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제어를 통하면 감염 제어 가능

완벽히 차단하고 제어할 수 없지만
차단과 제어 효율을 높일 수는 있다
가축 질병의 효율적 예방과 관리가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해결의 열쇠

김재환 농업연구관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김재환 농업연구관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질병이란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의 전체 혹은 일부에서 발생한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가축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성장, 육질, 번식 등의 능력에 영향을 줘 생산성을 저하시키며, 이는 고스란히 농가소득을 감소시키고 관련 산업을 위축시킨다. 
특히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의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병은 주변 개체뿐만 아니라 농장 혹은 지역 간 전파를 통해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축산업에 있어 질병의 효율적 예방과 관리는 가축 본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며, 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은 우리나라에서 제3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PRRS는 번식장애, 호흡기 질환, 성장률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며 모든 연령의 돼지에서 발생한다. 전파력이 빠르고 폐사율이 높기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경제적 피해를 유발한다. 하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중 변이능력이 가장 높은 종류에 속하기 때문에, 이 질병을 완벽하게 방어하기 위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PRRS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이러스가 숙주를 침투해 증식하는 과정에 작용하는 유전자를 제어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설에 기초해 감염경로 상에서 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하는 숙주 유전자들 중 실제로 감염에 대한 내성 유무를 평가하는 연구가 다각적으로 진행돼 왔다. 그리고 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자편집 기술의 적용은 관련 연구를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최근에 CD163 유전자가 암호화하는 대식세포 표면단백질이 PRRS 바이러스의 감염 과정에서 가장 주요한 수용체로 밝혀졌다. 또 이 유전자가 제거된 돼지는 바이러스 감염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유전자 제어를 통해서 바이러스 감염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PR RS 감염에 대한 내성을 갖는 신규 유전자 발굴을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정상세포와 바이러스 감염 세포 간 비교분석을 통해 발현 차이를 보이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를 대상으로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해 검증하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 PRRS 바이러스 감염을 제어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경험은 구제역(FMD),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성 질병들의 내성 연구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전염병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다만 차단 및 제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이 질병을 통제하기 위해서 감염의 사전차단, 관리 및 치료, 확산방지 등을 위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고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의 지속적인 개발·활용과 함께 유전자 제어를 통한 감염방어 기술이 개발되고 적용된다면, PRRS 감염에 대한 통제능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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