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생업인 이면
책임보단 돈에 관심
구성원 결집 관심없어
그 결과 조직은 붕괴

자본주의 사회건 공산주의 사회건 이데올로기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리고 일에 대해 사람이 어떤 자세를 견지하느냐에 따라 생업인, 직업인, 소명인으로 구분된다. 

생업인은 단지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직업인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경제적 기반이나 사회적 위치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소명인은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조차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한다. 그것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갖는 본능이다.

직업이란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직업을 통해 개인은 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된다. 소명의식은 여기서 한 단계 높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때문에 직업을 초월한다. 어떤 직업이든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소명의 목적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다. 그리고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책임이 주어진다.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소명의식이 결여된 지도자가 사회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그 결말이 어떻게 끝나는지 우리는 지금 절절하게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끝났지만 그 후유증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이번 대회를 독점 중계한 tvn의 4강전 시청률은 20%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높았다는 증거다. 

유럽 5대리그 중 3대 리그 빅클럽에서 주전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는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 파리생제르망의 이강인, 바이에른뮌헨의 김민재, 그리고 울버햄튼의 황희찬에 다수의 유럽 진출 선수들이 포진한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한 팀이었다. 

당초 실력이 저조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시합이 인기를 끌지 않았지만 이들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뛴다는 것만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16강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승부차기, 8강 호주와의 연장승부 등 지고 있다 추가 시간에 기어코 동점을 이룬 대한민국 대표팀은 그 자체로 아시안컵의 흥행이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수들이 참여하고 있는 데다, 극적인 승부를 계속 연출해 온 우리 대표팀은 아시안컵 역대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다. 유럽 리그의 팬들까지 이번 아시안컵에 굉장한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대박 흥행의 중심에 선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회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축구팬뿐만 아니라 국민들 그리고 정치권까지 나서 성토하는 막장을 연출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대회 내내 ‘VIP 관객’으로 조롱당하는 감독 클린스만 때문이다. 

무전술을 전술로 하는 그의 축구는 이번 대회 내내 ‘손흥민아, 해줘’, ‘이강인아 해줘’하며 선수들에게 해달라는 ‘해줘’ 축구로 조롱당하고, 전후반 90분 내내 뒤지고 있다가 추가 시간 종료 1~2분 남기고 동점골을 넣는 ‘좀비’축구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역대 최강의 멤버로 87위의 요르단에게 23위인 대한민국의 축구팀이 졌다는 것도 화를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았던 것은 경기 내용과 지고 난 후 그라운드에서 허탈해 하는 선수들과는 반대로 웃으며 요르단 감독과 선수들을 축하해 주던 클린스만의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분노는 상대가 어떤 팀이건 선수들을 로테이션 시키면서 체력 안배를 하지 않고 무조건 주전멤버들을 출전시키며 결과적으로 그들의 체력을 고갈시킨, 무식한 그의 전략으로 인해 4강전에선 체력 저하로 아예 뛰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승을 목표로 한 선수들을 좌절과 궤를 같이 한 것이다.  

아시안컵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 10명 중 1~4위를 모두 한국의 손흥민, 이강인, 설영우 등이 차지한 것만 봐도 이름값을 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혹사 당했는지를 수치로 일깨워준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에서조차 그는 “선수들은 뛰고 싶어한다”는 말로 묵살했다. 

유럽 빅클럽에서 많은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고, 심지어 레전드로 대우 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귀중한 자원을 허투루 낭비하는 몰지각한 감독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들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굳건하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미국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국내 리그의 선수 발굴에는 관심이 없고, 자기 멋대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경기를 관전한다며 수시로 외유한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수천 만원의 경비가 지출된다. 

그를 경질하라는 소리가 높지만 어쩐 일인지 축구협회는 조용하다. 그를 선임한 경위가 투명하지 못하다 보니 그를 경질하게 되면 축구협회장의 입지도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위약금도 어머어마하다. 

공감능력도 없고 역할에 대한 성찰도 없고 그리니 직업윤리가 있을리도 만무하다. 그는 천성이 생활인이다. 이번 클린스만의 사태는 소명의식이 없는 지도자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지금 우리는 그런 지도자 밑에서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왜 자신을 그 자리에 있도록 했는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무지한 지도자는 모든 이를 불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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