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스스로 거출’ 취지 무색
생산자단체 뜻 무시하고 추진
‘자조금관리원’ 내세우며 독주
정부 필요할 때 쌈짓돈 역할
특수법인은 공공기관의 성격
사업 실행 주체 농식품부로
그렇다면 자조금이 왜 필요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축산자조금 개편안을 둘러싼 농식품부와 축산단체 간 갈등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축단협이 지난 18일 자조금 개편 규탄 국회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회견 전날인 지난 17일 공문을 통해 농식품부는 “자조금 개선 방향은 초기 논의 단계이며,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개선 사항 관철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축산단체 등과 합의되지 않는 이상 추진계획이 없다”라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개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설명하면서 단체와 협의 하에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축단협은 “개편 반대 뜻과 대응은 지속해서 해나가겠다”라고 밝히면서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 자조금 제도개편 왜 반대하나.
축산자조금 개편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주체는 축산단체들이다. 한우, 한돈, 낙농을 비롯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생산자단체장들은 입장을 같이하면서 전면 반대를 선언했다. 이들은 정부 자조금의 기능에 정부가 해야할 수급, 방역까지 포함하고 자조금법인화를 추진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자조금관리원을 신설해 자조금관리위원회 대신 이사회를 구성하고, 축산단체는 자조금 설치권과 자조금관리원의 이사회 추천권을 가진다는 부분에서 공분을 샀다. 
이렇게 개편될 경우 이사회의 구성원의 50%를 농식품부가 추천하게 됨에 따라 생산자단체의 영향력이 줄기 때문이다. 
또 수급 상황에 따른 거출금 조절 항목도 문제로 삼았다. 가격 상승 시기에 거출금을 상향할 수 있도록 하면, 이 자금으로 가격을 하락시키는 수급조절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때문에 생산자단체들은 수급조절과 방역에 예산을 집중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자조금관리원 신설을 전면거부하면서, 농식품부의 향후 추진계획을 저지하고 있다. 

 

# 축산자조금 입장은?
생산자단체장과 자조금관리위원장이 겸직인 단체들과 닭고기, 계란 등 가금 자조금은 축단협의 입장과 뜻을 같이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 또한 지난 12일 예정인 회의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회의가 무산됐으며, 향후 입장도 결을 같이 한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자조금 관계자에 따르면 축산자조금 사무국이 요구했던 법인화와 현재 농식품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특수법인화’는 완전히 개념이 다르다면서 특수법인화는 강하게 반대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특수법인은 국가정책상 공공이익을 위해 특별법에 기초해 설립된 법인의 총칭으로, 좁은 의미로는 재정경제면이나 경영관리 및 운용상의 이유에 따라 특정한 공익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 형태의 법인을 의미한다.
한 자조금 관계자는 “특수법인이라는 것은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사업실행 주체가 농가가 아닌 농식품부로 변질될 수 있고, 의사결정권 또한 농가가 아닌 농식품부가 가지기 쉬운 구조기 때문에 자조금의 설립목적과 맞지 않는다”라면서 “농가 스스로 거출한 기금은 농가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조금 개편안 어떻게 되나.
지난 17일 농식품부가 밝힌 입장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축산단체와 합의되지 않은 개선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인화는 주요 축종의 자조금 예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상황에서 자조금별 세무서에서 고유번호를 받아 운영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시했다고 설명을 붙였다. 
업계에서는 농식품부가 한발 물러섰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특수법인화에 따른 의사구조 결정 등을 제외하고 수급조절 및 방역 예산 확충 등은 농식품부가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기자회견에 따른 부담으로 한발 물러선 모양새지만, 자조금 개편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개편안 내용 가운데서 수급조절 및 방역예산 확대 편성 등 의사결정구조 개편을 제외한 부분들은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축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법률, 국가제정법 등 관련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자조금의 운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입장을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