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의 삶은 고달픈데
‘이름’ 파는 곳은 늘고
정부 빌붙고 자리 다툼
역할과 사명 자성을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들이 국가의 정책으로부터 실질적으로 소외당하거나 배척당하는 현재의 실태는 농민이 그 원인을 제공해서가 아니다. 산업의 가치보다 경제 효율성과 수치상의 비교에 따른 열세에서 오는 차별이다. 
이러한 차별은 산업의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 원인이고, 이해의 부족은 농경국가에서의 동질감이 그만큼 떨어져서이다. 
1970년 말까지만 해도 국민의 대다수가 농업과 연관성이 있었다.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부모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어린 시절부터 그 부모를 따라 농사일을 돕거나 일소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풀을 베거나 했다. 
때문에 국민 먹거리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알았고, 농촌이 어려울 때마다 ‘고향 마케팅’에 모두의 힘을 모을 수도 있었다. 너도 나도 지갑을 열어 ‘신토불이(身土不二)’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농촌을 떠나 도시에 터를 잡은 많은 이들이 점점 농촌의 삶을 고됨과 가난으로 추억한다. 그리고 도시에서 자란 그들의 2세는 농촌이라는 개념조차 없다. 
아스팔트 킨트(Asphalt Kint)는 이들을 지칭한다. 도시의 고층빌딩은 하늘을 한 겹씩 덮어가고, 콘크리트 벽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고 아스팔트는 흙을 메꿔간다. 
이런 도시 속에서 자연으로부터 분리되어 흙을 밟지 못하고 자란 세대를 가리켜 아스팔트 킨트라고 한다. 지금의 대다수 젊은 세대들이 바로 그렇다. 농업이 왜소해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이것이 농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주된 이유만은 아니다. 농민의 권익을 내세우며, 농민을 대변한다는 단체장, 정부 부처, 전문가 등등의 이율배반적 행동이 농민들을 갈라놓고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줄어드는 농민과는 대조적으로 단체는 물론 무슨 연합회가 생겨나고 서로 농민의 이익단체임을 선언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기보다는 소수의 이익 대변에 앞장서며, 그것을 위해 성명을 남발하고 정부의 정책을 환영하거나 심지어는 정부 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장관 선임과 관련해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지식도 없이 정부가 정해 놓은 내정자를 위해 단체와 관련단체협의회 등은 미리 환영의 뜻을 성명으로 발표한다. 
그 결과는 어떤가? 그토록 농업에 조예가 깊다고 환영했던 어느 장관은 3개월만에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장관직을 헌신짝 버리듯 던졌고, 내부 승진이어서 농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던 또 어느 장관은, 임기 내내 소통과는 거리가 먼 농정을 펼침으로써 ‘독재 농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정부가 농업정책을 펼 때마다 추임새를 넣는 일부 단체장들은 자신들이 임원으로 있는 무슨 연합회나 관련단체협의회의 이름까지 빌려가면서 환영 일색이다. 이러한 환영이 정말 전체 농업에 도움이 되는가?
최근 내년도 농업 예산이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높은 5.2%로 1조 몇천억원 늘었다고 또 환영의 성명을 냈다. 하지만 그 증가분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그저 정부의 발표에 환영으로 추임새를 넣으면 그만인 모양이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체결 후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 및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도입된 ‘농어촌특별세’가 내년 6월 일몰될 예정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모양새다. 
이 농어촌특별세가 폐지될 경우 약 7.6조원이 증발되고, 농특회계는 물론 농업농촌직접지불금과 균특회계, 축산발전기금도 큰 타격이 생겨 농어업과 농어촌 지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윤준병 국회농해수위원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에 따른 농어촌특별세는 7조 6199억원으로 올해보다 6319억원 증액됐다. 하지만 현재 농어촌특별세법에서 농어촌특별세의 유효기간은 내년 6월까지다. 그 이후 농어촌특별세가 폐지되면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재원이 증발하게 된다. 
내년 예산안에 따른 농업, 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 지불기금은 3조194억원으로 농특회계에서의 전출금은 2조9872억원으로 전체 98.9%에 달한다. 농어촌특별세가 폐지되면 약 1조4697억원이 사라지게 된다는 의미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도 7.4%에 해당하는 9870억원을 농특회계에서 전출하고 있어 농어촌특별세가 폐지되면 4856억원이 사라지고, 9621억원 규모의 축산발전기금 역시 1455억원을 전출하고 있는 만큼 716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유효기간을 10년 더 연장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미 두 차례 연장을 했음에도 또다시 연장하겠다는 과거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농업관련단체들 치고 이러한 일몰제의 영구 전환을 주장한다는 소릴 듣지 못했다. 생산자단체는 정부 정책에 추임새를 넣는 곳이 아니다. 정부에 잘보여야 그만큼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농민의 권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관변단체일 뿐이다. 제발 자신들의 사명과 역할에 충실한 단체로 거듭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