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중심 경영…협동조합 가치 실현 구슬땀


‘통합 조합’ 출범 시킨 주역
축산 전문가 구희선 조합장
6년여의 공백을 딛고 컴백
‘같이의 가치’ 실현이 공약

전직원 조합원 전담제 실시
소외받는 조합원 없게 세심
후계·여성 농가 전방위 지원
지속 가능한 축산 지속 추진

‘속리산 한우’ 명품 브랜드화
기자재 백화점·축분뇨 처리
생균제 생산 생산비 절감케
조합 주축 화합 지지 당부

지난해 12월 충북도 내 최초로 개장한 보은 스마트 가축시장.
축산 핵심인력 육성을 위해 지난 8월 마련된 청년부 조합원 간담회 모습.

 

구희선 조합장.

[축산경제신문 윤태진 기자] 구희선 조합장은 충북에서 내로라하는 축산전문가이자 조합의 산 증인이다.

30년 넘게 300마리 넘는 소를 직접 키우면서 고급육 생산에 전념해 각종 한우경진대회에서 수차례 입상하기도 했다. 조합직원으로 젊음을 불사른 후, 50대에는 보은축협 조합장으로 재임하면서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시 옥천영동축협을 과감히 흡수·합병해 오늘의 보은옥천영동축협을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어느 날 그런 그에게 호사다마 격으로 6년 가까이 공백이 찾아왔다. 좌절하지 않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조합원을 만나고 또 만났다. 조합원들은 구 조합장의 끈기와 진정성에 가슴을 열고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날선 바람을 털어 놓았다. 그는 경청하며 조합원의 목소리를 구슬 꿰듯 선거공약에 담았다. 지난 선거 때 조합원들은 압도적인 표로 그에게 신뢰를 보냈다. 그가 다시 조합의 사령탑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취임 6개월이 지났다. 차별 없는 조합원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어떤 의미인가.

오랜 공백 기간이 있다 보니 그동안 조직문화와 경영 시스템이 많이 변했다. 우선 그걸 재정비하는데 정성을 쏟고, 선거 공약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다보니 6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조합장 선거를 치르면서 내가 가장 앞세운 것 중 하나가 조합원 중심경영이고 축산 규모와 관계없이 차별 없는 조합원 지원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정체성은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조합원을 보호하는데 있다. 그런데 세계화 추세에 발맞춰 2000년 초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입축산물이 밀려오자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우리 축산도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전·기업 축산에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규모가 작고 고령이 된 축산인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느새 기업경영 논리가 협동조합 정신을 갉아먹은 거다.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까? 나는 1400여 명에 이르는 우리 조합원을 일일이 만나며 ‘이제는 나이 들고 규모는 작지만 생업으로 꾸준히 축산을 영위하는 별 볼 일 없는(?) 바로 이들’이 우리 조합의 진정한 버팀목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조합이 나서서 도와줘야한다는 어떤 소명을 느꼈다. 진심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

 

-  100년 축협의 미래를 열겠다고 공약했는데.

지난 2015년 3월 보은축협 조합장으로 재임하며 주변의 우려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영이 부실한 옥천영동축협을 흡수·합병해 오늘의 보은옥천영동축협의 초석을 다졌다. 보은, 옥천, 영동 남부 3군의 축산 통합은 미래를 내다 본 포석이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축산환경이 어려워지면 많은 조합들이 우리가 지나온 전철을 밟을 거다. 이제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진 만큼 100년이 지나도 굳건히 살아있는 보은옥천영동축협을 만드는 게 내 꿈이다. 멀리 내다보고 하나하나 착실히 준비하겠다.

 

-  조합원들을 위해 꼭 추진할 사업을 꼽는다면.

한마디로 조합이 추진해야 할 사업의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중심, 농가중심 사업을 추진하는 게 원칙이다. 이를 위해 우리 조합은 ‘전 직원 조합원 전담제’를 실시해 현장의 목소리를 조합 경영에 직접 반영한다. 

직원 한 명당 조합원 20~25명을 배정해 전담 관리하는 제도다. 많은 조합 사업 중 좀 더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야 할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축산분뇨 처리 및 퇴비공장 추진 △조합원 무상 한우 헬퍼사업 확대 △축산기자재 백화점 추진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지역 대표 브랜드인 ‘속리산 한우’를 명품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 한우대학을 통한 교육 및 컨설팅 강화와 전국 유명 축제인 보은대추축제와 연계해 우수성을 홍보하고, 국내 다양한 마케팅·유통채널을 활용해 속리산 한우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나가겠다.

미래 축산을 이끌어 갈 청년조합원에겐 조합경영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원로조합원의 복지 증진과 우대사업, 여성조합원의 현장 영농지원 확대도 꼭 챙겨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무엇보다 사업을 추진하면서 선거를 의식한 단기 경영성과 보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  생균제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나는 생균제 전도사다. 고급육 생산에 탁월한 효과를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6월 조합장 재임 시 보은읍 지산리 가축시장에 생균제 공장을 지어 관내 축산인들에게 시중가 대비 60% 가량 싸게 공급했다.

불티나게 팔렸다. 그렇지만 그때는 1일 건식 4톤, 습식 10톤 생산규모 밖에 안 돼 공급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올초 보은군 삼승면에 종합경제사업장을 준공하면서 로봇 생산·적재 시스템을 갖춘 연간 최대 3000톤 규모의 생균제 공장 시설을 지었다. 국내 최고 수준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몇몇 기업에서 수출 물량을 OEM 방식으로 주문하고, 다른 축협에서도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그 여세를 몰아 8월에는 농협의 축산자재 공급플랫폼인 NH축산자재몰에 건식 제품 7종을 입점·등록했다. 평생을 고급육 생산에 매달려온 내 경험과 대학에서 배운 이론을 토대로 올봄엔 미생물 발효 대두박 ‘소이빈패스’를 직접 개발했다. 농가에 입소문이 나면서 생산량이 주문량을 못 따라갈 만큼 인기가 높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갈수록 축산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럴 때 일수록 조합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나는 우리 지역 축산과 조합 발전을 위해 꼭 해야 할 일들을 공약으로 내 걸었다. 결초보은의 자세로 신명을 바쳐 추진할 거다. 그 추진동력은 조합원에게서 나온다. 서로 믿고 다독여 주고 무엇보다 조합사업 전이용을 당부 드린다. 아울러 조합원을 위한 모든 사업은 조합 직원의 창의와 열정 속에서만 꽃 피울 수 있다. 우리 직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보은옥천영동축협을 직원들과 함께 꼭 만들고 싶다. 

보은옥천영동축협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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