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미래 가치 깨닫고 일찍부터 가업 대물림

사료 영업하며 기회 엿보다
농장 인수 통해 입문한 부친
학생 시절 향후 진로에 영향
농수산대학 중소가축과 입학

노후된 시설 현대화로 개조
AI 등 악성전염병 방지 위해
농장 내·외부에 울타리 설치
조류 퇴치기 야생조류 차단

체형 관리·여름철 온도관리
실패하면서 미래 설계 다시
체중 측정 균일한 계군 분리
관리방법 정착되자 성적 쑥

고해기 대표.
생산된 종란을 냉장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사육 중인 육용종계 암컷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축산업계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 가업을 잇겠다는 2세가 있는 경우가 전체 농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축산업계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다간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일찍이 축산의 미래 가치를 알아보고, 아버지 밑에서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도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소재 계룡농장의 고해기 대표도 그중 하나다. 계룡농장은 축산 1세인 고유돈 대표(60)에서 고해기 대표(27)로 물갈이가 이뤄지며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 농수산대 중소가축학과 입학

고해기 대표는 엄밀히 말하면 축산 2세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집안일을 도우며 어깨 너머로 축산을 익힌 다른 2세들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축산 1세인 그의 아버지 역시 11년 전인 지난 2013년, 49살의 나이에 종계업에 발을 들인 늦깎이 축산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농장 운영에 뜻이 있었던 그의 아버지는 사료영업을 하며 기회를 엿보다 현재의 농장을 인수해 축산에 입문했다.

이 같은 아버지의 행보가 당시 학생이었던 그의 진로에 영향을 끼쳤다.

고등학교 3학년, 여느 학생들처럼 진로를 고민하던 그는 ‘언젠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업을 이어 받겠다’는 생각으로 한국농수산대학교 중소가축학과에 16학번으로 입학했다.

 

# 내공 쌓으며 축산인 탈바꿈

“농장에 몇 번 가본게 다였다”는 고 대표의 말처럼 그는 축산의 ‘축(畜)’ 자도 몰랐다. 

하지만 학과 수업을 통해 기본 소양을 갖추고 전문적인 이론을 무장하며 전문 축산인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특히 2학년 때 ‘하림 원종계장’에서 실시한 선진농어장 현장교육은 교실에서 배운 관련 지식들을 현장에서 바로 접목해 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졸업 후 육용종계장을 운영할 예정이었기에 실습처로 이보다 윗 단계인 원종계장을 택했다”는 그는 이곳에서 농장 운영의 기본인 청소를 비롯 △종란 수거 △백신 △방역 △암수 선별 △육성 △산란 △부화 △출하 등 종계 사육의 A부터 Z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1년간 내공을 쌓았다.

이후 계룡농장의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준비하는 등 향후 농장경영을 위한 절차를 착실하게 밟은 그는, 2019년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하며 본격적인 농장생활을 시작했다.

 

# 시설 현대화로 농장 재설계

계룡농장은 이 과정을 농장을 재설계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문은 시설 개선과 농장 현대화 사업이었다. 고 대표는 계사와 종란 보관창고 등 기존의 노후된 시설은 현대식 시설로 모두 개조하는 한편 농장 내부도로도 아스팔트로 새로 깔았다. 

또한 고병원성 AI 등 악성 가축전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농장 둘레에는 외부울타리, 계사 둘레에는 내부울타리를 시공하고, 레이저 조류퇴치기를 설치해 야생조류의 접근을 차단했다.  

이와 함께 매년 여름철 폭염일수가 급증함에 따라 고온 스트레스 방지를 위해 계사 전체 동에 쿨링패드를 설치해 계사 내부온도를 낮췄으며, 이 과정에서 지붕에 총 550kw의 태양광 시스템을 설치해 톡톡한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고 대표는 “농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생산비는 낮추고 생산성은 높여야 한다는 판단 하에 대대적인 농장 개보수를 진행했다”면서 “직원 기숙사 역시 기준에 맞게 새로 신축해 합법적인 외국인노동자 고용도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 시행착오 겪으며 성장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다. 

종계는 병아리 생산을 위한 종란을 생산하는 닭이라 살이 찌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사료관리 미흡으로 체형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암탉의 경우 종란 생산량이 줄고 탈장으로 폐사했으며 지루로 관절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수탉 역시 정액 생산에 악영향을 받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또한 여름철에는 온도관리를 잘못해서 많은 닭을 죽이기도 했고, 외국인노동자 관리 미숙으로 근로자들이 농장을 그만두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들을 몸소 겪으며 그는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터득했고, 농장의 문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됐다. 말 그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 균일도 위해 계군 체중분리

눈 여겨 볼 점은 계군의 균일도 향상을 위해 체중분리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추 입식 시 일일이 체중을 측정해 균일한 계군끼리 같은 라인에 분리·사육하는 것으로, 사료 및 체중 관리가 쉽고 육성시 폐사율이 낮아지는 장점이 있다. 특히 균일한 계군은 같은 시기에 알을 낳고 같은 시기에 피크에 도달하기 때문에 관리가 용이한 강점도 있다.

때문에 고 대표는 손이 많이 가더라도 입식만큼은 전 직원이 매달려 개체별 분리 작업을 원칙으로 한다. 

아울러 계룡농장은 ‘아바에이커’ 육종회사의 사양지침서에 제시된 사양방법을 반드시 준수한다.

그는 “품종의 특성에 알맞는 사양관리를 실시해야만 최고의 성적과 능력이 뒤따른다”면서 “주령별 적정체중은 닭의 품종마다 다르므로 지침서의 표준체중을 목표로 설정하고, 해당주령에 해당체중에 도달할 수 있도록 사료 및 점등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른 중반 ‘홀로서기’ 목표

현재 계룡농장은 종계 2만1000마리를 사육해, 여기서 생산된 종란은 한강CM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이같은 고 대표의 노력의 결실로 계룡농장은 종란지수 175개, 부화율은 평균 83~84%, 피크시 86~87%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으로부터 HACCP 인증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 오기까지 축산 1세인 아버지와의 갈등이 없지는 않았다.  

고 대표는 “축산 2세들은 아버지가 직장상사”라며 “대부분의 2세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수산대학교 동기들과 주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는데, 같은 상황이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과 위로가 된다”며 “초반에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지만 아직 초보단계인 만큼 배우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농장을 더욱 안정화·체계화시키는 것이 단기 목표이고, 서른 중반에 오롯이 ‘홀로서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를 위해 농장관리 능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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