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관세 차례로 철폐…시장 선점 각축전

주요 수출국 가격 경쟁 삼아
국내 시장 점유율 급격 증가
2018년부터 2022년 5년 간
무려 50%나…자급률 한숨만

동물복지·무항생제 기치들고
프리미엄 시장까지 잠식 중
국내업체 차별화 다각 모색
하림, ‘에어 칠링’ 방식 도입

한 마리 단위 통닭 소비 위주
간편 가공제품은 부족한 실정
‘대닭’ 늘리고 도계라인 개선
국산 닭 품종 개량·증식 시급

국내 닭고기업체들은 외국산 닭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품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닭고기업체들은 외국산 닭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품질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FTA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으로 전 세계 시장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을 필두로 세계 각국과의 FTA를 타결한 결과, 8월 현재 59개국과 21건의 FTA가 발효됐고, 여타 신흥국가와의 FTA도 지속 추진 중이다. 

닭고기의 경우 미국은 올해 1월부터 모든 관세가 철폐됐으며, EU는 내년 7월부터 관세 철폐가 예정돼있다.

이같은 자유무역시대 돌입에 따라 국내 닭고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 수입량 증가, 자급률은 하락

주요 수출국들은 가격경쟁력을 무기 삼아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5년간 닭고기 수입량은 지난 2018년 12만5483톤, 2019년 14만6톤, 2020년 13만8547톤, 2021년 12만4025톤, 2022년 18만8301톤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18년에서 2022년 5년 사이 6만2818톤, 무려 50% 가량 증가했다. 

올 상반기 역시 국내 닭고기 가격 급등에 따라 전년 동기보다 45.2% 증가한 12만1000톤이 수입됐다. 국가별로는 미국, 브라질, 태국,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순이었다.

이같은 외국산 닭고기의 국내 시장 공략에 따라 자급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닭고기 자급률은 2021년 87.4%에서 2022년 83.3%로 3.1%나 떨어졌다.

 

#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공략

지난해에는 핀란드산 닭고기가 한국 땅을 밟았다. 이들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기존 수입산 닭고기와 달리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핀란드산 닭고기 ‘노포(NOPO)’는 문제 없음이라는 뜻의 ‘No Problem’과 핀란드에서 온 북유럽 가금류라는 의미의 ‘Nordic Poultry from Fin land’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EU의 동물복지 규정을 적용해 무항생제 사료를 먹여 키운 닭으로 생산했다는 것이다. 살모넬라균을 최소화한 결과, 2020년 기준 0.025%로 낮은 수준의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먼저 B2B 식자재 시장에 진출해 반응을 살핀 후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라, 닭고기 수입량 증가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에어칠링 도입해 품질 차별화 

이에 국내 닭고기업체들은 외국산 닭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대표 업체는 하림이다. 하림은 수입 닭고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도계 후 냉각과정에 ‘에어칠링’ 방식을 도입했다. 외국산 닭고기의 대부분이 워터칠링 방식을 적용하는데, 이는 차가운 물에 담가 온도를 낮추 방식이라 닭고기에 수분이 흡수될 수 있고 공정 중 오염될 확률도 있다.

이에 하림은 도계장에 에어칠링 시스템을 갖추고 차가운 공기를 활용해 닭고기를 냉각시키고 있다. 이는 워터칠링 방식에 비해 냉각시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위생적이고 닭고기 풍미가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유럽식 동물복지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전용 이송상자 운반, 가스스터닝·스티뮬레이션 시스템, 자체 안전성 검사 등도 실시하고 있다.

 

# ‘FCR 1.44’ 글로벌 수준 달성

생산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에도 한창이다.

실제 육계의 대표적 생산성 지수인 사료요구율(Feed Conversion Ratio, 이하 FCR : 닭고기 1kg을 생산할 때 필요한 사료량)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림에 따르면 지난 1998년 2.06이었던 FCR은 2000년 1.84, 2006년 1.71, 2012년 1.61, 2019년 1.5를 달성한데 이어 2021년에는 1.44를 기록했다. 

선진국인 미국의 FCR이 1.45임을 감안할 때 국내 육계농가의 생산성이 글로벌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생산성 지수인 일일 증체량과 사육 회전수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998년 39.1g이었던 일일 증체량은 2016년 44.8g으로 증가했고, 지난 2004년 연간 4.8회전이던 사육 회전수는 지난해 6.2회까지 늘었다.

 

# 부분육 시장 확대…대닭 늘려야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 닭고기산업은 치킨, 삼계탕 등 한 마리 단위의 통닭 소비 문화로 인해 1인용이나 간편 닭고기 가공제품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1인 가구와 맞벌이, 고령층이 증가하며 소포장, 가정간편식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또한 최근 부분육 시장 확대에 따라 부분육 생산을 위한 대닭 사육을 늘리고 도계라인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닭고기가 1.5kg으로 생산되는 등 부분육을 생산할 수 있는 2.5kg 대닭 사육체계가 전무하다시피하다. 때문에 선진국은 통닭 10%, 부분육 90%로 유통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통닭 80%, 부분육이 20%로 유통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부분육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대닭 사육 및 시설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분육 시장 탈환은 불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 원종계 사육기반 확보도 시급

아울러 국내에서 사육 중인 육계의 대부분은 외국품종인 만큼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 등에 맞는 다양한 국산 닭 품종의 개량 및 증식도 필요하다.

토종닭의 경우 한협에서 독점 공급하던 재래닭을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육종해 우리맛닭으로 보급하고 있는 등 국내 가금산업에서 유일하게 토종닭만이 국산 종축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종계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병원성 AI 등 전염병 발생 시 마다 원종계 수입이 금지돼 국내 닭고기 생산에 영향을 미침에 따라, 국내 원종계의 사육기반 확보가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종축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수입 채널의 다변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 K보양식 ‘삼계탕’ 수출량 증가

고무적인 점은 K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K보양식인 삼계탕 수출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삼계탕 수출시장은 일본을 중심으로 대만과 홍콩이 주를 이뤘으나 2014년 대미 수출이 시작된 이후 미국 시장의 비중이 가장 큰데, 한인뿐 아니라 중국·베트남·필리핀계·히스패닉 계통 등도 삼계탕을 즐기는 분위기라는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농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미 삼계탕 수출량은 지난 2017년 610톤, 2018년 643톤, 2019년 733톤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또한 2016년에는 중국, 2020년에는 캐나다로까지 진출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1만1690달러였던 삼계탕 수출액은 지난해 16만2830달러로 3년 새 46% 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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