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책 별무효과’…실정(失政) 조목조목 따져

돼지고기 등급 소비자 모르고
생산자에게는 수수료만 강제
우유수입 급증…경쟁력 약화
둔갑판매 솜방망이 처벌 일관
원산지 위반사례 급증 부채질
‘농어촌상생기금’ 모금도 부진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식품부 국정감사장 전경.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는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국감은 국정운영 전반에 관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입법 활동과 예산 심사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 획득을 위해 실시한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질의를 통해 유명무실한 돼지고기 등급제도, 급증한 우유 수입, 저조한 농어촌상생기금 모금 등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다음은 농식품부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주목받은 축산관련 주요 이슈를 정리했다.

 

○… 유명무실한 돼지고기 등급

최근 10년간 돼지 등급별 가격 차이가 좁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에 따르면, 2013년 1+등급과 1등급 가격 차이는 1kg당 342원에서 2022년 61원으로 줄어들었다. 생산자는 더 좋은 품질의 고기 생산보다는 등외 등급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1+등급 판정 증가율을 살펴보면 소는 166.3% 증가한 반면, 돼지는 27.4% 증가에 그쳤다.

서 의원은 “돼지는 등급 판정을 받더라도 소비자의 구매 선택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농가에게 수수료를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2년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징수한 등급판정 수수료는 총 114억 7000만원으로, 그중 돼지가 74억 2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축평원 수입의 64%를 차지했다. 반면 소는 20억 2000만원, 그 외 축산물은 20억 3000만원이다.

서 의원은 “돼지 등급 판정 수수료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모두 기만한 채 축평원 수입을 충당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등급 판정은 의무인 반면, 등급 표시는 의무가 아니므로 등급 판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 우유 수입량 9배 증가

최춘식 의원(국민의힘, 경기 포천·가평)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산 우유 수입량은 3만 1462톤으로, 2017년(3440톤)보다 약 9배(2만 8022톤)나 급증했다. 

최근 6년간(2017년~2022년) 우유 수입량과 수입액을 살펴보면 △2017년 3440톤(253만 달러) △2018년 4291톤(311만 달러) △2019년 1만 48톤(749만 달러) △2020년 1만 1476톤(801만 달러) △2021년 2만 328톤(1651만 달러) △2022년 3만 1462톤(2337만 달러)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8월까지 2만 5427톤(2117만 달러)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입국(2017년~2023년 8월)은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순이다. 

최 의원은 “2026년 미국·EU산 우유 관세율 제로화에 대비해 정부가 국산 우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배달 플랫폼 원산지 위반 폭증

배달의민족·요기요·네이버 등 배달 플랫폼에서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업체가 5년새 10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과태료 부과는 5년간 평균 45만원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홍문표 의원(국민의힘, 홍성·예산)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에서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업체는 2017년 8곳에서 이후 63곳→123곳→426곳→769곳→818곳으로 해가 갈수록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503곳이 적발됐다.

반면 과태료 등의 처벌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539곳은 형사입건 조치 됐지만, 원산지 미표시로 적발된 업체 1171곳에는 총 5억 336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업체당 과태료는 평균 45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홍 의원은 “음식업체의 원산지 표시 위반 건수가 급증함에 따라 농식품부는 강력한 처벌을 통해 국민이 믿고 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문화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조한 농어촌상생기금 모금

FTA 협정으로 인해 피해 입은 농어업·농어촌과 이를 통해 이익을 본 민간기업이 상생협력을 위해 자발적 기부금 출자로 조성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농어촌상생기금)’ 모금이 여전히 외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에 따르면, 2017년부터 시작해 2023년 7월까지 조성된 농어촌상생기금액은 총 2128억 2500만원으로, 당초 매년 1000억원씩 모금키로 한 목표치의 30.4%에 불과하다.

어 의원은 “농어촌상생기금의 출연이 저조한 데는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미흡과 사업 연계성 부족이 원인”이라며 농식품부와 운영본부는 기업·농업계 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등 기업의 참여 유인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도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는 30%에 그치고 있고, 민간부문의 참여는 40%도 채 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유인기제를 제대로 발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효성 낮은 청년농 육성 정책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은 정부가 추진 중인 청년농업인 육성 정책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9세 이하 경영주 농가는 7036가구로 2020년 1만 2426가구에 비해 무려 43.4%나 감소, 청년층의 농업이탈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지역별로 최근 3년간 39세 이하 농가 경영주의 감소율은 대구광역시가 89.5%로 가장 많고, 대전광역시 79.9%, 광주광역시 79.2%, 인천광역시 64.2%, 경기도 55.8%, 충청북도 51.3%, 전라남도 47.6%, 강원 44.8%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위 의원은 2022년 기준 6개월 이상 농업종사 농가인구 141만 5423명 중 39세 이하는 2만 4046명으로 1.7%를 차지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전라북도가 2.2%로 가장 높고, 제주특별자치도 2.1%, 충청남도 1.8%, 전라남도 1.8%, 강원도 1.7%, 경상남도 1.7%, 충청북도 1.7%, 경기도 1.6% 등으로 조사됐다. 

위성곤 의원은 “청년층이 농업을 떠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청년농 육성 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짚어보고 종합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대구 청년농 3년간 감소율 89.5% 수치와 관련해 “2020년과 2022년의 조사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통계치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 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 지원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농업·농촌 지원 장학금 폐지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저소득 농업인의 자녀 교육비 지원 ‘농업인 자녀 장학금’ 및 미래 농업후계인력 육성을 위한 농식품계열 진학 대학생 지원 ‘농식품 인재 장학금’ 사업이 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층의 농업·농촌 진출을 장려하고, 농업인의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장학금 사업을 포기한다면, 농식품부는 농촌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자료에 따르면, 농업인 자녀 장학금은 교육부의 국가장학금Ⅰ유형으로 지원 가능하다는 이유로 학기당 1300명 대상의 39억 사업비가 삭감됐고, 농식품 인재 장학금은 청년 창업농 육성 장학금과의 통합 운영을 위해 학기당 460명 대상의 23억 사업비가 전액 삭감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사업 폐지로 당장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농업인 자녀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성격이 다른 두 사업을 통합한다는 것은 사실상 농식품 인재 장학금 사업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장학금 사업을 폐지하는 것은 결국 농촌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라고 질타했다. 

 

○… 농기계 4대 중 1대는 임대실적 없어

전국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한 농기계 4대 중 1대는 임대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무안·신안)에 따르면, 2021년 농기계임대사업소가 보유한 농기계 수는 총 8만 8888대로 그중 2만 2184대의 임대일수가 0일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내용 연수를 초과해 노후화된 농기계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내용 연수가 초과했음에도 불용 처리하지 못하고 창고에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폐기 처리 기준을 마련하고 농기계 유지관리 인력을 충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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