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유발 원인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의 배설물은 토양의 질 높이고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까지 향상
‘축산=주범’은 잘못된 주장일 뿐

농업 부분 온실가스의 3.1% 차지
그중 축산업은 겨우 1.7%에 불과
과학에 기초한 문제 해결 바람직

[기고]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현재와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재난이다. 기상 재난은 이미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며 인명이나 재산 피해 규모도 점점 많아진다. 

세계 기상 기구에 의하면 2023년 7월에서 9월은 세계 역사상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년의 여름 온도가 섭씨 40℃ 심지어 50℃가 넘는 지역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났었다. 공상만화에서나 보던 불타는 지구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모두 지구온난화로 인한 결과이며 그 핵심은 탄소에 있다. 

 

 

# 세계는 탄소 경제 시대 

기후변화와 관련해 화석연료가 중요한 것은 탄소 때문이다. 화석연료에는 이산화탄소, 메탄이 포함되는데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는 탈탄소, 저탄소 사회로 간다고 하는 것이다.

2020년 이후부터 유럽은 탄소 감축을 적극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탄소 규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우선 탄소 국경 조정세 도입이다. 이것은 흔히 아는 관세와 유사한 것이다. 유럽과 수입국가 간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차이만큼 탄소 관세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035년까지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 및 수소, 에너지저장 장치 등을 위해서 ‘에너지와 지구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더 나은 재건을 위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454개 도시, 23개 지역, 1660개 기업, 569개 대학과 85개 금융 투자기관 등이 ‘탄소 제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된다. 바야흐로 탄소 경제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다.

 

# 기후변화 주범은 ‘축산’이 아니다

그런데 이상한 주장이 있다. 축산이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잘못된 주장이다. 주범이라는 최초의 근거가 2006년 세계농업기구가 발간한 ‘가축의 긴 그림자(Livestock’s Long Shadow)’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내용에는 축산 부문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13년에 같은 기관이 발간한 ‘축산업의 기후변화 해결(Tackling Climate Change through Livestock)’이라는 보고서에서는 축산업 전 과정을 근거로 세계 온실가스 비중의 14.5%를 차지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료 생산(33억 톤), 가축사육(35억 톤), 수송·가공(2억 톤)에 총 71억 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8%에서 14%로 낮아지기는 했다.  

2018년에 미국 미시건대 연구팀은 소 방목지 1만㎡당 연간 약 3.75톤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소고기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완전히 상쇄하고도 남는 흡수량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에는 미국 일리노이대 팀이 네이처 푸드지에 2007~2013년 동안 200개국 171개 작물과 16개 동물성 식품을 분석했는데, 온실가스는 배출이 한해 99억 톤(배출량의 20%)이며 2015년 추정치의 1.5배에 해당된다. 흥미로운 것은 소의 배설물이 토양의 질을 높여 토양의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것도 제시됐다. 

2022년에는 한국동물유전육종학회지에서 소고기 1㎏당 평균 25.5㎏CO²eq가 배출되는데 가장 낮은 나라는 네덜란드, 높은 나라는 에티오피아로 14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9.8㎏, 미국은 11.9㎏, 한국은 13.9㎏으로 미국 다음으로 낮다.  

 

 

# 에너지 사용이 탄소배출의 주범

축산 관련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것은 다양하다. 그리고 연도별로 주장하는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연도별로 다르게 나오고, 분석의 일관성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전 과정이라고 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사전에 범위의 설정인데 기준도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전 과정 분석이라고 해도 결과의 해석에 혼동만 존재하는 것이다. 전 과정으로 분석해 비교한다면 다른 부분도 동일하게 전 과정으로 분석해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면 발전 부분의 예처럼 석탄 원재료 채취-국내외 운송-발전-송전-배전-소비 등과 같이 전 과정을 고려할 경우 어마어마한 탄소 배출이 나올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화석연료가 주범이라는 것이다. 결국 확실한 것은 화석연료 즉 에너지의 사용이 탄소배출의 주범이지 축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객관적인 증거에서 우선 국제에너지기구인 IEA의 2023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부분별 배출량 비중에서 전력 부분에서 가장 많고 산업 수송, 기타(농림수산 등), 그리고 건물 등으로 나온다.  

  

 

#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정보센터의 자료에서는 총 배출이 6억6000만 톤이며, 분야별 배출량 비중을 보면 에너지 분야가 5억9060만 톤으로 86.9%를 차지했으며, 산업공정 5100만 톤(7.5%), 농업 2120만 톤(3.1%), 폐기물 분야 1680만 톤(2.5%) 순으로 분석됐다. 

농업 분야는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와 경작면적 감소의 상쇄로 2020년 대비 0.9% 증가한 2120만 톤 수준으로 나타났다. 농업 분야의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950만 톤, 2020년은 1.2% 증가한 960만 톤, 2021년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980만 톤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속적인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현상으로 2021년에는 전년 대비 한·육우 5.3%, 돼지 0.5% 등 가축 사육마릿수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만 톤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 부분 3.1% 중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절반인 1.7% 정도 내외라고 본다. 

 

#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문제 해결   

대한민국은 고민할 것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 정치의 양분화, 도농 격차, 연금개혁, 노동개혁, 진정한 지방 분권 등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 여기에 탄소 문제까지. 첩첩산중이다.

“산에 가서 길을 잃으면 위로 올라가라”는 말이 있다. 헌데 위로 올라갈 때 길을 잘 찾아 가야지 엉뚱한 길로 가면 고생을 많이 한다. 하산도 늦어진다.  

지금의 축산이 그렇다고 본다. 온실가스 저감은 모든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해야 하는 문제다. 객관적이고 과학에 기반한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파악한 후에 신속하고 과감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축산의 경우 사료 배합, 사육 기술의 개선과 IT의 접목, 축산 분비물의 토양 흡수 잠재력과 다른 분야에서 이용 가능성 등 다양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면서 축산인의 인식 제고와 교육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이런 것들이 잘 해결될 때 올바른 길로 가서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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