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자체 생각없이 설치
농가와 중복 방역 별무효과

같은 군사도로에서 운영 중인 봉골농장의 방역초소(왼쪽)와 지자체의 간이 방역통제초소.
같은 군사도로에서 운영 중인 봉골농장의 방역초소(왼쪽)와 지자체의 간이 방역통제초소.

 

전국 곳곳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며 차단방역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가 방역초소를 부적절한 위치에 설치·운영하는 등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특히 지난 겨울 지적된 사항들이 올 겨울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아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서 21만 마리의 산란계를 사육 중인 윤형수 봉골농장 대표. 4년 전인 지난 2020년 농장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수십억 원의 큰 피해를 입었던 윤 대표는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농장 입구는 물론, 농장으로 통하는 군사도로 진입로에도 터널형 차량소독기와 대인소독기를 자비로 설치해 방역초소를 운영해왔다. 지난 2021~2022년 겨울철 방역초소의 전기와 상하수도 사용량만 해도 각각 7만 원과 86만 원에 달한다. 

윤형수 대표는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매년 겨울 군사도로 진입로에서 방역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김포시에서 이와 150m 가량 떨어진 전방에 방역통제초소를 설치해 방역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표가 설치한 방역초소에서 차량 및 대인 소독을 거친 후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곳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간이 방역통제초소를 만날 수 있었다. 이곳 간이 초소에서는 지자체가 배치한 방역요원이 휴대용 동력 분무기와 스프레이로 차량의 바퀴과 출입자의 신발 등을 소독한다. 

윤 대표는 “이같이 짧은 거리에서 중복으로 소독을 실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 하에 지자체에 간이 초소를 폐쇄하고 기존 초소에 요원을 배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면서 “특히 지자체가 운영 중인 초소는 경사면에 위치해 농식품부의 통제초소 및 거점소독시설 설치 장소 선정시 안전·예방 원칙에 위배되는 곳으로, 고정형 U자 소독기가 설치돼있는 기존 방역초소 옆을 권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방역초소 운영을 둘러싼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에도 윤 대표와 지자체는 초소의 위치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은 바 있다.

한 가금업계 전문가는 “다른 곳도 아니고 같은 도로에 150m 간격으로 방역초소를 두곳이나 운영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자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며 “AI 방역을 위해 민관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방역정책을 펴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는 여전히 초소의 목적이 방역이 아닌 통제라는 이유로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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