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중기 때 시인이자 뛰어난 경륜을 지닌 정치가 백거이(白居易·772-846)는 자신감이 넘쳐 세상에 두려움이 없었다. 도림선사(道林禪師·741-824)라고 하는 이름난 고승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선사를 시험해 보려고 수행원을 거느리고 찾아 갔다. 
백거이는 “제가 평소에 좌우명을 삼을 만한 법문 한귀 절을 듣고자 찾아 왔습니다.” 선사는 “모든 악을 짓지 말라.(제악막작·諸惡莫作)”고 말하자, 백거이는 세 살 아이도 아는 말이라고 시큰둥했다. 그러나 누구도 실천하기는 어렵다고 도림선사가 일갈(一喝)하자 백거이는 크게 깨우쳤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전해져오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660년 전 충남 아산에서 천재로 이름을 날린 맹사성이 한때는 젊음의 혈기로 스님을 시험하고자 찾아갔다.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한 귀한 말씀을 청하자 그 스님은 맹사성에게 ‘죄를 짓지 말라’고 일렀다. 어린이도 아는 말이라고 맹사성이 냉소하자 스님은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해 봄날 맹사성(孟思誠·1360-1438)대감이 집 뒤 산을 오르던 중 어린 동자(童子)들에게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검은 소를 먼발치에서 보게 되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아이들은 짐승을 찌르기도 하면서 소를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맹사성은 호통을 쳤다. 
검은 소는 이미 탈진해 있었다. 맹사성은 극진하게 대하면서 소죽을 쑤어주고 나서 주인을 백방으로 수소문 하였으나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수족처럼 아끼면서 한평생을 타고 다녔다. 
79세로 맹사성 대감이 죽자 검은 소는 사흘을 먹지 않고 울부짖다가 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감동하여 맹사성의 묘 아래 그 소를 묻어 주었다.
중국의 백거이나 조선조 맹사성이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천재로 장원급제하자 우월감에 싸여 스님들을 시험하고자 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님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자만심과 어리석음을 사례를 들어 깨우쳐 주었다.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다하라는 말과 일맥상통 한다. 
타인을 괴롭히는 것도 죄(罪)의 일종이다. 백성을 괴롭히는 것도 죄요, 말 못하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도 죄에 해당한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의사이며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무엇보다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위에 보면 남을 해하거나 궁지에 몰아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억울하게 당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죄를 짓지 말라는 것은 불변의 법칙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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