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우사육 꿈이 하나 둘 현실로


부친, 여유생기면 아들 위해
우사 늘리며 조금씩 뒷받침
축산학과에서 이론 습득 후
군 제대 하자마자 농장 투신
조경수 심어 친환경 외관도

축사 현대화로 폐사율 급감
부산물·조사료·유산균 혼합
자가TMF로 생산비용 절감
자가 인공수정 능력 극대화
성적 급상승 선도농가 반열

강기창 대표가 소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강기창 대표가 소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TMR 사료배합기. 신천농장에 맞는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2주~한달간 발효해 급여한다.
TMR 사료배합기. 신천농장에 맞는 최적의 비율로 배합해 2주~한달간 발효해 급여한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축산업 영위에 있어 후계인력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후계인력이 있는 경우 자식에게 업을 물려주고, 없는 농가들은 대부분 폐업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축산인의 상당수가 후계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미래 대한민국의 축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자조 섞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찍이 축산을 업으로 택하고 가업을 이어받아 축산인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도 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서 한우 40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신천농장의 강기창 대표(38)도 그중 하나다. 

 

# 유년시절부터 한우 사육 꿈꿔

강기창 대표는 벼농사와 배추, 감자, 한우 등 복합영농을 영위하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강 대표의 고향인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은 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마을 주민 대부분이 특산물인 고랭지 채소 재배에 매달렸다. 

농촌에 사는 여느 아이들처럼 유년시절 그의 시계도 소에 맞춰져 있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밭갈이 등 역용 겸 재산 증식용으로 소를 길렀고, 남은 부산물과 소 꼴을 베어 소의 배를 채우는 일은 막내인 그의 몫이었다.

강 대표는 “소의 눈을 보면 마음이 편해졌다. 소가 좋아 막연히 어른이 되면 소를 키울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가업을 물려받을 테니 규모를 키워달라고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밝혔다.

 

# 축산학과 진학해 이론 무장

아버지는 그런 강 대표의 말을 잘 들어주셨다. 아버지는 그를 위해 여유가 생기면 우사 옆에 우사를 짓고, 또 그 옆에 우사를 짓는 방식으로 서서히 규모를 키웠다. 처음 5~6마리였던 소는 20~30마리로 늘었고, 또 얼마 뒤에는 40~50마리로, 그가 농장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200마리까지 불어났다.

청소년 시절에도 소에 대한 그의 애정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말 진로를 결정할 당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상지대학교 축산학과를 택했다.

소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학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사양학과 육종학 등을 배우며 전문적인 이론을 무장하는 한편, 같이 한우를 키우는 선후배들과 어울리며 인맥을 쌓았다.

 

# 서른 살, 본격적인 홀로서기

졸업 후 28개월간의 ROTC 복무를 마친 그는 지난 2010년, 26살의 나이에 본격적인 농장생활에 돌입했다. 

처음 4년간은 아버지와 함께 농장을 운영했다. 이후 강 대표의 능력을 인정하신 아버지는 농장에서 손을 떼셨고, 그는 서른 살에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축사 개조사업을 역점에 두고 추진했다. 우사의 구조상 송아지가 다치거나 사고사가 잦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 그는 선진농장을 찾아다니며 그의 농장과 다른 농장을 비교·분석해, 문 높이를 낮추고 펜스 간격을 좁히는 한편 축사 현대화를 추진했다. 

그는 “문과 바닥 사이에 공간이 떠있고 펜스의 간격이 넓다 보니, 머리를 넣거나 다른 방으로 넘어가려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애초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우사 재정비를 단행한 결과 기존 20%였던 폐사율이 6~7%까지 줄었다”고 말했다.

또한 2011년에는 농장 HACCP 인증에 이어, 농장 주변에는 조경수와 꽃나무 등을 심어 환경친화적인 외관을 구현한 결과 2020년에는 깨끗한 농장으로 선정되는 쾌거도 이뤘다.

 

# TMF 및 조사료 생산 돌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생산비도 대폭 낮췄다. 전량 구입에 의존해왔던 배합사료와 조사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가 TMF와 조사료 생산을 시작한 것이다.

신천농장은 곡물원료를 혼합한 사료 베이스에 식빵 자투리·새송이버섯 배지·두부박 등의 부산물, 옥수수·수단·라이그라스·호밀·청보리 등 조사료와 유산균 등을 최적의 배합비로 혼합한 후 2주~한 달간 발효시켜 소들에게 급여한다. 이 과정에서 사료회사에 성분분석을 의뢰해 영양소 밸런스를 따져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그대로 급여하거나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한다.

또한 조사료 비용을 낮추기 위해 7500평의 부지에 옥수수와 수단을 재배하는 한편, 수입산 대신 국내산 조사료를 사용해 단가를 낮추고 있다.

강 대표는 “자가 배합과 조사료 생산을 통해 사료비를 30% 이상 줄일 수 있었다”면서 “생산된 조사료를 소에게 급여하고, 가축 사육과정에서 나오는 분뇨는 부숙시켜, 다시 밭에 환원하거나 판매하니 1석 3조”라고 강조했다.

 

# 자가 인공수정으로 질병 해결 

강 대표는 인공수정도 직접 실시한다. 지난 2010년 발생한 대규모 구제역으로 인공수정사들의 발이 묶이며 공태기간 장기화를 경험했던 그는 교육 이수 후 자가 수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우개량정보’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 암소의 개체번호를 입력한 뒤 도체중·등심단면적·등지방두께·근내지방도 등 숫소 정액의 유전능력과 근친도 등을 계산해 최적의 정액을 선택한다.

강 대표는 “비선호 정액도 궁합이 잘 맞는 소를 만나면 좋은 소가 태어난다. 가장 좋은 정액은 고능력 정액이 아니라 내 소에 맞는 정액”이라며 “이를 위해 내 소의 능력을 잘 꿰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가 수정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 절감과 함께 소들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진료를 제외한 모든 작업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적어 질병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천농장은 2~5월 사이에 분만이 몰리도록 계획교배를 실시, 나머지 계절에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 기반 탄탄 건실 농장 만들 터

가장 큰 변화는 신천농장의 성적 변화다. 

현재 신천농장의 등급출현율은 1++ 등급 이상 45%, 1+ 이상 85%, 1등급 이상 100%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등심단면적은 전국 평균인 94~96㎠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99.5㎠를 기록한 만큼 앞으로 더욱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기창 대표는 신천농장을 선도농가의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대표적 활동은 2세 모임이다. 강 대표는 횡성지역 한우 2세 모임인 ‘우리회’와 횡성한우 청년후계농 모임인 ‘횡성한우 승계농업인 연구회’에서 총무를 맡고 있다. 이곳에선 사양관리 등 각종 정보 공유는 물론 깔짚, 사료원료, 기자재 공동구입을 통해 단가를 낮춘다. 또한 지자체에 필요한 교육을 요청하는 한편 현장의 애로점 등을 공식 건의하는 등 횡성한우산업 발전을 위한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엘리트암소를 늘려 신천농장을 엘리트카우 농장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우량 종자를 우리 고향 횡성에 보급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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