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마트 업체들
비계 삼겹살 책임을
육가공·정부·농가로…
무슨 말같은 얘길 해야

인천시 미추홀구는 지난해 2~12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협업업체 5곳 중 한 곳과 올해 협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업체의 답례품으로 받은 삼겹살의 3분의 2가 지방덩어리였다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여파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삼겹살에 이어 이번에는 식자재 할인마트까지 포장 아랫부분에 비곗덩어리를 깔아 파는 눈속임 상술이 비난의 대상이 됐다. 

동네 식자재 할인마트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포장된’ 삼겹살을 구매해 시식하기 위해 포장을 뜯으니 밑부분이 대부분 비계덩어리였다는 것이다. 

한 중앙언론지의 취재가 시작되면서 “김치 굽는 용도”라느니 “가난한 서민은 부정식품 좀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것인가” 등 같은 경험을 한 소비자들의 얄팍한 상술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자 식자재 마트업계는 ‘비계 삼겹살’은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지방과 고기 비중이 적절한 삼겹살을 상품화할 수 있도록 생산업체인 사육농가를 관리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비계 많은 돼지를 키우는 농가에 문제가 있는데 정부는 애꿎은 판매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특히 육가공업체들이 지난해 삼겹살 데이 비곗덩어리 이후 식자재 마트에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대량으로 떠넘기고 있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비계 삼겹살 비난의 중심에 선 식자재마트들의 변명을 들여다 보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는 삼겹살을 제공하는 육가공업체가 속였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애초부터 비계삼겹살의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축산농가가 돼지를 사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계 삼겹살’ 기사와 관련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그 다음날 설명자료를 내고 자신들이 삼겹살 품질과 한돈 브랜드 관리 강화를 시행해 오고 있다면서 한 발 빼는 모양새다. 

자신들은 과지방 삼겹살 유통 방지를 위해 과지방 부위 정선 방법 등을 포함한 ‘돼지고기(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을 제작·배포했을 뿐만 아니라 가공·유통업체에 대한 품질관리 실태점검과 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수한 업체에게는 도축가공, 원료육 구매, 장비 설치 및 개보수 등 운영·시설자금을 지원해 적극 동참을 유도하고 있으므로 비계 삼겹살 유통에는 책임이 없으며, 전적으로 부도덕한 업체들의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앞서 식자재업체들의 “왜 우리만 가지고 비난하느냐?”에 대한 속시원한 답은 없는 듯하다. 

애초 농식품부의 삼겹살 품질 권고기준이라는 것이 지방층 1㎝이며 오겹살은 2㎝라고 정한 것부터 이상하다. 이 기준은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품질관리 매뉴얼이다. 

사실 비계삼겹살의 논란은 농식품부의 기준조차 소비자들이 삼겹살을 공산품과 동일하게 여기는 착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이 간과됐음을 지적하고 싶다.

삼겹살은 공산품이 아니다. 사람의 경우도 아무리 일란성 쌍둥이라도 자라온 환경과 식습관 등에 따라 체질이 다르다. 한 축사에서 똑같은 사료로 똑같은 관리를 받고 자라는 돼지 역시 축산물로 생산될 때 같지 않다. 그러니 앞서 식자재업체들이 그 책임을 축산농가의 부도덕함으로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 축산농가들이 돈이 되지 않는 비계삼겹살을 일부러 만들리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축가공업계의 책임’이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도축과 가공을 함께 하는 경우, 도축라인에서는 입고된 돼지를 수 시간 계류시키며 유통과정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절식 등의 과정을 거쳐 도축을 한다. 

전살 과정을 거쳐 방혈을 하고 탕박을 하거나 박피한 후 이분도체하고 다음날 가공을 하기 위해 예냉을 실시한다. 여기까지가 도축과정인데 도축라인과 가공라인은 교차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이렇게 이분도체되고 예냉된 돼지는 다음날 이른 아침 가공라인으로 옮겨오는 데 이때부터 걸쇄에 걸려 자동으로 소분된다. 

제일 먼저 머리가 분리되어 포장되고 컨베이어벨트로 구성된 3개의 라인에서 전지(앞다리)부분, 몸통 부분, 후지(뒷다리)로 분리되어 각 라인으로 옮겨진다. 

이렇게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각 라인에는 앞쪽에 뼈와 정육을 구분하는 발골사(미트 커터)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뒤쪽에는 포장사들이 포진해 발골된 정육을 포장한다. 

1차로 분리된 정육들은 진공 포장상태 등으로 상품화되고, 햄과 소시지 등 2차 가공라인으로 다시 옮겨지는 것이 가공라인에서의 작업 과정이다. 

도축과 가공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과연 고의적으로 비계 삼겹살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의 여부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도축라인은 별개로 하고, 가공라인이 자동화되어 있다는 것은 작업라인이 컨베이어벨트로 자동화되어 있다는 것일 뿐 각 라인에는 수 십명의 작업자들의 손을 거쳐야 한다. 

고의로 비계삼겹살을 만들려면 모든 발골사들이 똑같은 칼질로 비계와 살을 적당한 비율로 구분해야 하는 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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