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1960년대 초 일본의 일류대학교의 어느 졸업생이 대기업 직원 공채에 지원서를 냈다. 2000여명의 응시자 중 30명이 1차 시험에 합격했고, 이들은 최종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졸업생은 자신이 일류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으니 그 모든 과정에서 손쉽게 통과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최종 면접도 자신이 있었다. 
3명의 면접관 사이에는 그 회사의 사장이 있었다. 그는 이 청년의 이력서를 한참 들여다 보더니 혼자서 말했다. “음..점수가 좋군.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홀어머니 밑에서 잘 자랐군..”
그러더니 사장은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리거나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나요?” 청년은 아찔했다. 
그는 당황스러웠지만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러자 사장은 다시 물었다. “부모님의 등을 긁어드린 적이 있나요?” “예, 초등학교 시절 어쩌다 어머니의 등을 긁어드리고 용돈을 받은 적은 있습니다.”
청년은 자신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무슨 면접이 이렇지? 실력보다 자질구레한 행동을 묻는 것은 또 뭐람” 그가 면접 장소를 나오려는데 사장은 다른 면접관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면접이 다 끝난 후 인사 담당자는 지원자들에게 최종 합격 발표는 개별통보를 하게 된다고 주지했고, 청년이 일어서자 조용히 따로 불렀다. “당신에겐 특별히 사장님의 지시사항이 있었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십시오. 하지만 오시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을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은 어머님의 목욕을 돕거나 발을 씻어드린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내일 오시기 전에 어머님의 발을 씻어드린 후 사장님실로 방문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낙방한 줄 알았던 청년은 뛸 듯이 기뻤다. 그는 반드시 취업을 해서 어머니를 모셔야 할 입장이었다. 아버지는 자신이 태어난 지 몇 해만에 돌아가시고 지금까지 어머니가 품을 팔아 자신을 키웠고 평생 학비를 댔고, 어머니의 바람대로 그는 도쿄의 최고 명문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학비가 어마어마했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하시거나, 그런 표정을 아들 앞에서 내보인 적이 없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청년은 하루속히 직장을 잡아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 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는 중이다. 
청년이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일터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청년은 생각했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시니 틀림없이 발이 가장 힘든 부분일 것이라고. 그래서 사장님도 발을 씻겨드리라고 한 것 같다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아들이 갑자기 발을 씻겨준다고 하자 의아해 하며 “애가 갑자기 왜 그러니? 마음은 고맙지만 내가 씻으마”며 거절했다. 
한사코 발을 내밀지 않는 어머니에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자 어머니의 태도가 금세 바뀌었다. 두말없이 어머니는 문턱에 걸터앉아 세숫대야에 발을 담갔다. 
청년은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어머니의 발등을 잡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까이서 살펴보는 어머니의 발이었다. 자신의 발과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앙상한 발등이 나무껍질처럼 딱딱했다. 
청년의 손이 엄마의 발바닥에 닿는 순간, 청년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발바닥이 마치 시멘트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사람의 피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손이 발바닥에 닿았는지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굳은살 때문에 감각이 없었던 것이다. 
청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고개를 더 깊숙이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울음을 참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복받쳐 오르는 울음을 간신히 삼키고 또 삼켰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쪽 어깨로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아들은 어머니의 발을 다 씻겨 드린 후 어머니의 발을 끌어안고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만류에도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튿날 청년은 약속대로 사장실 문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가 저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불효자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크나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어머니 한 분밖에는 안계십니다. 이제 정말 어머니를 잘 모시겠습니다”고 말했다. 
우렁이는 알이 깨어나면 자신의 살을 먹여 새끼를 기른다. 새끼는 어미 우렁이의 살을 파먹고 자라나고 혼자 움직일 수 있을 때쯤이면 어미 우렁이는 살이 모두 없어져 껍질만 남아 물위에 둥둥 뜨게 된다. 
그렇게 떠오른 껍질만 남은 우렁이는 흐르는 물살에 아무 말없이 떠내려 간다. 늘 주기만 했던 자신의 사랑을 한 번도 탓하지 않은 채….
사랑은 어쩌면 받아서 내가 살찌는 그런 일이 아닐지 모른다. 당신의 삶에 영양분이 되어 주는, 그렇게 끊임없이 주고 있음에도 늘 더 주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눈물겨운 그런 사랑, 그것이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