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캐칭, 생계 상차업계 신기원 열었다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상차작업
몰고·잡고·먼지 날리는 3D업종
대부분 외국노동 이탈률 높아
‘치킨 캣’ 도입…일석삼조 효과

작업 피로 낮아 비품 발생 감소
작업 편리·간편 동물복지 적합
부품 국산화 되면 관리도 수월
올해부터 농장에서 본격 시행

치킨 캣을 이용한 포획작업.
이보철 석천운수 대표이사(오른쪽)와 이석재 신흥에스아이 대표이사.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축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격변하는 축산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기반한 첨단기술을 현장에 접목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장치는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축산 현장의 노동력을 대폭 줄일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오토캐칭’도 이중 하나다. 오토캐칭은 업무 강도가 높기로 악명높은 생계 상차 작업을 대체함에 따라 상차 업계에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이다.

국내 최초로 오토캐칭 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되고 있는 전북 익산시 낭산면 소재 ㈜석천운수(대표이사 이보철)를 찾았다. 

석천운수는 ㈜하림의 생계 상차 업무와 운반을 전담하고 있는 회사로, 지난 1989년 사업 개시 후 35년의 업력을 보유한 전문업체다.

 

# 생계 상차업계 극심한 인력난 

생계 상차 작업은 ‘상차(上車)’라는 말처럼 닭을 차에 싣는 일이다. 닭고기를 만들기 위해선 닭을 도계해야 하고, 닭을 도계하기 위해선 도계장으로 옮겨야 하며, 닭을 옮기기 위해선 운송 차량에 실어야 한다. 

대개 10명 안팎으로 꾸려진 상차반들은 계사의 닭들을 몰아 잡고 트럭의 모듈박스(닭을 싣는 컨테이너)에 싣는다. 이때 작업자들은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끼워 거꾸로 드는 방식으로, 한 손에 닭 3~5마리를 잡아 트럭의 발판에 올라선 작업자에게 전달한다. 먼지가 많이 날리는데다 대부분 야간에 작업이 이뤄져 업무 강도 역시 높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이같은 생계 상차가 3D 업종으로 치부되며 내국 인력의 유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데 있다. 때문에 전국 생계 상차팀은 대부분 외국인력으로 구성돼 있는데다, 이마저도 이탈률이 높아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오토캐칭 장비 ‘치킨 캣’.
 오토캐칭 장비 ‘치킨 캣’.

 

# 오토캐칭 시스템 ‘치킨캣’ 도입

석천운수가 덴마크에서 오토캐칭 시스템 ‘치킨 캣(Chicken Cat)’을 도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 하는 생계 상차 작업을 기계 상차로 대체함으로써 노동력 절감과 비품 발생 감소, 동물복지까지 세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킨 캣’은 ‘오토캐칭’이라는 말 그대로 자동으로 닭을 포획하는 장치다. 

계사를 저속으로 주행하면서 고무로 된 기계발에 닭을 걸어 끌어올리는데, 포획된 닭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모듈박스에 자동으로 실린다. 또한 치킨캣은 생계의 무게를 감지하는 자동 저울 시스템을 탑재해, 해당 모듈박스에 정량을 채우면 수송을 멈추고 또 다른 모듈박스에 닭을 적재한다.

시간당 포획마릿수는 8000~9000마리로 수동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작업 인원은 수동의 절반에 불과해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 상차 업계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198개의 부드러운 고무손. 포획 작업이 쉬워 생계를 안전하고 인도적으로 상차할 수 있다.

 

# 자동 상차로 비품 발생률 감소

더욱이 오토캐칭은 상차 작업의 가장 큰 단점인 비품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수동 상차는 생계의 발목을 잡아 일일이 모듈박스에 집어넣는 방식으로, 작업자의 피로도에 따라 비품 발생률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치킨캣을 통한 자동 상차의 경우 생계 포획작업이 사람의 손을 전혀 거치지 않는데다 부드러운 고무손으로 작업함에 따라 날개와 다리 골절률이 낮고 피부 손상률도 감소한다는게 석천운수 측의 주장이다.

“상차 과정에서 닭을 거꾸로 들면 닭들이 중심을 잡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날개·다리·가슴 부위의 멍과 골절, 피부 손상 등이 발생한다”는 소현길 관리부장은 “생계의 비품률 증가로 인해 사육농가와 가공업체의 손실이 크다”며 “폐기 처분되거나 헐값에 판매되는 등 비효율적인 비용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상차 과정에서 비품률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 최근 추세인 동물복지에도 부합

오토캐칭의 또 다른 장점은 최근 축산업의 트렌드인 동물복지에도 부합한다는 점이다.

사람에 의한 상차시 양계장 내 시설물이나 닭들끼리 부딪침이 발생하고, 닭들이 중심을 잡기 위한 퍼덕이는 행동에 의해 골절이나 손상이 가해진다. 또한 수송기사에 전달된 닭들을 모듈박스에 집어넣는 과정에서도 심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치킨캣은 198개의 부드러운 고무손 작업으로 닭을 끌어올리는 등 포획 작업이 쉬워 생계를 안전하고 인도적으로 상차할 수 있다.

동물은 뒤집혔을 때 최대의 공포감을 느껴 스트레스가 증가하는데, 오토캐칭은 기존 수작업 상차와 달리 작업자의 손에 거꾸로 매달릴 일이 없고 상차시 날개짓으로 인해 날개와 다리 등이 골절되거나 피부가 손상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 트레일러와 부품 등 국산화 추진 

이에 석천운수는 오토캐칭 활성화를 위해 치킨캣 본체를 제외한 트레일러와 부품 등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치킨캣의 헤드 바퀴와 벨트, 유압호스, 오일류 등의 부품 국산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국내 농장 상황에 맞는 맞춤형 트레일러를 주문 제작하는 한편, 전자저울업체인 CAS와의 기술 개발을 통해 정확한 중량 센서로 상차시 차량별 평체 적중률을 향상 시키고 있다. 이는 초기 개발 비용은 높지만 추후 A/S와 수리 면에서 수월한 강점이 있다는게 관계자의 부연이다.

아울러 석천운수는 치킨캣 운전자의 숙련도 향상을 위해 협력업체인 (유)신흥에스아이(대표이사 이석재)와 함께 종사자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치킨캣 기본정비 및 영어메뉴얼 교육 △치킨캣운영 통합교육(치킨캣, 트레일러, 지게차) △농장 현장에서 치킨캣 비품 사계 프로세스 개선 교육 등 이론과 실습 60시간을 이수한 상차팀에게만 치킨캣을 양도하고 불합격 상차팀은 교육 완료 시까지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 ‘오토캐칭’ 올해부터 본격화할 터

석천운수는 올해부터 생계 상차 작업에 오토캐칭을 대폭 확대해나간다는 구상이다. 지난 2년간의 농장 시험을 통해 치킨캣의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올해부터 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보철 대표이사는 “이제 사람이 상차하는 시대는 지났다. 유럽 동물복지농장의 경우 수동 상차가 금지됐고, 네덜란드의 경우 100% 자동화 돼있다”면서 “한국 역시 축산업계의 인력난이 극심하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수동 상차를 줄이고 오토캐칭을 통한 자동 상차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철 대표는 이어 “현재 치킨캣과 트레일러가 계사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림 계열농장 60%의 리모델링을 완료한 상태이며, 올해부터는 올품과 신우가 농장 리모델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오토캐칭을 활성화해 국내 닭고기산업이 한층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가일층 분발하겠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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