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우려는 결국 잔인한 현실로 돌아왔다. 오리농가들이 그토록 “불가”를 호소했건만, 이달부터 사육제한 법제화가 강행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오리 사육을 금했다.
올해 겨울철 사육제한에 포함된 오리농가는 311곳이다. 이는 전국 784개 오리농가 중 41%로, 530만 마리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무려 150농가가 늘었다. 
사육제한 법제화가 이제 막 한걸음 떼었을 뿐인데, 오리농가들은 멸절의 기로에 놓였다. 사실상 정부와 지자체가 짠 법제화 그물에 갇힌 셈이다. 
오리농가들은 농식품부 장관이 사육제한을 지시하면 어김없이 따라야 한다. 일단 AI가 한번이라도 발생했으면 무조건이다. 여기엔 토를 달 수 없고, 어기면 꼼짝없이 범법자가 된다. 다만 방역시설과 수칙, 추가 점검사항을 모두 충족하면 겨울철에도 사육할 수 있다는데, 숨 막일 정도로 강화된 추가 점검사항을 통과할 수 있는 오리농가가 과연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들의 무분별한 추가 사육제한이다. 어르고 달래며 사육제한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 물론 오리농가들이 거부할 순 있지만 이후 정상적인 오리 사육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자체 지원사업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소속 계열사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혹여 AI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과태료 폭탄과 함께 주홍글씨로 낙인찍혀 앞으로 오리 사육은 포기해야 한다.
지자체들이 올해 사육제한에 편입시킨 농가는 311농가 중 129농가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눈에 불을 켜고 관내에서 오리 사육을 막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행법상 AI가 발생할 경우 살처분 매몰비용을 지자체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의 추가 사육제한을 강력히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매년 농가수는 늘어날 것이다. 하물며 최고의 AI 방역은 ‘오리 사육 전면금지’라는 방역기조가 깔려있는 한 불을 보듯 뻔하다.
겨울철 사육제한의 처음은 이랬다. 오리농가들의 경제적 피해 최소화에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하겠다고. 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육제한 법제화를 두고 오리농가의 이해와 동의를 얻었는가. 또 충분한 보상과 지원은 제시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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