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 확산 차단 신속한 백신 공급이 주효

골든 타임 안 놓치려 사투
도축장 등 일시 이동 제한
11월 28일부터 방역대 해제
백신 수입 공급 긴박하게

400만 마리 소 일제 접종
방역당국은 24시간 비상
지자체·수의사 등 총출동
현장에선 전시를 방불케

‘기존 전염병’ 유언비어도
농장 단위 살처분에 불만
선택적 살처분 전환 결단
철저한 방역 수칙 지켜야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이 럼피스킨 농장을 표시한 지도를 보며 추후 방역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이름도 생소한 럼피스킨이란 해외 악성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난 10월 19일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한우농장에서 확인됐다. 럼피스킨은 서해안을 중심으로 확산하는가 싶더니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결국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발생했다. 정부의 발 빠른 예방 백신 수입 및 전국 배포, 방역·방제 활동이 짧은 기간 동안 긴박하게 실시됐다. 

이를 통해 전국에서 사육 중인 407만 마리의 소에 대한 예방 백신 접종을 단기간에 마칠 수 있었다. 이후 럼피스킨 확산 기세가 한풀 꺾이더니 지난 11월 20일 이후 추가 발생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안용덕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에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럼피스킨 방역 추진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 현재까지의 럼피스킨 발생과 방역 정책 추진 현황이 궁금하다.

“럼피스킨은 현재까지 한우 81호, 젖소 23호, 육우 3호 등 9개 시·도, 34개 시·군 등 총 107호에서 발생했다. 11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전국 농장의 소 반·출입을 금지했고, 11월 27일 이후에는 가축방역관의 임상검사 후 이상이 없는 소에 한 해 농장 간 이동을 허용했다.

12월 1일부터는 89개의 가축시장 중 71개(방역대 내 가축시장은 제외)와 축산종사자 모임을 단계적으로 허용했다. 11월 23일부터 백신 접종 3주가 경과하고 최근 7일간 발생이 없는 방역대 및 역학 농가의 경우 임상검사를 거쳐 방역대 외부의 지정도축장으로도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11월 28일부터 추가 발생이 없는 방역대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또 최근 10일간 비발생 등 럼피스킨 방역 상황이 안정세를 유지함에 따라 학계 등 관계전문가 협의회를 거쳐 지난 1일부터 가축시장 운영 및 축산종사자 모임을 단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 럼피스킨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소가 럼피스킨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을 보이나. 

“럼피스킨은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관리 대상 목록에 있는 질병이다. 주로 흡혈 파리, 모기, 진드기 등 매개 곤충에 의해 전파된다. 또 직접 접촉, 오염 사료·물 섭취, 오염 주사기 등에 의한 전파가 가능해 주의해야 한다. 

럼피스킨에 감염된 소는 41℃에 가까운 고열 후 전신성의 피부·점막 결절이 나타난다. 잠복기는 보통 4~14일 정도이고,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최대 28일로 보기도 한다. 우유 생산량 급감, 침울, 식욕부진, 쇠약, 과도한 침 흘림, 눈·코 분비물 증가, 림프절 종대, 가슴·다리 등 부종, 유산, 일시적·영구 수소의 불임 등이 동반됨으로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 이번 럼피스킨 확산 차단에 신속한 백신 공급이 중요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이미 54만 마리분의 럼피스킨 백신을 확보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예산 낭비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비해 놓은 백신이 신속한 접종을 가능케 했다. 이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한우, 젖소, 육우 등 소 407만 마리에 접종할 빠른 백신 확보가 럼피스킨 확산을 막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10월 19일 럼피스킨 첫 확진 이후 정부는 전 세계 동물약품 업체들을 수소문했고, 타국으로 수출할 물량까지 선점해 긴급히 백신 물량을 한국에 들여왔다. 해외에 있는 공관 협조까지 받으면서 10월 31일까지 407만 마리의 럼피스킨 백신을 확보했다.”

 

- 예방 백신을 400만 마리가 넘는 소에 일제히 접종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백신 접종 현장은 전시를 방불케 했다. 사전에 확보해 둔 백신으로 럼피스킨 발병 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접종하고, 백신 추가물량이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12일 동안 전국 소 407만 마리에 대한 접종을 완료했다. 방역당국은 24시간 응급 대기 상태가 지속됐고, 당초 계획한 11월 10일이라는 기한을 지키기 위해 전국 지자체, 관계기관과 수의사 등이 총 출동해 깜깜한 밤에도 야간 작전을 하듯이 백신 접종을 시행했다. 

컨트롤타워, 관계기관 간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럼피스킨 발병 후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18개의 부처가 공동 대응했다. 방역 현장에서는 중앙정부와 각 지역 지자체 등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부처 간 혹은 지자체 간,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잘 이뤄졌다. 특히 전국 축협에서 150개의 연무 소독기를 긴급 투입해 방역에 큰 도움을 줬고, 공수의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백신 접종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 선별적 살처분이라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같은 적극 행정으로 농가 피해가 줄었다. 결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럼피스킨은 농가들에서 생소한 가축전염병이다. 럼피스킨과 비슷한 질병이 8가지나 되는데, 현장에서는 기존에 있던 전염병 아니냐는 유언비어도 돌았다. 1~2마리 확진됐다고 해서 농장 전체를 살처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됐다. 

정부는 가축전염병에 대해 항상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확산 가능성 유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럼피스킨의 경우 백신 일제 접종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선별적 살처분이라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지금까지는 농가 피해는 줄이고 방역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럼피스킨, 이제는 안심해도 되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12월 중순까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방역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 접종 후 3주, 이후 모니터링 기간 ‘7일+7일’을 더하면 오는 14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농식품부는 현장 채혈을 위해 투입된 방역사들에게 흡혈곤충 출몰지역에 대한 모니터링도 요청했다. 

방역에 안심은 금물이다. 럼피스킨 예방 백신 접종으로 면역 효과가 있는 몇 달간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언제 다시 발생할지 알 수 없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내년 봄, 중국과 북한에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 농가는 차단 방역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세밀한 모니터링으로 만전을 기하겠다.”

 

- 끝으로 지면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럼피스킨 방역 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안심할 시기는 아니라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방역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농장주가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차단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외부 모임 등에 다녀온 농장주는 농장 입구에서 반드시 차량을 소독하고, 외출 시 착용했던 의복·신발 세탁, 축사 출입 시에는 전용 작업복·신발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 전신에 울퉁불퉁한 혹 덩어리(결절), 고열, 유량 감소 등 럼피스킨 의심 증상을 확인하는 경우 즉시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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