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당 절반 이상 사라져
정부 분석은 설득력 부족
농가 “각자도생하자” 자조

꿀벌 소멸 피해가 올해도 심각하다. 꿀벌 개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양봉농가들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누적된 꿀벌 소멸 피해로 양봉산업 지속이 우려되는 가운데 양봉농가 일각에서는 “알아서 각자도생”하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양봉협회가 집계한 전국 9개 지회 꿀벌 소멸 피해 현황(3월 13일 기준)에 따르면, 피해율은 53%에 달한다. 농가당 절반 이상의 꿀벌이 사라졌다. 비록 지난해 보다 감소한 수치지만 16개 지회 전체를 조사한 표본도 아닌데다, 꿀벌 사라지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표본에 없는 충북의 경우 70% 이상 꿀벌이 소멸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의 한 양봉농가는 “4년 전 처음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났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정부가 권장하는 꿀벌응애 약제를 사용하고, 정부 사양관리에 따라 벌통을 철저하게 소독하는 등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피해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표본에 없는 경북의 한 양봉농가도 “정확한 피해 현황은 지켜봐야겠지만 최소 60% 이상은 꿀벌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심지어 90% 가량 사라진 양봉농가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보다 피해율이 감소했다고 나아진 게 결코 아니다”라며 “표본에 없는 경남북 지역은 전체 양봉농가의 40%가 분포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양봉농가들은 꿀벌 소멸 피해가 반복되고 있는 원인을 ‘이상기후’로 보고 있다. 겨울철 기온이 오르며 꿀벌들이 꽃꿀을 먹기 위해 벌통을 떠나 활동하다 동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한 양봉산업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생체리듬이 깨진 꿀벌들은 면역력이 약화돼 폐사할 수밖에 없다”며 “내성이 생긴 꿀벌응애로 꿀벌이 대량 폐사하고 있다는 정부의 조사결과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꿀벌이 사라지면서 농산물 가격 급등이 현실이 됐다”며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사과 역시 꿀벌 수정으로 생산하는 과수 품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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