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 대물림…맞춤형 관리로 규모 2배 성장

전문가 조언 무작정 따르기보다
특성에 맞는 사양관리 성공비결
아침에 볏짚 주고 오후엔 사료
자신에 맞는 효과적 방법 선택

소, 처음부터 ‘풀피딩’ 길들여져
이유 시부터 무제한으로 급여해
일부 ‘사료비 늘 것’ 걱정하지만
26개월 출하로 비용 증가 안돼

마릿수 늘면서 직접 수정에 나서
자가 수정 통해 생산비용도 절감
4만 여평 논농사에서 볏짚 공수
한우는 장기전…지속 투자 필수

김동우 동우목장 대표.

 

[축산경제신문 이혜진 기자] 강원도 횡성 소재 동우목장 김동우 대표는 1983년생으로 40세이지만, 20여 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2세 축산인이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가 목장을 물려주시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목장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김동우 대표. 그는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아버지와 함께 목장일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좀더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하고 싶더라. 이때, 아버지에게 뜻을 말씀드렸더니 선뜻 맡아서 운영해볼 것을 권해주셔서 본격적으로 목장 만들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아버지는 환갑을 기점으로 한우 사육은 접고, 쌀농사와 조사료 등 경종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떻게 보면 무리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믿고 맡겨주셨기 때문에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면서 “누군가는 청개구리 같은 소리만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목장 나름의 환경 특성을 고려해 동우목장만의 사양 관리를 만드는 것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을 청개구리라 칭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반대로 하는 자신의 습성 때문이다. 

일부러 반대로 하려고 해서가 아닌, 목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이 때문에 더 편리하게 한우를 사육하는 장점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청개구리를 자처하고 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때보다 목장 규모를 두 배 이상 키운 노하우도 여기에 있다. 정말 목장에 들어와 십여 년은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는 김동우 대표. 그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일하는 게 좋고 내가 하는 만큼 성과가 나오기 때문에 한우 사육에만 올인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누가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기보다, 목장 특성에 맞는 맞춤 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색을 입힌 목장을 꾸려가고 있는 김동우 대표.

예를 들자면, 일반적으로 한우농가에서는 아침에 사료를 주고 오후에 볏짚을 주는데, 동우목장은 반대로 아침에 볏짚을 주고 오후에 사료를 준다. 소들이 조사료를 먼저 섭취하고 사료를 급여하는 것이 목장관리에 더 편리하고 송아지를 자가생산해서 사육하기 때문에 동우목장에서 태어난 송아지들은 이와 같은 루틴이 자리 잡아 큰 무리 없이 사육할 수 있다. 

누군가 자신의 방법을 갑자기 따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김 대표는 “목장 상황에 맞게 운영하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라면서 “우리 목장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다른 목장에서는 의미 없을 수도 있고, 제각기 환경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한 예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동우목장은 이른바 ‘풀피딩’을 한다. 김동우 대표는 “사료 회사에서 권하지 않는 방법의 하나가 풀피딩이라고 하는데, 우리 목장의 소들은 처음부터 길들어서 이유 시부터 제한 없이 급이를 하고 있다”라면서 “전 구간 자유 급여하면서 건초도 무제한 급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양 방식을 따르면 사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실제로는 사료비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김 대표는 “동우목장의 소들은 보통 26개월에 출하를 하므로 다른 농가보다 3~4개월 단축된다”라면서 “마무리가 짧은 편이라 평균적인 사료 효율을 따져보면, 일반적인 사육 농가와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등급출현율도 남부럽지 않다. 평균적으로 출하축의 90% 이상이 1+ 등급 이며, 이 중 60%가 1++등급을 받는다. 

김 대표가 이런 사육방식을 채택한 이유는 목장의 구조적인 특성도 한몫했다. 목장 입구에서부터 끝까지 언덕으로 이뤄진 대지에 순차적으로 축사를 지어 올라간 동우목장. 아버지가 처음 지었던 축사부터 최근에 지은 축사까지 총 7개 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동선이 길어 효율이 떨어진다. 이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풀피딩으로 자리 잡고 일손을 좀 덜어낸 것이다. 

어린 나이에 한우 사육에 입성했지만, 경력은 늦게 시작한 1세대보다도 긴 김동우 대표는 집념 또한 남다르다. 마릿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수정료 부담이 커지자, 직접 수정에 나섰다. 

동우목장은 육종농가로 1년에 두 번에 걸쳐 계절번식을 하는데, 번식비용이 갈수록 더 들면서 경영 부담을 느낀 김 대표가 6년 전 직접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수정비를 계산할 때마다 비용이 급증하면서, 고민하다가 직접 수정을 시작했는데 수정을 뒤늦게 시작한 만큼 부담도 컸다”라면서 “2년 정도 고생해서 현재는 자리 잡고 안정적으로 수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도 김 대표의 성격이 나타난다. 중도에 포기할 법도 하지만, 일단 시작한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버텨냈고, 결실을 맺었다. 

자가수정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고, 아버지가 짓고 있는 4만여 평의 논농사에서 볏짚을 공수해 급여하는 등 생산비 절감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속해서 한우를 사육하기 위해서는 목장의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모든 것을 생각하고 결정해도 시행착오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라면서 “인생의 수업료라 생각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우목장의 소들이 여유롭게 사료를 섭취하고 있다. 

 

목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김 대표의 목표는 500마리 규모의 목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딱 20년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는 김 대표는 “일만 하고 달려온 세월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라면서 “앞으로는 일상생활에서도 즐거움을 찾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 자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필요한 시기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 대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을 당시, 대출금 또한 함께 물려받았기 때문에 이를 빠른시일에 갚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라면서 “30대 초까지는 일밖에 모르고 살아,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는 좀 마음의 여유를 갖고 가족들과의 시간, 취미생활 등을 찾아 여가를 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도 그의 결정을 지지하면서 함께 취미를 길러 나가고 있다는 김 대표는 “한우 사육이라는 것은 장기전이기 때문에, 중간중간 숨 고르기를 하면서 지속해서 투자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 같다”라면서 “기본적인 것은 철저하게 지키는 한편, 즐기면서 한우를 사육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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