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복 발생 여파 산업 불안 농가 피해 눈덩이

농가 대부분 가설건축물 사육
매년 겨울철 4개월 사육 제한
개정된 가전법 시행령에 따라
지자체장이 명령토록 법제화

AI 바이러스 유형 다양화 되며
역대 최대 피해 갱신 우려 높아
공급난 가격폭등 불보듯 뻔해
방역 잘하는 농가에 ‘인센티브’
사육제한 종료 시점 정하도록

[기고]  허관행  한국오리협회 부장
[기고] 허관행 한국오리협회 부장

 

국내 오리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급속한 성장을 거듭해 축산 부분 주요 축종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리 생산액을 살펴보면 2008년에 1조 원 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후 2011년에는 1조3966억 원으로 전체 농림업 분야 생산액 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 중인 AI 등의 여파로 오리생산액은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 국내 오리산업 현황
통계청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9월 1일 기준 오리 2000마리 이상 사육 중인 농가는 520호, 총 사육마릿수는 880만6000마리로 전년 동기 919만7000마리 대비 4.2%, 농가수는 12호 감소했다. 지역별 오리농가는 전남도가 251호(48.4%)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전북 133호(25.6%)로, 전남북이 전체 농가의 79.9%(384호)를 차지한다. 전국 오리농가 평균 사육마릿수는 1만6968마리다.
오리 도축마릿수는 2012년도 9040만9000마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7년의 경우 연중 발생한 고병원성 AI와 오리 겨울철 사육제한 실시로 도축마릿수는 4610만1000마리까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오리 도축마릿수는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며 2022년도 오리 도축마릿수는 6012만6000마리로 전년 4928만마리 대비 22.0% 증가했으나 2023년은 4월까지 발생했던 AI와 겨울철  사육제한에 따라 전년 대비 도축마릿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 고병원성 발생 현황
2003년 12월 1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2023년 4월까지 총 14차례가 발생해 1억4000여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 기간 전체 HPAI 발생건수는 총 1286건으로 이중 오리가 662건(51.5%), 닭 574건(44.6%), 기타축종 50건(3.9%)이다. 또 연도별 첫 HPAI가 발생한 축종을 살펴보면 2008년 이전의 경우 닭 축종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던 반면, 2010년 이후 11차례 발생 중 오리에서의 첫 발생이 10회(90.9%)를 기록 중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오리는 분뇨의 수분 함량이 80% 이상으로 많아 축사바닥에 왕겨를 매일 보충해 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 사람과 기계의 축사 출입이 잦고 새끼오리를 입식 후 일정기간 뒤 분동해야 하는 등 오리농장 축사의 구조를 AI 방역의 취약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2019년도 오리협회 조사연구용역 자료의 ‘전국 오리농장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오리농가 911호 중 695호(76.3%)가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 축사에서 오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 오리 겨울철 사육제한 실시
농식품부는 오리농장에서의 AI 예방을 위해 2017년 겨울에 첫 시행한 오리농가 사육제한을 지난해까지 7년째 시행 중이다. 기존 AI 발생지역 및 중점방역관리지구 등 위험지역 내 위치한 오리농가 200호 이상(전국의 30% 수준)이 매년 겨울철마다 4개월간 오리를 사육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2023년 부터는 개정된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에 따라 농식품부장관이 AI 발생 고위험지역의 오리농장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사육제한을 지시하고, 지자체장이 사육제한을 명령하는 제도로 정식 법제화됐다. 따라서 지난해 사육제한 농가수는 역대 최대 수준인 약 310호, 520만 마리 규모로 전체 사육농가의 40% 수준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1000만 마리 이상의 육용오리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 중에서 지자체에서 기존 지원사업 형태로 추가 실시하는 사육제한은 약 150호이며 230만 마리 규모에 달한다.

 

# 향후 오리산업 과제
금번 동절기 역대 최대수준의 오리 사육제한이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12월 3일 전남 고흥군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올해 동절기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이후 12월 15일 기준  전남 무안, 전북 익산 및 김제, 완주, 충남 아산 등 총 15개의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는데, 정밀검사 결과 H5N1형과 H5N6형 AI 감염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나온 H5N6형 HPAI는 지난 2016/2017년도에 가금농장에서 총 343건 발생해 역대 최대피해를 기록한 바 있는 AI 바이러스 유형임에 따라 현재 오리업계는 매우 긴장하고 있다. 
또 가금농장 AI 발생이 늘어나면 발생지 반경 10km 내 오리의 신규 입식이 불가능해 사육제한과 더불어 오리생산량 부족 상황이 심화되고 오리고기 가격폭등 피해도 예상된다. 이처럼 최근 국내 AI 발생과 오리고기 공급난이 반복됨에 따라 2023년도(10월까지) 중국산 열처리 오리육 수입량은 8521톤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AI의 예방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리농가에 대한 각종 방역시설 및 준수사항을 강화하는 한편 △동절기 오리 사육제한 △일제 입식 및 출하 의무화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의무화 △AI 예찰지역 내 오리입식금지 및 종란 반출금지(폐기) △새끼오리 입식 전 환경검사 및 입식 승인제도 △오리농장 및 도축장 검사 강화 등 각종 AI 방역조치를 강화해 시행 중이다.
그럼에도 국내에서 AI 발생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겨울철마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천만 마리의 철새들이 국내에 도래하는 상황에서 강화된 방역조치로 AI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인다. 
따라서 농장주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신고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AI의 교차오염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신고 지연농가와 방역조치 미준수농가들에 대한 각종 제재조치, CCTV설치와 소독장면 사진제출 요구 등 방역당국의 감시 아닌 감시행위는 농가들의 자발적 방역활동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오히려 불만을 야기한다. 오히려 농가자율방역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AI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지 올해로 20년째 되는 만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미흡농가들에 대한 처벌보다는 잘하는 농가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로 전향하고,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한민국 AI 방역의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 AI 예방할 수 있는 근본 대책 시급
2003년도부터 최근까지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을 비롯한 매몰처리비용, 소독비용 등 AI 관련 방역예산 누적 소요액이 약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오리 사육제한에 따른 보상금 예산도 100억 원 이상 별도로 소요되고 있다. 반면, 강화된 AI 방역조치에 따라 사육회전수와 소득이 거의 반 토막이 난 오리농가들은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의 보조사업도 없어져 현재 상황에서 축사시설의 개선과 방역시설 확충은 엄두를 낼 수가 없다. 
또 위험지역 내 오리농가는 대부분 겨울철 사육제한 대상이므로 시설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오리의 사육을 금지해 AI를 예방하려는 사육제한 제도는 임시방편 대책일 뿐만 아니라 7년째 정례화되면서 오리산업의 피해만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이라도 사육제한의 종료시점을 정해 근본적으로 AI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대부분 비닐하우스형 가설건축물인 오리농장들에 대한 특별지원사업을 통해 축사구조를 중장기적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이 결국 AI 방역예산과 국가적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명하고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아울러 오리에서 AI 발생 비율이 높은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수의 및 방역적인 측면이 아닌 축산 및 사양관리 측면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충분한 연구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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