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부정적 인식이
채식주의자 탓?
편견을 편견으로 대응
축산인들 현혹할 뿐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인류학자들은 사람은 3세 정도만 되어도 집단을 인식할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구별하고, 각 집단에 대한 다른 선호도를 가진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 고든 올포트는 이러한 타 집단 전체에 대한 반감을 편견이라고 해석하고 편견이 확산되는 과정을 5단계로 분류했다. 
1단계는 적대적 발언이다. 특정 집단에 대한 원색적이고 노골적인 비난부터 비꼬거나 가벼운 농담까지 수위를 높여간다. 2단계는 회피다. 함께 어울리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집단과 타 집단의 분리를 꾀한다. 
이러한 활동이 강화되면 3단계부터는 본격적으로 차별하게 되며 다른 집단의 사람들은 자신의 집단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여기고 행동하는 단계다. 
범죄 연구로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헤이트랩HateLab>의 위원장인 매슈 윌리엄스는 자신의 저서 <혐오의 과학>에서 특정 집단에 맹목적인 편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문명화 과정을 거친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한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도덕성과 윤리에 관해 배우게 되면 이 편견의 강도는 줄어든다. 어울려 토론할 줄 알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학 저술가 이은희 씨는 이 ‘편견의 5단계’의 내용을 다루면서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들이 구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미 고착화된 문명화시스템에 맞는 규칙을 배울 필요가 있고, 그 규칙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정신적 비용을 지불할 마음가짐도 함께 지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편견에 편견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편견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바꿀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 과정에는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겠지만 그것이 인류라는 가장 커다란 집단과 이에 속하는 구성원들 모두의 안정과 안전을 보장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끝맺고 있다.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인플루언서(SNS를 통해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람)가 된 채식주의자들의 육류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일부 전문가로 자칭하는 이들의 분석은 맞는 말일까?
다큐멘터리 감독 황윤의 <잡식가족의 딜레마>가 축산업에 대한 악의적인 작품이었을까? 축산업을 악마화했다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황윤 감독도 서두에서 말하고 있듯이 자신의 가족이 좋아하는 ‘돈까스’가 어떻게 식탁에 오르게 됐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그가 동물복지에 관심을 갖고 동물을 학대하는 일부 축산업자들에게 갖는 적의감을 악의적이라며 그를 악마화하는 것 자체가 편견일 수 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은 괜찮고 그 생각을 발설하는 것은 잘못된 일일까? 일부 자칭 축산전문가라는 부류는 축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채식주의자들의 교묘한 전략이라며 축산업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이들에 대해 적극적이고 논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축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채식주의자들의 악의성에서 시작됐다는 원인분석은 맞지 않다. 축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가축이 어떻게 사육되고 가공되고 유통되어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한 그 ‘불편한 진실’이 공개되면서다. 
정확히 말하자면 축산업자들의 행태가 부정적 시각을 불러왔다는 점을 사이비 축산전문가들이 가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편견에 편견으로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현 상황을 또 다시 왜곡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축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많은 축산농가를 비롯 축산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의 일이 영속성을 갖게 되는지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농장 주변 환경을 정화하고, 되도록 동물복지에 맞는 형태로 가축을 다루고, 나무를 심고, 냄새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이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에서 전국 20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인식’에서 응답자 71.8%가 축산업계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것이 채식주의자들의 선동이 실제 먹히고 있는 증거일까?
오히려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채식주의자들의 교묘한 주장으로 몰고 가기 위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을 아닐까?
축산업이 오염산업이라고 규정하는 이들 중 많은 수가 채식주의자가 아니다. 그들 증에는 육류를 포함한 균형 있는 식단을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은 육류를 먹지 않고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없으며, 육류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전하고 위생적이며 윤리적인 생산·가공·유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편견에 편견으로 대응하지 않으려면 많은 비용과 품이 필요하다는 이은희 씨의 주장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 싶다. 유튜브 수준의 사이비 농가 맞춤형 논리로 축산인들을 현혹하는 자칭 축산전문가들의 논리를 배척하고 정확한 원인규명에 따른 대응 전략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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