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장기화…외식 소비 위축될 듯

가격 보장 안된 높은 생산비
소비, ‘등·안·채’ 위주 더 위축
자조금 할인행사는 축소 예상
구매 다시 살아나기 힘들 것

외국산 물량 변화 크지 않고
돼지마릿수 감소 예상되지만
삼겹살 소비는 늘지 않을 것
전 축종 고난 현명 대처 시급

 

2023년이 시작된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어느새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시작됐다.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며 온전히 새롭게 시작된 한해였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던 한해였다. 한우 및 한돈농가들의 생산원가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고, 가공유통단계에서도 인건비 등의 고정비는 상승한데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불경기로 소비가 크게 위축됨에 따라 2023년의 육류유통산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예상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이에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올해 소고기와 돼지고기 시장동향을 돌아보며 2024년 갑진년(甲辰年) 유통산업의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보고자 한다.

# 소고기 시장동향
한우는 2022년 2분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외부활동이 늘어나 가정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 또 외식도 경기악화로 인한 소비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1만9000~2만 원/kg대를 유지하던 지육 평균가격이 4분기부터 하락해 연말에는 1만6000원대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부 및 생산자단체에서는 한우농가 보호를 위해 2023년 초부터 한우자조금 재원을 이용해 농협 할인행사 및 급식·육가공 한우 원료육 지원사업을 실시했다. 
그 영향인지 2023년 등급판정 마릿수가 12월 20일 기준 89만8000 마리가 도축되며 전년동기대비 8.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우 지육가격은 평균 1만6631원/kg에 형성돼 전년 12월 이후 크게 추가 하락을 보이지 않았다. 사료비가 조금 인하됐지만, 여전히 높은 생산비로 인해 한우농가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가공유통업계도 전반적인 시장위축으로 인해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가장 중요한 고가부위인 구이류는 3분기까지 크게 적체되지 않았으나, 추석 명절 이후에 급격히 판매가 위축됐다. 
이는 중소마트, 정육점 등의 골목상권 매출이 일부 극성수기를 제외하고 계속적으로 어려웠지만, 선방하던 농협 등의 매출도 할인행사가 장기간 계속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외식의 경우 일반 구이식당의 매출은 계속적으로 어려웠고, 그나마 내방객이 유지되던 고급 및 번화가 일부 식당 등도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매출 감소와 폐점이 늘어나 상황을 더욱 어렵게 했다. 전반적으로 시장은 위축됐고, 가공유통업계도 어려운 한해였다. 
다음으로 수입육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주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미국은 생산이 감소한 반면 내수소비 증가로 수출 오퍼가격이 높게 형성돼 2023년 12월 20일까지 수입량이 약 22만3000 톤으로 전년대비 약 3만3000톤(13.0%) 감소를 보였다. 반면, 호주는 엘니뇨현상으로 농가의 사육의지 감소로 출하가 늘어나며 생체가격이 급락을 보이면서 미국 및 중국 등으로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약 18만5000톤이 수입되며 전년 대비 약 2만8000톤(18.2%) 증가했다. 총 수입량은 약 45만 톤이며, 역대 최고 수치였던 2022년도의 47만 톤 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국내 판매상황을 보면 냉장육은 주 소비처인 외식에서 수요 위축으로 가격을 인하해 처리하고 있다. 갈비도 재고 부족으로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종 소비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정육류도 불경기와 맞물려 최종 소비가 좋지 못해 식자재, 간편식 등 고정수요처로부터의 수요가 약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소고기 수입업체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 돼지고기 시장동향
한돈의 경우 2022년도 불경기로 고가부위인 삼겹살과 같은 구이류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외 저가품목들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늘어났었는데, 2023년에도 이런 시장상황은 비슷하게 이어졌다. 경기악화가 한층 더 심화되며 연말 송년회 수요도 거의 생겨나지 않는 등 삼겹살 판매는 2022년 보다 더욱 안 좋아졌지만, 전·후지와 같은 품목은 수입육 가격상승 및 일본 원전오염수 방류영향 등으로 어느 정도 수요가 이어지며 선방했다.  
지난해 12월 20일까지 등급판정 마릿수는 1825만9000마리로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했고,  지육 평균가격은 5153원/kg에 형성돼 전년 동기대비 1.5% 하락했다. 2023년 소비상황만 본다면 지육가격은 더욱 하락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한 돼지가격 형성구조가 가격을 지지해 줬다고 볼 수 있다.
돼지고기 주 수입국 가운데 하나인 EU는 사육여건 악화(생산비 상승, 동물복지, 환경규제 강화 등)로 모돈이 감축되면서 현지 지육가격이 한때 역대 최고 수준까지 급등해 수출 오퍼가격도 높게 형성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삼겹살 수입은 오히려 전년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그 이외 품목은 수입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2023년 12월 20일까지 15만2900톤이 수입되며 전년대비 7만9700톤(34.3%)의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미국의 경우는 반대로 생산량 증가로 지육가격이 전년대비 하락하며 멕시코 및 일본 등으로 수출증가를 나타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12월 20일까지 13만9000톤이 수입되며 전년대비 1만7400톤(14.3%)이 증가했다. 국내 판매상황은 냉동삼겹살의 경우, 전반적으로 위축됐으며 반면 수입증가로 공급 및 재고가 과다해 수입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목전지는 육가공품 제조용 앞다리 원료육 수입이 감소함에 따라 국내 수요 증가로 강세를 나타냈다. 

# 2024년 시장 전망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2024년 한우 사육마릿수를 전년보다 4.6% 감소한 334만 마리, 도축마릿수는 약 3~4% 증가한 97만5000마리로 여전히 공급과잉을 전망했다. 다만 소비측면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올해 보다 내년 경제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고가제품(안·등·채) 위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더해 자조금 할인행사도 올해 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보여 한우가격이 올해 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한우농가 및 가공유통업계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산 소고기는 일정 수준의 고정수요와 해외 수출업체와의 거래관계 유지문제 때문에 수입량 변화가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에도 매월 약 3~4만 톤의 물량이 꾸준히 유입되겠지만, 한우와 마찬가지로 불경기로 인해 외식식자재 및 간편식 소비가 살아나기는 힘들것으로 보인다. 또 오퍼가격 강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입은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돈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24년 도축마릿수를 올해 보다 감소한 약 1840만 마리로 전망하고 있는데, 소비측면에서 보면 삼겹살 소비가 내년에도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지지해주던 전·후지 등의 수요도 수입량이 늘어나며 위축이 예상되며, 지육가격은 올해 보다 소폭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육은 독일산 수입이 2023년 10월부터 재개됐지만 스펙문제로 인해 수입량이 아직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24년 중하반기 경에나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늘어나더라도 스페인 등 다른 EU국가로부터 시장을 뺏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EU국가 간에 가격경쟁이 시작된다면 오퍼가격이 일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수입량은 소폭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도 유럽에서의 오퍼가격이 하락한다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오퍼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수입량은 올해보다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2024년 수입량은 유럽에서 수입이 늘어나며 올해 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에는 축산물 시장에서 일부 축종이 어려워지면 다른 축종의 소비가 나아지거나, 국내산이 위축되면 수입육이 개선되는 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소, 돼지, 국내산, 수입육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기이니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시장상황에 발 빠르고, 현명하게 대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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