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R&D 예산 뭉텅 삭감
경쟁력 강화 대책을 포기
삭감 막기 위해 노력 했나”
여야의원, 농진청장 질타

농진청 관계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들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농촌진흥청 R&D 예산 삭감이 국정감사를 뜨겁게 달궜다. 내년 R&D 예산이 올해보다 1848억 원, 20.5%가 대폭 삭감되면서 이에 대한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실시한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9개 기관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농진청 R&D 예산 삭감은 농촌의 안정, 농업의 미래를 포기한 것”이라며 “농진청장과 각 기관장들은 안일한 생각을 거두고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건전재정을 이유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며 농진청 R&D 예산을 삭감한 것은 국가 농업경쟁력을 버리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농업 전반에 큰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같은 당 위성곤 의원은 “농진청은 정부로부터 성과 평가에서 ‘우수’를 받고도 내년 예산이 삭감됐다. 농진청장은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지금껏 어떤 노력을 했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R&D 카르텔을 잡겠다며 내놓은 납득할 수 없는 예산 삭감으로 농업 현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며 “농진청장은 대통령 입맛에 맞게 행동하지 말고 제대로 일 하라”고 경고했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농진청장은 국회 예산심의에서 예산 삭감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전혀 노력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기관을 책임지는 농진청장이 중심을 잡고 필요한 예산을 관계당국과 합의해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달곤 의원(국민의힘)은 “성과에 급급한 엉터리 행정이 R&D 예산 삭감으로 이어졌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없는 한 R&D 예산 삭감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이 깎였음에도 기관장들이 말 못하는 이유는 제대로 된 연구 성과가 없기 때문 아니냐”며 “허술한 인력구조, 1차원적인 연구기관 행태를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은 “농진청과 각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벤처기업이 제출한 현장사진을 그대로 사용하고, 사업계획서까지 도용했다”며 “제주출장의 경우 담당직원도 아니면서 연구원들의 외유성 출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관들의 도덕적 해이가 비효율적인 R&D 성과로 나타났고, 예산 삭감의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최춘식 의원(국민의 힘)은 “농진청이 R&D 예산 삭감에 제대로 대응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비효율적인 연구 성과와 횡령문제, 부실한 기관 관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35건의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부정행위가 R&D 예산 삭감으로 되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재호 농진청장은 “R&D 예산 삭감이 안타깝지만 농진청만을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에서 기관별 사업의 효율성과 중복성을 고려해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인 R&D 과제를 재점검하고, 실제 현장에서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관의 부정행위 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농협 국감 현장 …주요 이슈는?

농업 미래산업 다질 대부분 사업 차질 예상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이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청년농 정책사업 예산 삭감
젊은피 유입 공허한 말잔치
물가안정 빌미 무차별 수입
저율관세 할당 비합리 운용
개발 농기계 현장 적용 엉망
악취저감 방법 적극 개발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13‧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협과 농촌진흥청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내년 농진청 R&D 예산 삭감을 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는 가운데 △청년농 이탈 가속화 △무분별한 TRQ 운용 △업무 연속성 및 전문성 저하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 실적 저조 △축산농가 악취 민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음은 농진청 국감에서 질의된 내용이다. 

 

# 청년농 이탈 가속화
농촌진흥청의 ‘청년농 정착’ 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돼 청년농 이탈 가속이 우려되고 있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24년 예산안에는 올해 진행해왔던 농촌진흥청 청년농 정착 예산 67억5700만 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은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30억6000만 원, 농업인학습단체교육운영지원 19억4700만 원, 청년농업인경영진단분석컨설팅 4억5000만 원, 청년농업인협업모델시범구축 13억 원이다.
특히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사업은 지난해 국무조정실 청년정책 과제평가에서 일자리 분야  ‘S 등급’을 받았고, 사업 참여 청년농의 소득이 39%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정훈 의원은 “정부가 청년농의 신규 유입을 계속 늘려도 기존 청년들이 떠나버리면 예산만 들어가고 정착 효과는 없다”며 “성과 좋은 사업들이 마구잡이 예산 삭감 기조로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무분별한 TRQ 운용
정부가 물가안정을 명목으로 저율관세할당(TRQ)를 운용, 수입 의존적인 물가정책으로 국내 농업의 기틀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주요 농산물 1만2224톤이 TRQ 물량으로 수입됐으며, 금액으로는 1784만7000달러에 달한다. 
TRQ 수입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전환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일정 물량까지는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는 고율관세를 적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정부가 TRQ 수입을 늘려가면서 농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등 무분별하게 운용되고 있다. 
어기구 의원은 “TRQ 수입 물량 증량은 농민의 소득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며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TRQ 도입 목적에 맞게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업무 연속성 및 전문성 저하
농진청이 공무원임용령에서 규정하는 필수보직기간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직원들의 인사를 조치하면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저하되고 있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보제한기간을 지키지 않은 농진청 전보인사는 총 223명이다. 1년 미만 전보 인사도 총 89명으로 전체의 절반인 4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임용령상 현재 4·5급 이하 일반 공무원들의 필수보직기간은 원칙적으로 3년이며, 과장급 고위공무원은 2년이다. 그러나 본부와 직속기관 공무원 정기인사 후 전보제한기간을 지키지 않고 인사발령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또 후속 충원 없이 전보인사가 이뤄지고 있어 결원 발생에 따른 업무 공백과 직원들이 가중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윤준병 의원은 “잦은 인사이동은 공무원들로 하여금 불안감과 업무몰입도 저하를 야기해 조직의 안정성 및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며 “농업과 관련한 과학기술의 연구개발 및 보급을 주로 담당하는 농촌진흥청은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이 더욱 중요한 기관”이라고 말했다.

