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공정과정·소분 제품화 연신 ‘원더풀’

천연꿀 품질·신뢰 높이는
‘LC-HRMS’ 현대식 설비
양봉농협 국내 최초 도입
“어디서도 볼 수 없다” 극찬

740여 봉군 전체 소멸해도
재기 성공한 김선태 농가
시설 개선·사양관리 철저
‘개미산’활용 벌 소멸 대응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앞줄 가운데)과 제프 페티스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정철의 한국양봉학회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앞줄 가운데)과 제프 페티스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정철의 한국양봉학회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가운데)이 지하저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가운데)이 지하저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현장견학단이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비닐온실에서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현장견학단이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비닐온실에서 딸기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 ‘2024년 제40차 한국양봉학회 정기총회 및 COLOSS Asia 국제학술대회’에서는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양봉산업 현장견학’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제프 페티스(Jeff Pettis)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장, 정철의 한국양봉학회장,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을 비롯한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원들은 현장견학으로 한국양봉농협 경제사업소(경기 안성), 양봉농가(충북 세종),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충남 논산)를 차례로 방문하고, 양봉농협의 선진시설, 우수 양봉농가 사양관리, 화분매개 꿀벌의 활용과 가치를 살펴봤다.

 

 

# 양봉농협, 세계 최고 수준 설비 

사진을 찍고, 질문세례가 이어진다. 통역을 맡은 양봉농협 직원의 설명에 “wonderful(원더풀)”을 연발하는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원들의 반응이 뜨겁다.  

첨단시설을 바탕으로 투명한 공정과정을 거치며 소분 제품화되는 천연꿀에 감탄한 모습이다. 연중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매한 천연꿀을 위생적으로 보관하는 지하저장고와 양봉농협의 기술력이 집약된 중앙연구소로 시선이 모아졌다.  

특히 양봉농협이 2020년부터 국내 최초로 도입한 ‘LC-HRMS’ 장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현장견학의 ‘백미’였다. 

LC-HRMS는 국내산 천연꿀의 품질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핵심시설이다. 사탕무, 기타 당류 등 천연꿀에서 검출될 수 없는 특정성분의 유무를 분석·검사한다. 탄소동위원소비 분석으로도 구별할 수 없는 극미량이 혼입된 경우도 잡아낼 수 있다.  

한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원은 “These facilities are so good that they are hard to find in the world.”(이러한 시설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 정도로 뛰어나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도 한국양봉농협 경제사업소 내부에 자리한 양봉박물관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꿀벌의 중요성과 효능, 양봉농협의 역사와 제품·기자재 등 국내 양봉산업과 관련된 자료들이 공개·전시됐다. 

 

 

# ‘개미산’으로 꿀벌응애 구제

다음 견학지는 충북 세종시에 위치한 김선태 양봉농가다. 

김선태 양봉농가는 매스컴에서 우수사례로 여러 번 소개된 바 있다. 양봉농협 대의원이기도 한 김선태씨는 지난 2020년 사육하던 740여 봉군 전체가 소멸돼 폐사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설개선과 철저한 사양관리 덕분이다. 

현장견학단이 찾아간 이날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며 시야도 불투명한 악천후였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양봉장은 늦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꿀벌에게 만큼은 관리가 확실했다. 반영구적인 플라스틱 벌통으로 보온과 내구성을 강화했고, 비바람과 눈을 막아주는 차양막을 봉군에 따라 구분해 설치하는 등 뛰어난 시설을 갖췄다. 무엇보다 꿀벌응애를 구제하는 사양관리에 각별히 신경 쓴 결과, 꿀벌 소멸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한다. 

비법은 ‘개미산’이다. 개미산을 꾸준히 사용하며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자신한다. 

이날 김선태씨는 국제양봉협회연맹 회원들에게 둘러싸이며 한류스타가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꿀벌 소멸 현상이 나타나면서 김선태 양봉농가의 사양관리가 관심 받았던 것이다. 

 

 

# 화분매개 꿀벌의 가치

마지막 견학지는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다. 논산 특산물은 딸기가 가장 유명하다. 

논산 딸기는 꿀벌 방사로 기형과 발생을 억제해 안전한 딸기를 생산, 논산청정딸기 산업우수특구로 선정된 바 있다. 꿀벌이 화분매개자로써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 기여한 것이다. 

화부매개로 이용되는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국내의 경우 약 6조 원에 달한다고 밝혀졌다. 또 생태계 다양성과 균형을 유지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장견학단은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비닐온실에서 화분매개 꿀벌을 이용해 품종육성 중인 두리향, 써니베리 등 딸기 생육을 살펴보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용래 한국양봉농협 조합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화분매개 역할을 못해 식물도 사라진다”며 “꿀벌은 벌꿀 생산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급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현장 인터뷰] 김선태 양봉농가

 

“꿀벌 소멸 기후위기 탓”

 

꿀벌응애 왕성 활동 계기

정부는 심각성 깨달아야

 

 

4년째 발생하고 있는 꿀벌 소멸. 올해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서 체감하는 양봉농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꿀벌 소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이상기후다. 정부는 원인을 꿀벌응애라고 지목했지만, 꿀벌응애가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것도 겨울철 높아진 이상고온 때문이다. 기온이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꿀벌 소멸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양봉농가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 양봉농가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는데.   

그렇다. 내 주위만 해도 6농가가 문을 닫았다. 세종시 인근에 족히 50여 농가는 폐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500군 이상 전업농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 사실 전업농들도 근근이 버티는 정도다. 꿀벌은 사라지고 있는데다, 급증한 생산비도 곤혹스럽다. 포당(15kg) 1만3000원이던 설탕이 2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4년 전 꿀벌 전체가 사라졌는데도 정부 어디서도 나와 보는 이가 없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꿀벌 사라짐을 대수롭지 않게, 겨울에만 의례 일어나는 일로 여긴다. 이러니 양봉을 포기하는 농가들이 속출하는 것이다. 제발 정부가 양봉농가에 관심 좀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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