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지금 돌이켜봐도 어처구니가 없다. 설마 현지 통역사가 딴 마음을 먹을 줄 상상할 수 있었겠나.” 어느 축산기자재 업체 대표의 울분에 찬 한탄이다.
베트남으로부터 오퍼를 받고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 직전 현지에서 고용한 통역사가 중요 정보만 빼돌려 중국 업체에게 빼앗겼다고 한다. 또 다른 업체 대표는 해외박람회에 참가하는데 부스 대여비용만 1억 원에 달해 결국 포기했다. 또 제품에 자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사가 없어 수출에 미련을 거둔 업체들도 허다하다. 
이처럼 영세한 국내 축산기자재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담되는 비용과 부족한 현지 정보, A/S 등 해외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해외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데 성공했다 해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대응한다면 이러한 고충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수출 공동브랜드에 참여한 기업들이 협업으로 통일된 제품 인증 제도를 구축하고 공동마케팅, A/S 체계 통합, 현지 지사·부스 비용 등을 지원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요구하는 ‘턴키 공사’도, 공동브랜드 참여 업체들이 역할을 분담하면서 부담은 줄이고, 역량은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수출 공동브랜드 참여 업체 간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와 지적재산권 담보 등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또 턴키 공사 시 업체들이 축사 건축에서부터 악취까지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는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이는 수출 공동브랜드가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해외에서 설 자리가 없다. 국내 축산기자재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축산ICT·스마트팜 기술력을 보유했다고는 하나, 경쟁국가인 유럽·중국의 초대형 축산기자재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출 공동브랜드는 개별 업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검증된 제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홍보할 수 있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