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곳을 그냥 두고
무작정 밀어 붙이기는
‘떼쓰기’로 보일 뿐
정확한 처방이 필요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농협법 개정안이 또 다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 종합농업단체협의회를 비롯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지난 15일 농협법 개정을 지연하고 있는 법사위를 각성하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농협법 개정안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오랜 숙의를 거쳐 통과했지만, 법사위가 특정 조직의 주장이 마치 농업계 전체의 의견인 것 마냥 이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법사위 회부 후 6개월이 넘도록 농촌 현장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고 농협법 개정안의 처리를 지연하는 일부 법사위원의 행태는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른 고의적 방기가 의심된다면서 국민을 위한 입법 권한을 무소불위 권력처럼 휘두르고 있는 일부 의원의 행태를 좌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농협법 개정안이 또 다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할 시 앞으로 다가올 제22대 총선에서 그 책임을 반드시 따져 물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농협법 개정안 신속 처리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도 가졌다. 
농업계 내에서는 농협의 정체성 확립과 기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요구가 이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도시조합에 적합한 역할과 의무, 회원조합의 조합원 대상 지도·지원 사업 재원의 안정적 조달, 조합장 장기 재임에 따른 부작용 해소 및 조합원 참여 확대, 조합장 선출방식의 절차적 민주성 강화, 회원조합의 사건 사고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해 국회, 정부, 농협은 도시농협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 방향, 비상임조합장 3선 제한, 회원조합 조합장 선출방식 직선제 일원화, 회원조합지원자금 투명성 확보, 회원조합 내부 통제 강화, 중앙회장 연임 1회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초당적 농협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중 몇몇 안에 대해서는 조직 내부의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농업인의 눈높이에 맞춘 농협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자주적 고민이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무이자 자금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현직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중앙회장이 자의적으로 무이자자금을 배분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매년 사업별 지원금액 선정기준, 조합별 지원금액 산정 방법 등이 포함된 회원조합지원자금 조성 운용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정관에 따라 이를 배분토록 한 것은 자금 배분의 투명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또 농협중앙회가 각 계열사에 부과하는 농업지원사업비(이하 농지비)의 부과율을 현행보다 두 배인 5.0%로 상향조정한 것도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농지비는 일종의 농협이라는 브랜드 사용료로, 농업농촌농업인을 지원하기 위해 농협법에 따라 이를 사용하는 법인에 대해 영업수익 또는 매출액의 2.5% 범위 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농업인의 눈 높이에 맞춰진 농협법 개정안이 왜 법사위에서 거부되고 있을까?
법사위에서 농협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일부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중앙회장의 연임’이 잘못되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개정안에 포함되어 있는 중앙회장 연임 1회 가능 허용을 현재 중앙회장부터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셀프 연임’이라면서 농협법 개정안은 현 중앙회장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있었다”면서 “현 시점에서는 연임 조항을 빼고 나머지만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농축산연합회를 필두로 32개 농민단체는 현재 농협이 이상기후 증가, 농업인구 감소, 대외개방 확대 등 급격한 농업 환경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농축산물 유통 개혁, 농업농촌 디지털 혁신, 농업인 실익 지원 확대 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러한 농축산업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한 중앙회장 연임제와 같은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 말의 의미는 중앙회장 연임제가 농업협동조합이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뜻이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의 일부 의원들이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 ‘연임제’가 현 중앙회장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것에 있다. 연임제를 전폭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개정을 추진한 중앙회장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번 개정안을 ‘셀프 연임’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32개 농민단체들이 농협법 개정안을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 재정립으로 농업의 지속 가능성의 길을 열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법사위가 기꺼이 찬성표를 던지게 하려면 방법은 분명하다. 법사위를 규탄할 일은 아닌 듯하다. 
“한 사람을 위해서 명분이 없는 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킴으로써 모처럼 혁신적인 움직임이 그대로 묻혀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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