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돌던 친환경 축산…도약 계기 마련

 

◆ ‘친환경 한우 시장 선점’ 선포

 

농협 안심축산분사(분사장 함혜영)가 지난 22일 농협 부천축산물공판장에서 국내 최초로 '친환경 한우고기 부분육 상장 경매' 출범식을 가졌다.

국내 친환경축산물은 지난 2001년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련법을 제정한 후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생산과 유통면에서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을 하고도 판로가 없어 생산비조차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면서 사육 기반 확대는커녕 친환경 생산 농가들조차 관행축산으로 회귀하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축산업의 전 기업화에 따른 밀집사육과 대량생산 등 관행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과 반작용으로 친환경축산물 생산에 대한 소비자 요구와 관심이 급증하고 있어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농협 안심축산분사가 국내 처음으로 친환경 한우고기 부분육 상장 경매 출범식을 갖는 등 안전한 친환경축산물 시장공급을 통한 유통영역 확장을 공식 선언하며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1년 12월 부분육 경매사업을 시작한 농협안심한우는 이듬해 부천에서 부분육 가공장을 가동한 이후 부분육가공장 HACCP 인증 등 차질 없이 사업을 준비해왔다.

이어 2015년 5월에는 친환경축산물 생산을 위한 친환경가공장 인증을 취득하는 등 친환경축산물의 유통을 위한 시장 선점을 계획하고 진행했다.

농협안심축산분사는 친환경인증농가가 출하한 한우에 대한 인증 확인 및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한우만을 부천공판장에 상장하고, 경매·낙찰 과정을 통해 명확한 거래기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친환경 한우고기 유통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매주 화요일 친환경소비기반이 넓은 전남 지리산순한한우, 녹색한우를 비롯해 청풍명월한우 등 지역별 한우광역브랜드사업단을 중심으로 출하를 추진 중이다.

이기수 농협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이날 “친환경 축산은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진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면서 “신뢰 할 수 있는 친환경 한우고기 부분육 경매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친환경한우, 앞으로의 과제는

 

 

농협 안심축산분사가 도매시장에서 친환경 한우고기 상장 경매를 본격 시작한 데는 향후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소비 증가 등 미래의 수요 시장을 예측하고 향후 유통시장 역시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미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의 경우 친환경축산물 공급으로 급식 시장을 제한하는 등 학교급식 시장을 중심으로 축산물 소비시장이 ‘친환경’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안정적인 공급물량 확보 측면에서도 발빠른 조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일반 소비 시장에서 ‘친환경 축산물’이 얼마나 차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 친환경축산물의 경우 시장과 가격 차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전체 시장에서 생산비중이 1%를 밑도는 등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2일 친환경한우 첫 경매 역시 만족할 만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다.

총 10마리의 친환경 한우가 상장된 이날 1+B등급 친환경 한우 채끝 등심 평균가격이 100g당 5100원으로 일반한우 4450원에 비해 100g당 650원 높게 경매됐다.

1A등급 친환경 등심이 4555원(100g당)으로 일반한우 4300원에 비해 255원 높은 값에 낙찰됐다. 1C등급의 친환경한우 특수부위가 6105원에 일반한우가 6033원에 거래된 것을 제외하면 친환경한우와 일반한우의 가격은 크게 구별되지 않았다. 오히려 마블링 침착 정도에 따라 친환경한우보다 일반한우의 가격 역전 현상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업계전문가들은 친환경한우 생산 및 소비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인 마케팅과 동기부여를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가 사회 화두로 대두하면서 급식 시장이 ‘친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급식의 경우 양지와 설도, 사태 등 정육부위에 국한되어 있어 안심·등심·채끝 등 선호부위의 경우 일반 소매점에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의 백화점 및 일부 유통점에서 ‘무항생제’ ‘친환경’ 한우가 공급되고 있지만 소비기반이 미약한 나머지 친환경한우의 가치가 등급 우위에 밀리고 있다.

이재혁 부천축산물공판장 중도매인조합장은 “친환경 축산물은 우선 학교 급식에서의 주문이 점차 늘고 있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소매점에서의 발주는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사업 초기 특성상 가격적인 차별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생산과 소비기반이 함께 활성화된다면 뚜렷한 시장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