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마리 키울 케이지 4마리로
연 매출은 무려 절반가량 뚝
원상복구하려면 가격 인상 뿐
생산량 감소 전후방 큰 피해
정부 물가안정 기조와 배치
업계, 유예기간 등 대책 촉구

산란계협회가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농가 피해 대책이 전무한 만큼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란계협회가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농가 피해 대책이 전무한 만큼 추가 유예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 시행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산란계협회가 농식품부에 추가 유예를 요청했다.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에 따른 농가 피해 대책이 전무하고 계란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유예기간을 추가 연장하던가, 내구연한까지 기존 케이지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근간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사태 발생에 따라 2018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산란계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마리당 0.05㎡에서 0.075㎡로 1.5배 확대했다. 또한 AI 예방 및 방역관리 강화를 위해 케이지는 9단 이하로 설치하고, 케이지 사이에 폭 1.2m 이상의 복도를 설치하며, 3단에서 5단 사이마다 고정식 복도를 설치토록 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산란계 사육면적은 7년 유예된 2025년 9월부터, 케이지 시설기준은 15년간 유예된 2033년 9월에 시행된다.

문제는 이같은 농식품부의 대책이 생산자의 피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육기준이 확대되면 전체 70% 농가의 사육마릿수가 40% 이상 감소되는데, 이로 인한 손실은 오롯이 농가가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한 예로 현재 사육면적은 마리당 0.05㎡로 60× 60cm 규격의 케이지에서 산란계 7마리를 키울 수 있지만, 0.075㎡로 상향시 4마리밖에 키울 수 없다. 때문에 30만 마리를 사육하는 농가의 경우 연 매출이 120억 원에서 68억 원으로 무려 43.3%나 줄어든다는 계산인데, 현재의 120억 원 매출로 원상복구하려면 계란가격이 76% 상승하거나 마릿수가 줄어든 만큼 케이지를 설치하기 위해 최소 58억 원 이상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다는게 산란계협회의 주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2018년 법 개정 당시 농식품부의 농가 설득 논리는 ‘사육면적 기준이 확대되면 계란가격이 상승해 농가가 돈을 벌 수 있다’였다”라면서 “상기 논리라면 정부는 계란가격에 개입하지 말고 소비자 등에게 동물복지를 위한 계란가격 상승의 불가피성을 홍보해야 하나, 현 정부는 오히려 소비자 물가안정을 위해 식품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사육면적 확대는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실제 전문가들은 산란계 사육면적 상향시 계란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급량이 줄면 가격이 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라는 것이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사육면적 확대시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현재 7500만 마리에서 5400만 마리로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일 계란 생산량 역시 4500 만개에서 3240만 개로 급감해 계란가격은 치솟을 것”으로 우려했다.

더욱이 이같은 정부 정책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게 업계의 견해다.

헌법 제13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해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고,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해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재산권의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2018년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시설을 설치한 농가는 설치 당시 모든 규정을 준수했고 개정에 대한 그 어떤 예고도 없었으며, 개정 당시 규제로 인한 영향분석·공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헌심판’이나 ‘법안무효소송’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계란 생산량 감소로 인한 업계 피해도 문제다.

지난해 계란자조금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구용역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시 계란 생산량 감소에 따라 전방산업에 435~521억 원의 손실·위축이 예상되며 166~199억 원의 부가가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 후방산업 역시 1173~1408억 원의 손실·위축이, 부가가치는 298~357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산란계협회가 유예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육면적 확대가 생산자와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안두영 회장은 “축산법 개정령에 케이지 시설기준이 2033년까지 유보돼있는 것처럼 사육면적 기준도 2033년까지 유예해야 한다”면서 “어렵다면 법 개정 전에 설치한 시설물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 권리를 위해 내구연한까지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말해 향후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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