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관세 제로시대…축산 위기 턱밑까지

소고기 자급률 겨우 38%
그것도 육우 포함한 숫자
미국산 역주 수입육 절반
대한국 소고기 수출 1위

물가안정 무관세 시발점
소비자들 식문화 다양화
수입육에 대한 의식 전환
안전하다는 응답도 68%

자조금, 단체급식 다양화
전국 동시다발 할인판매
세계 유일자원 보호 차원
협회, 한우법 제정 안간힘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축산 강대국과의 시장개방에 따른 수입축산물 시장 잠식 가속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2026년 유제품을 시작으로 돼지고기, 소고기 관세 제로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산 축산물 시장의 위기가 턱밑까지 차올랐다. 코로나 19로 인한 대체소비 증가 등의 이유로 소고기 자급률이 소폭 상승했지만, 수입국가의 확대와 관세 제로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
1990년 53.6%였던 소고기 자급률은 2018년 36.3%, 2019년 32%까지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9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체수요 증가로 37.2%로 소폭 상승한 가운데 2022년에는 37.7%를 기록했지만, 일시적인 수요에 의한 일시적 효과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37.7%라는 수치에는 육우가 포함되어있어, 한우협회가 추정하는 소고기(한우) 자급률은 32.2%에 불과하다.
 
# 미국산 소고기 시장 잠식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고기 수입량은 47만 511톤(통관 기준)으로 2015년 29만 7000톤에 비해 58.4%가 증가했다. 외국산이 국내 소고기 시장을 잠식했다.
그중 눈여겨볼 점은 미국산 소고기의 역주다. 미국산 소고기는 전년 대비 2.8% 상승한 25만 6910톤을 기록하며 소고기 수입육 시장에서 54.1%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산 소고기의 전체 수입액은 25억 4098만 4000달러다.
우리나라가 2021년에 이어 2022년 11월까지 USDA 기준 전 세계 미국산 소고기 수출 1위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문제는 앞으로 2026년 미국, 2028년도 호주의 관세가 차례로 철폐됨에 따라 이들의 가격경쟁력이 더 높아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이러한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 및 점유율 상승과 인기는 미국산 소고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식문화가 확장됐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인식 및 구입 의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미국육류수출협회가 한국갤럽과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소고기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소고기 소비량과 관련한 질문에 응답자의 12%가 늘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량의 증가 이유로 29.2%의 응답자가 ‘영양보충’이라고 응답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높아진 소비자들의 건강에 관한 관심이 고품질 단백질 공급원인 소고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그 중, 미국산 소고기를 섭취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낸 응답자는 지난 조사 대비 3.7% 상승한 70.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육류수출협회는 최근 1년 내 미국산 소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67.5%가 최근 3개월 내 미국산 소고기 섭취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높은 신뢰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조사에서는 미국산 소고기가 안전하다는 응답도 68%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측에서는 앞으로도 한국소비시장을 공략하면서 1위 수출국으로써의 자리매김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 활동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자급률 수호 노력에도 역부족
거센 개방화 파고에 전국한우협회와 한우자조금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생산 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무관세 소고기를 들여오면서 사기마저 꺾인 상태다.
한우협회에 따르면 한우농가의 생산비는 1070만 원까지 치솟은 가운데 30개월령 출하시 도체중 450kg 기준 거세우 1등급이 700만 원 수준으로 오히려 370만 원의 손실을 보는 상황이다. 한우 가격 폭락원인은 사육 마릿수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위축 등 산업 안팎의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우협회는 이러한 이유와 함께 정부가 소비자 물가 안정을 이유로 할당 관세(무관세)로 수입 소고기를 10만 톤 들여온 것이 시발점이라고 지목했다. 10만 톤이라는 물량은 전체 연간 한우 물량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며, 급격히 들어온 외국산 소고기로 인해 한우 가격이 급락을 했으며 아직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생산자 측의 입장이다.
 
# 한우고기 소비확대 안간힘…법으로 지탱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소값 회복과 소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면서 생산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우협회는 한우 기본법 제정을 토대로 한우 사육기반 안정화를 도모하고, 한우자조금은 단체 급식에 수입육을 한우로 대체하는 차액지원 사업을 하면서 정육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원료육 차액지원 사업은 급식·가공업체 중 올해 한우를 신규로 사용하거나, 최근 3년(2020~2022년) 연평균 사용량 대비 한우를 추가로 사용한 업체를 대상으로 kg당 4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12개소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우자조금은 원료육 차액지원 사업 참여 주체들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지속해서 유지하면서 자발적으로 한우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정육 소비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인 한우 할인판매 행사추진을 통해 소비 촉진 유도 및 한우 가격 안정화를 도모한다. 자조금은 한우 수급 상황 및 정육 적체량 등을 고려해 전국한우협회와 농협경제지주, 한우협동조합연합회 등과 함께 할인판매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농협은 연중으로 소프라이즈 행사를 진행하면서, 거세우를 비롯해 한우 암소 소비 촉진에 팔 걷고 나섰다.
한우협회는 반복되는 불안을 걷어내고 한우 산업의 육성과 지원 그리고 세계 유일 유전자원인 한우를 보호하기 위한 한우법 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값 파동의 악순환을 끊고 지속 가능한 한우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하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우법은 한우 산업의 육성과 지원, 한우 수급조절과 도축·출하 지원, 기업과 기업자본의 생산 참여 금지, 그리고 세계 유일 유전자원인 한우 보호가 골자다.
이를 통해 식량안보 차원에서의 산업 보호와 자급률 수호,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한우 산업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여 외국산 축산물 범람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농업농촌을 지탱하는 산업 가운데서의 한우 산업의 역할을 되새겨,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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