸드마켓」

 

 감각적 인테리어 최고의 상품만 취급 입소문 ‘문전성시’

 

 

 ‘SSG 푸드 마켓’은 요즘 서울 강남 주부들 사이에게 가장 ‘핫(HOT)’한 장소로 꼽힌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에 최고의 식품만을 엄선해 판매한다’는 입소문과 SNS(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화제가 되면서 문전 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 소재한 ‘SSG 푸드 마켓’은 현재 부산 마린시티점과 두 곳이 운영 중으로 ㈜신세계가 고품격 프리미엄 마켓을 표방하며 2012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SSG 푸드 마켓은 우수 생산자와의 제휴를 통해 '최상의 상품'만을 선별해 공급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정하고 '지정 농장제' 등을 통해 산지를 엄선해, 이곳에서 생산된 상품을 SSG에서 판매하는 고유의 유통체계를 선보이고 있다.

농산물과 수산물은 당일 입점한 상품으로 새벽에 수확해 입고하거나 연근해에서 새벽에 어획된 수산물을 항송을 통해 매장으로 특별 수송한다.

축산물은 무항생제로 키운 친환경 한우고기, 돼지, 닭고기와 목초 사육(grass feed) 방식으로 키운 동물복지 한우를 판매 중이다. 계란 역시 친환경 무항생제 계란 또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지정 농장에서 공급된다.

우유 매대에는 최근 프리미엄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목장형 유가공 우유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호주에서 직수입한 방목형 우유 ‘하비 프레쉬’도 있다. 100ml당 가격이 650원 수준으로 국내산 프리미엄급 우유보다 약간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일류 호텔이나 국내에서 몇 안되는 소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드라이에이징’ 코너는 일반 마켓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룬다.

이곳은 마켓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으로 독특한 풍미와 부드러운 육질을 만들어내는 자연 숙성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3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세계인들에게 알려진 호주 시드니의 정육점 '빅터처칠(VICTOR CHURCILL)'의 숙성 방식을 그대로 재연했다. 건조숙성 기간에 따라 2주차에서 최대 5주차까지 다양한 기간, 다양한 부위의 숙성된 한우고기를 판매하고 있어 초보자부터 매니아까지 취향에 따라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매장에서 만난 주부 박지숙 씨(삼성동·43세)는 “고기에서 수분이 빠지고 육즙과 단백질이 풍부해지는 특유의 풍미에 반해 드라이에이징 한우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1등급 기준 등심 가격이 100g당 1만6900원으로 시중에 비해 제법 비싼 편이지만 맛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SSG 푸드 마켓’의 성공적인 런칭에 따라 신세계는 지난달 22일 신세계백화점 본점 식품관을 SSG 푸드마켓의 컨셉을 적용한 ‘신세계 푸드마켓’으로 리모델링해 재개장했다.

‘SSG 푸드마켓’의 노하우에 백화점의 차별화를 더해 100% 유기농, 자연농법, 친환경, 동물복지, 당일직송 원칙을 고수했다.

 

SSG 푸드마켓이 일반 축산물과 친환경 축산물의 ‘투트렉’ 전략이었다면 ‘신세계 푸드마켓’은 전량 친환경축산물 취급에 자체 축산물 품질 기준인 ‘4스텝 시스템’을 도입했다. 양념육까지도 친환경축산물로 대체 했다.

STEP1은 로컬 브랜드 축산물로 가축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선도를 높인 브랜드 정육을, STEP2는 HACCP 인증 축산물, STEP3은 무항생제 인증이나 유기 축산물 인증을 받은 친환경 축산물, STEP4는 방목사육이나 목초 급여로 키운 동물복지 축산물로 나눴다. 이 곳 역시 대형 드라이에이징 숙성실이 마련됐다.

축산물 등급이 표기되고 있지만 신세계 푸드마켓에선 사양방식에 따른 ‘4스텝 시스템’ 분류가 우선이다. 이는 미국 최대의 유기농 마켓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의 동물복지 인증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사양 방식을 바탕으로 브랜드전략팀에서 우리 여건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한다.

소세지 등 육가공품 구색도 기존 매장과 차별화를 꾀했다.

방부제와 발색제 등 인공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천연 돈장을 사용해 가공했다.

이탈리아식 훈제 소시지의 일종인 '살라미'와 스페인의 전통적인 발효 건조햄인 '하몽' 등 다양한 가공품이 판매 중이다. 치즈 코너에는 전세계 다양한 치즈가 구비된 가운데 빵, 음료, 와인 등과 함께 즉석에서 바로 간편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바가 마련돼 있다.

신세계는 친환경 식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 SSG마켓의 추가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건강한 먹거리를 선보여 식문화를 선도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식품매장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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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희 석 신선식품팀 바이어

 

젊은 소비층 친환경 관심

‘4스텝 시스템’ 독자 도입

‘스토리와 가치’ 완전무장

소비시장 분명히 커질 것

 

“최근의 소비패턴, 특히 40대 초반 이하의 젊은 소비층의 소비 추이를 지켜볼 때 친환경 축산물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습니다. 향후 이들이 미래 중심 소비층임을 감안할 때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시장과 수요는 분명히 커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희석 ㈜신세계 신선식품팀 바이어는 친환경축산물 소비 시장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점쳤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정말 무항생제 제품이 맞냐’ ‘우리 아기가 먹는 건데 괜찮은 거냐’는 질문을 받은 것이 보편화 된 지 오래다.

이 바이어에 따르면 ‘진정성 있는 먹거리 공급’을 위해 2년전 SSG마켓 런칭 당시 친환경축산물 라인을 도입했고, 지난달 백화점 본점 리뉴얼 오픈시에는 백화점만의 차별화를 위해 ‘양념육’ 부문까지 전량 친환경축산물로 대체했다.

여기에 신세계만의 친환경 축산물 선별 기준인 ‘4스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바이어는 “기존의 등급은 근내지방에 따른 기준으로 저지방을 선호하는 소비패턴이나 친환경 등 가축의 사양방식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별도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맛을 중시하는 소비층은 분명하지만 내가 먹는 축산물이 어떤 환경에서 키워졌는가를 궁금해 하고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별도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게 이 바이어의 설명이다.

실제로 SSG마켓과 신세계 푸드마켓에서는 목초를 먹여 키운 4스텝(동물복지)의 2, 3등급 한우 고기에 대한 매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반응도 좋다.

이희석 바이어는 “신세계가 주도적으로 친환경축산물을 판매하면서 롯데나 현대 등 경쟁업체도 매장을 견학하는 등 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는 백화점과 프리미엄 마켓에서 소량으로 판매되면서 친환경축산물의 판로가 제한적이지만 향후에는 ‘친환경축산물’이 아니고서는 팔 곳이 없을 정도로 소비 의식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농가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옥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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