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맞이했던 것만 같았던 2023년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시점에 놓였다. 한 해를 되짚어 보면 곡물시장도 숨 가쁜 한 해를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애그플레이션이란 긴 터널의 끝자락에 놓여있는 것인지 아니면 연속선 상에 놓여있는 것인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글로벌 거시경제 측면과 최근의 곡물 가격 하향 안정세를 살펴보면 전자 쪽이 더 가깝다고 여겨지나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이상기온 현상은 곡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어 속단하기는 어렵다. 
2023년 한 해 곡물시장의 흐름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상반기에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심했으며 흑해 곡물 협정기간 연장으로 내려갔던 곡물가격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반구 곡물 생산 시즌 기상 악화 우려로 연고점을 찍으며 급등했다. 엘니뇨 현상이 심해져 주요 곡물 생산국들의 생산이 저조해질 것이란 전망과 7월 17일 흑해 곡물 협정기간 만료와 러시아의 탈퇴로 인해 곡물 가격은 강세 기조를 유지했다. 글로벌 공급 확대 전망과 인도주의적 회랑을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는 치솟았던 곡물가격을 다시 떨어뜨려 놓은 상태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24년 3월 인도물 가격은 12월 20일 현재 부셸당 4.70달러로 연초 대비 24% 하락했으며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소맥가격의 하락세도 두드러져 연질 적색 겨울밀(SRW) 2024년 3월 인도물 가격은 부셀당 6.10달러로 연초 대비 25% 하락했다. 옥수수, 소맥과 달리 대두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시장의 식물성 기름에 대한 수요 증가와 착유용 소비량 확대가 대두가격의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생산 시즌에 들어선 남미 시장의 기상 여건이 좋지 못해 예상보다 대두 생산량이 저조해질 것이란 전망 또한 대두 가격의 하락세를 제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대두 2024년 3월 인도물 가격은 12월 20일 현재 부셸당 13.16달러로 연초 대비 5%, 연고점 대비 7% 내려가 있다. 
2023년 외부 시장의 변화도 곡물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스위스계 은행들의 주가 폭락 사태에 따른 글로벌 금융 위기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곡물 시장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기대감에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탔다. 공급 제한과 수요 확대 기대감에 유가도 상승하자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살아났으며 곡물가격의 상승을 견인했다. 하반기에도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로 외부 시장은 강세를 나타냈다. 미 연준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며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며 뉴욕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원유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으나 중동지역의 긴장이 완화되고 미국의 원유 재고가 증가하자 유가의 상승세는 꺾였다. 원유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의무적인 감산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자발적인 감산에 들어가기로 한 점 역시 유가를 대폭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곡물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급변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큰 장세는 2024년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한 해 동안 ‘세계 곡물 시장 브리핑’을 애독해 주신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새해에는 보다 더 알찬 정보를 제공해드리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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