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왕이라면
포용력도 함께 지녀야
싸고 좋은 것이 없듯
적정가격 인정 필요

 

비즈니스에서는 보통 ‘소비자는 왕’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상품을 만드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이전에는 고품질의 상품만을 만들면 돈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다양한 소비심리와 수많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선 어떻게 소비심리에 부합한 상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소비가 되어야 돈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같은 유형이라도 차별화를 통해 소비 심리를 유발하는 경우도 비즈니스에서는 흔히 사용되는 방식이다.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비계 삼겹살은 소비자들에게는 과일이나 채소의 ‘속박기’와 같은 교묘한 상술로 인식된다. 겉에는 지방과 살코기가 적절한 비율로 점착된 삼겹살을 올려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속에는 비계가 덕지덕지 붙은 저질의 삼겹살을 숨겨놓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도덕한 상술을 전체 산업 종사자들의 부도덕으로 몰고 가는 것은 산업 전체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는 말할지 모른다. “내 돈을 내고 물건을 구입하는 데 그것까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삼겹살을 구입하면서 착각하는 것이 있다. 고퀄리티의 축산물을 저가에 살 수 있다는 것과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소비자 각 개인들만을 위한 대량생산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 있어서 되도록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려고 하지만, 물건을 파는 입장에서는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한다는 사실, 즉 소비자와 판매자가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반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비자는 쉽게 마케팅에 현혹되어 같은 상품도 마치 다른 상품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삼겹살이 그렇다. 생물인 돼지가 축산물로 상품화될 때는 크게 7가지로 대분할된다. 삼겹살은 제5갈비뼈 또는 제6갈비뼈에서 뒷다리까지의 등심 아래 복부 부위다. 

대분할된 삼겹살은 갈매기살과 등갈비살, 토시살, 오돌삼겹살로 소분할되는데 우리가 보통 삼겹살이라고 부르는 부위는 이들 부위를 모두 제외한 부위이며 피하지방의 두께를 7mm이하로 정형한 것이다.

삼겹살은 근육과 근간지방이 세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방과 근육이 적당한 두께로 층을 이루고 있는 것을 양질로 치는데, 삼겹살은 애초에 지방의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돼지 한 마리당 약 12kg 정도 생산되는 삼겹살은 위치에 따라 그 형태와 조성의 변이가 크기 때문에 각 위치에 따라 요리의 용도를 다르게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에서는 주로 구이용으로 이용되며 수육과 보쌈용 등 폭넓게 요리되지만, 외국에서는 염지해 가공한 베이컨으로 이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소비자가 삼겹살을 구입할 때는 지방을 함께 구입하는 것이다. 만일 지방이 싫으면 등심이나 다른 부위를 구입하면 된다. 소비자는 입맛에 따라 ‘적절한’ 지방이 침착된 삼겹살을 구입하는데 그 적절함이라는 것이 수치로 구분될 수도 객관적일 수도 없다. 

“왜 지방이 많냐”며 불만을 표출하는 것도 소비자며, “삼겹살을 구입했는데 지방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는 것도 소비자다. 

육가공업체들이 7대3 또는 8대2로 지방과 살코기 비율로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생물을 공산품 마냥 일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처리하려면 일일이 발골사(미트커터)들이 그에 맞춰 발골해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각각의 개체에서 나오는 삼겹살을 공산품처럼 일정한 비율의 것들만 모을 경우에는 그에 따른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시장에 나온 삼겹살이 값싸게 팔릴 수도 없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그에 맞는 값을 치러줄 리도 없다. 

앞서 식자재업체들이 “축산농가가 제대로 사육해야 한다”고 책임을 농가에게 돌리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공장식 축산을 그토록 혐오하는 소비자들이 공산품 마냥 축산물을 대하는 행위는 오히려 공장식 축산을 권장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빽빽한 케이지에서 동물학대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심지어는 방목시켜 사육한 돼지로부터 생산된 삼겹살이 고른 지방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면 농식품부가 삼겹살 품질 권고기준으로 지방층 1㎝를 삼겹살로, 2㎝를 오겹살로 정한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를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오겹살은 돼지껍데기라고 부르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삼겹살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다. 박피(표피를 제거)한 것이냐 미박(제거하지 않은)한 것이냐의 가공‧정형방식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모두 삼겹살이다. 

정부가 현실 감각 없이 삼겹살을 지방의 두께로 기준을 한 번 정하고 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그렇게 각인되고 육가공장에서는 엄청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 비용은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격이 오르면 안정 차원에서 저질의 외국산을 수입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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