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착잡하다. 오리업계가 불철주야 노력한 AI 방역이 무색하게 오리에서 AI가 시작됐다.  
지난 4일 전남 고흥 소재 육용오리 농장에서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되면서 오리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AI를 대비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정부의 강화된 겨울철 사육제한에 군말 없이 따랐던 오리업계의 희생이 흐려졌다. 오리에서 다시금 첫 AI가 발생해 AI의 근원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흔히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다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결과가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게 현실이다. 결과가 나쁘면 과정은 묻힌다. 
가금 중 유독 AI 증상 발현이 더딘 오리의 생물학적 특성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겨울철 사육제한의 부당함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 할 말을 잃게 만든다. 가슴 절절한 오리농가의 사연과 오리산업의 어려움을 백날 논해봐야 따가운 눈총만 쏟아질 뿐이다. 
이렇듯 오리에서 첫 AI 발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이유를 불문하고 AI의 근원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사실로 굳어져 정부의 방역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올해 사육제한 농가수가 평년에 비해 대폭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리업계의 “겨울철 사육제한 종료시점을 설정해 달라”는 호소도 명분이 사라진다. 
그렇다면 오리농가들이 방역에 소홀했던 걸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일례로 이번에 AI가 발생한 오리농가가 소재한 고흥은 서해안벨트다. AI 고위험지역임에도 겨울철 사육제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정부·지자체의 방역점검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그랬던 농장에서 올해 첫 AI가 발생했으니 지금 그 누구보다 억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오리업계는 첫 AI 발생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매년 오리에서 첫 AI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방역 역량을 최대한 집중해 AI를 대비하고 극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끊임없이 보여야겠다. 결국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철저한 ‘방역’만이 오리가 AI 근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