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나무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낙엽과 단풍으로 변신하는 계절로 온산이 붉게 물들어 우리들을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재촉하게 한다. 지금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1970년대만 해도 어려운 경제여건이었지만 낭만과 풍류는 지금보다도 더 정감이 있었다. 
단풍철에는 관광버스 안에서 음주가무가 있었고 그때 최고로 유행하고 히트했던 노래가 고인이 된 가수 최헌(崔憲·1948~2012)의 ‘오동잎’이다. 그 가사를 음미해 보면 가을에 하릴없이 떨어지는 오동잎과 귀뚜라미가 적막한 밤에 한 없이 우는 모습을 대비하여 가을 정취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가사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오동잎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밤에/ 그 어디서 들려오나 귀뚜라미 우는 소리/ 고요하게 흐르는 밤의 적막을/ 어이해서 너만은 싫다고 울어대나/ 그 마음 서러우면 가을바람 따라서/ 너의 마음 멀리멀리 띄워 보내 주려 무나’
오동(梧桐)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며 가지에 붙어있는 오동잎은 다른 나무 잎들보다 큼지막하게 달려있다. 오동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빨리 자라기도 하지만 나뭇결과 목질이 곱고 부드러워서 가구를 만드는데 적합한 수종(樹種)이다. ‘오동나무’의 꽃말은 연보라 빛 꽃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때문인지 ‘고상함’이다. 예전에는 딸을 낳으면 뒷마당에 오동나무를 심어서 딸아이 혼수(가구)를 미리 준비하고, 아들을 낳으면 집안의 대들보가 되라는 의미로 앞마당에 잣나무를 심었다. 
오동나무는 소리를 전달하는 성질도 뛰어나서 거문고나 가야금 등의 전통악기를 만드는 데에도 최고의 나무로 손꼽히고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 신흠(申欽·1566~1628)의 ‘야언(野言)’에 나오는 오동의 예찬을 보면 ‘오동은 천 년을 늙어도 가락을 지니고 있다’(동천년로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라고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의 소리가 연주자가 연주할 때까지 곡을 낸다는 무한함을 피력하고 있다.
오동나무와 관련한 애절한 시도 있다.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이매창(李梅窓·1573~1610)은 조선 중종에서 명종 때의 부안(扶安) 기생이다. 
그녀와 사랑을 나눈 유희경(劉希慶·1545~1639)이 ‘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보고(상사불상견·相思不相見)/ 오동나무에 비뿌릴 때면 애가 끊기네(장단오동우·腸斷梧桐雨).’유희경은 이매창을 오동나무에 빗대어 더 절절한 사랑을 표현했다. 오동나무와 가을은 이별과 영원함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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