 

#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 실적 저조
농진청의 농기계 개발·보급 사업 실적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농진청이 최근 5년간(2018~2022) 농가에 총 281억65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기계 81종을 개발·보급했으나, 전체의 절반이 넘는 44종은 농가 보급실적이 50대 이하에 그쳤다. 특히 개발 후 단 한 대도 보급하지 못한 농기계는 10종으로 22억7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농기계 개발 사업 대부분은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가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저조한 농기계 보급실적으로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가 불투명해졌다. 
위성곤 의원은 “농진청에서 개발하고 있는 농기계는 연구실이 아닌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농기계 개발·보급 과정에 있어 실용성과 경제성 평가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축산농가 악취 민원
축산농가 악취 민원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전국의 축산시설 악취 민원은 총 4만1617건으로 △경남 1만3108건 △충남 5994건 △경기 4959건 △제주 4766건 △전북 3549건 순으로 높았다.
수도권의 경우 △서울 0건 △인천 324건에 비해 경기도는 4959건으로 크게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의 경우 최근 3년간 △안성시 973건 △화성시 883건 △양주시 753건 △포천시 554건 △평택시 455건 순으로 높았고, 도농복합지역인 시·군에서도 △파주시 248건 △김포시 202건 △고양시 42건 △경기 광주시 19건 등 꾸준히 민원이 제기됐다. 
소 의원은 “전국에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는 악취 민원을 정부가 방치하지 말고, 민원으로 인한 부담을 농민들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지난 7월 전남 보성의 한 양돈농가 농장주가 반복된 악취 민원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 광주시와 같은 도농복합지역은 특정 지역에 민원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국열 기자 lkt838@chukkyung.co.kr

 


 

농협중앙회

 

“‘ESG 경영’ 말로만 떠들썩

직장 내 갑질 평균 웃돌고

농협은행 이자수익 폭등 속

사회공헌비 지출 매년 줄고

성과급 잔치 본래 취지 무색”

‘농민 없는 농협’ 강하게 질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 국정감사는 지난해 단독으로 열린것과 달리 이번엔 한국마사회와 농어촌진흥공사와 함께 열렸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농협의 ‘ESG 경영’과 특히 농협은행에 집중적인 질의를 던진 것이 특징이었으며, 지난 농식품부 국감에서 ‘농민이 없는 농정’을 질타했듯이 이번에는 ‘농민이 없는 농협’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중에서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 사업구조개편 특례조항 5가지를 나열하면서 “농협이 이렇게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은 그 혜택으로 얻게된 이익을 농민에게 환원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원보다는 직원들의 성과급 등을 더 우선시했다”고 질타했다. 

농협 사업구조개편 특례조항은 △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 예외적용 △5조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 △사업구조개편 법인세 등 세금 감면(1조2483억원) △농협 조합 세금 매년 3753억원 감면 △보험 특례(방카슈랑스 규정 적용 유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 22년 농협은행의 이자이익은 6조8256억원으로 전년 5조8096억원 대비 17.5% 증가했고, 이는 10년 중 최대치였다. 반면에 치솟는 생산비와 쌀값 폭락 등의 여파로 농업소득은 폭락했다는 사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했다.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고, 농지를 담보로 빚을 냈다가 못 갚는 농민들도 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농민의 삶이 더 고달파졌는데 농협만 배를 불려서는 안된다”면서 “협동조합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의원들은 농협금융의 해외부동산 가치 감소, 특정법인 대출, 지역농축협의 횡령사고,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한편 농협이 최근 전개하고 있는 ‘ESG 경영’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먼저 서삼석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농협의 갑질 사건은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민원·진정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농협의 캠페인이 전혀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희용 의원은 ‘최근 5년(2018~ 2022년)간 농협은행의 이자수익 및 사회공헌비와 성과급 등의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농협은행의 이자수익이 5년간 1조7392억원으로 33% 증가했음에도 사회공헌비는 2019년 반짝 소폭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하락해 5년간 11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또 “그동안 성과급 총액은 2018년 5454억원, 2019년 5127억원, 2020년 5799억원, 2021년 6242억원, 2022년 6883억원으로 증가했다”면서 “농협은행은 본연의 설립 취지를 잊지 말고 농업·농촌에 대한 공헌과 발전을 위해 앞장 서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윤미향 의원은 농협은행의 임직원 징계에 대해 질의하면서 조직 기강과 도덕적 해이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2020 ~2023년 8월) 농협 6대법인의 징계 임직원은 총 338명에 달하는데, 이중 가장 많은 법인이 농협은행으로 총 237명이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파면된 건만 해도 무려 94명으로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면서 윤 의원은 “일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농협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조직 기강을 확실하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권민 기자 alex60@chukky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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