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고·심각한 인종차별
겸손과 실력으로 깨고
‘함께 우승’ 목표 설정
한팀 의식 일깨워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클럽 중 브라이튼에서 윙어로 뛰고 있는 미토마 카오루(三笘薫)는 최근 일본 축구계에선 영웅으로 취급받고 있는 선수다. 한국의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이 세계 5대 리그의 빅클럽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를 질투하며 어떻게 해서든 자국의 선수와 비교하려고 애쓰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이제 EPL에 진출한지 2년 차인 미토마는 최근 EPL에서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자신이 받아온 인종차별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9시즌을 보내고 있는 토트넘의 주장 손흥민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술회했다. 
10대 초반에 독일에서 그리고 현재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역시 많은 독일인 그리고 영국인들로부터 인종차별을 겪었다. 그가 골을 넣고 팬들에게 달려갈 때마다 눈을 가로 찢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잡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매 시즌 10골 이상을 넣는 그의 실력을 폄훼해 왔다. 동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가 2021-2022에 23골로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에도, 유럽인이 득점왕을 차지했을 때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심지어 지난 시즌 탈장이라는 고통을 참아내면서 10골을 넣었음에도 영국인들, 심지어는 토트넘의 팬조차도 이제는 늙어서 능력이 감퇴했다는 ‘에이징커브’를 꺼내들고 그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우리에겐 여전히 대한민국 축구의 국가대표 주장으로서 사랑스러운 존재였으며, 그의 부진을 마음 아파했지만 그들에겐 단지 한 명의 동양인 선수였을 뿐이다. 
하지만 올 시즌 주장 타이틀을 단 손흥민은 영국인들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10경기에 8골을 몰아치며 맨시티의 괴물 공격수 홀란드와 득점 경쟁을 벌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그 우승까지 경쟁하고 있는 판이다. 
상황이 급변하자 축구 전문가들은 손흥민에 대해 자신들의 관점에 많은 편견이 섞여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아시아 특히 한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완전히 다시 보고 있는 중이다. 
EPL에 뛰고 있는 선수들은 세계 각지에서 어린 나이에 축구 천재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이들이다. 세계 각국의 각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탁돼 더 치열한 경쟁의 세계로 뛰어든 이들이 바로 EPL의 선수들이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외지로 수 백억원대의 연봉을 받으며 올라온 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함은 자칫 자만심과 방종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사실이다. EPL에서 각종 스캔들이 발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관계를 맺은 모든 선수들에게 손흥민은 ‘특별한’ 존재다. 토트넘에서 타 클럽으로 이전한 이들은 한결같이 손흥민으로부터 타지에서의 외로움을 이겨냈고, 어려울 때 항상 곁에 있어줬으며, 축구를 하는 즐거움을 그에게 배웠다고 한다. 
타지에서도 그가 주장이 된 것과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축하해주며 “마땅히 그렇게 될줄 알았다”며 그의 인간성과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에 대해 입이 마르게 칭찬한다. 
8위라는 실망스러운 순위에 처했던 토트넘은 당시에도 득점의 40%를 차지했던 해리 케인이라는 영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떠난 지금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리그 1위에 올라있다. 그리고 영국의 대표선수라고 추앙받았던 해리 케인의 실적이, 손흥민을 비롯 다른 선수들의 공(功)을 독차지한 결과라는 사실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31살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경쟁하는 영국 축구계에서 노년층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줄지 않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바로 ‘이타성’과 역할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그는 플럼과의 9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말했다. “월요일부터 팬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일을 보내길 바랬다”고. 모든 선수들이 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승리를 향해 땀 흘리고 있는 것이라고. 그가 축구를 대하는 마음이 이 한 마디에 다 녹아 있다. 
31살의 노장인 주장 손흥민이 그러한 철학을 가지고 그라운드에서 솔선수범 움직이고 있으니 어찌 어린 선수들이 몸을 사리겠는가? “왜 승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목적은 모든 선수들에게 뛸 이유를 제공한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대통령이 되었는가? 왜 장관이 됐으며, 왜 단체의 장이 되려고 하는가? 왜, 왜, 왜다. 
대통령이 대통령 놀이에 취해 있으면 국민은 불행해진다. 장관이 자리에 연연하면 그 산업과 종사자들은 피곤하다. 농축산업단체장들이 그에 딸린 혜택에 맛들이면 농민은 힘들다. 
그들은 국민과 농민을 대신해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이고, 국민과 농민은 모두 팬이다. 그리고 승리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단결과 승리를 위해 응원하는 모두가 하나여야 가능하다. 
그것이 31살의 손흥민이 지금 우리에게 외치고 있는 무언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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