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하고 거침없는 발언…농가-계열사 중재

현장 목소리 선두에서 대변
정부에 쓴소리 ‘빅스피커’로
2017년부터 겨울 사육 제한
입식금지 농가 소득 반토막

1년에 6개월 농장 비워둬야
AI 발생하면 보상금 무의미
현재 방역 시설기준·조치들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제한으로 소득 급감한 상태
농가 자력 현대화는 불가능
희망농가 충분한 보조 필요
폐업 지원 사육밀도 완화를

 

[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전영옥 한국오리협회 부회장은 일명 ‘빅 스피커’로 통한다. 

선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오리 산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거침없는 발언으로도 유명하다. 상대와 자리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은 다하는 성품이다. 

전 부회장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오리 산업의 현 상황과 궤를 같이 한다. 겨울철 사육제한과 유독 오리농가들을 겨냥한 듯한 강력한 방역정책이 오리 산업을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다. 

미운털이 박힐 것을 각오하고 정부에게 쓴 소리를 해야 했다. 또 계열화사업 특성상 오리농가와 계열사 사이의 말 못할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누군가는 나서야만 했다. 

사실 이러한 역할은 과실은 없고 부담만 큰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확고하다. 

열정이 가득한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보인다. 오리농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오리 산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결코 목청을 아끼지 않겠다는 각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생산자단체에서 보기 드문 여성임원인데.

남자, 여자를 따로 구분하지 말아 달라. 오리 산업 종사자로써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숨통을 틔우기 위해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여기서 성별은 무의미하다. 8년 전만 해도 부지런히 오리만 사육했었다. 하지만 2014년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AI가 오리 산업을 절벽으로 내몰았고, 오리농가는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방역정책에 답답하고 분노했다. 정당한 살처분 보상금을 요구해도 시혜적인 태도를 취하는 정부를 보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오리농가들은 빚진 죄인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고품질 단백질원을 제공하는 당당한 축산인이다. 또 오리 사육을 천직으로 여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이다. 

여성임원이 특별할 게 뭐가 있겠나. 오리 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오리농가들의 한숨이 줄어든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 오리 산업이 절벽으로 내몰렸다고 했다. 무엇 때문인가.   

고병원성 AI다. 2003년 처음 발생한 이래 올해까지 14차례나 발생했다. 오리 산업의 재앙이자 분명한 걸림돌이다. 이는 2017년부터 겨울철 사육제한이 시행되는 단초가 됐다. 4개월간 새끼오리 입식이 전면 금지되면서 오리농가 소득을 반에 반토막내며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일제 입식 및 출하, 출하 후 입식제한기간 14일 의무화 등 해마다 강화되는 방역시설 기준은 새끼오리 입식을 지연시켜 1년에 6개월 이상 농장을 비워둬야 했다.  

오리농가가 이럴 진데 오리계열사 역시 무사할 리 없다. 오리농가에 입식을 못해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계열사가 나타났다. 오리 산업의 양대 축인 오리농가와 계열사가 송두리째 흔들리며 침체의 늪에 빠졌다. 

이뿐인가. 농장에서 AI가 발생하면 살처분 보상금 20% 삭감에 이어 각종 과태료 처분이 쌓여 그나마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은 무의미해진다. 이후 분뇨처리, 입식시험 등으로 재입식이 지연돼 피해는 갈수록 늘어난다. 사육을 포기하는 오리농가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2017년부터 오리 산업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 겨울철 사육제한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2017년부터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처음 시행했던 겨울철 사육제한이 매년 시행되고 있다. 무려 6년을 이어오고 있다. 겨울철 사육제한은 임시적인 방편일 뿐 AI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대책이 아니다. 분명 정부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명목상으로나마 지원 사업이었던 겨울철 사육제한이 앞으로 법에 의해 ‘명령’ 형태로 전환될 예정인 것으로 안다. 사육제한 대상 지역이나 농가, 보상금액 등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나오겠지만, 오리농가들의 목소리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겨울철 사육제한을 거부하면 범법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방역시설 기준이나 겨울철 방역조치들은 오리농가들이 발을 맞출 수 없을 만큼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가지 수도 많고 비현실적이다. 살처분 보상금 감액이나 과태료 처분도 농장입구 차량소독, 축사별 장화 갈아 신기 등 핵심사항에 한해 적용하고 준수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방역조치로 발생하는 피해도 충분하게 보상하고, 오리농가들이 수긍하고 이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조정해야 AI 방역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겨울철 사육제한은 종료시점을 정하고 시행돼야 한다. 언제까지 오리농가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 

 

- 대외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가 있다면. 

예방적 살처분 오리농가 분뇨처리 의무면제다. 오리농가들은 축사 바닥의 분뇨와 깔짚에 친환경미생물제제를 발효·건조해 재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SOP에 따라 예방적 살처분 음성판정 오리농가들도 살처분 이후 바닥의 분뇨를 모두 치워야 했다. 공들여 관리한 바닥 깔짚을 수천만 원을 들여 치워야했는데,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건의해 바닥 깔짚을 완전 부숙시키는 조건으로 분뇨처리 의무면제를 적용받았다. 이와 함께 협회와 AI 보상금, 소득안정자금 인상, 오리농장 사육환경 개선 정책을 건의하고 있으며, 방역조치 완화를 위해 정부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자체 예산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방역지원사업에서 전남지역 오리농가들과 합심해 올해에는 총 98억 원의 보조금 지원을 실현시켰다. 

 

- 오리농가 현대화시설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일단 오리농가들이 자력으로 현대화된 축사를 신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겨울철 사육제한으로 농가 소득이 급감했고, 이로 인해 지게 된 부채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은 보조사업이 철폐돼 이차보전사업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축사 현대화를 희망하는 오리농가는 충분한 보조사업이 선행돼야 하며, 환경법과 조례 등 축사 신축이 불가능한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 일각에서 왜 오리농가만 축사 보조사업 특혜를 요구하냐고들 하는데, 현재 오리농가들만 전 축종에서 유일하게 겨울철 사육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또 방역지역 내 입식금지, 종란폐기 등 강화된 방역기준들로 오리 산업은 쇠퇴에 쇠퇴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화시설 보조사업이 불가능하다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폐업지원이 가능하므로 폐업을 희망하는 오리농가에게 폐업지원을 실시해 사육밀도를 완화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98%가 계열화된 오리 산업에서 오리농가와 계열사는 한 몸이다. 바늘과 실 같은 관계다.

오리농가들은 새끼오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오리를 건강하게 키워 회사에 공급할 의무가 있다. 회사는 농가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둘은 단순한 계약으로 맺어진 종속관계가 아니다. 상생하는 동업자 관계다. 서로 간에 맡은바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오리 산업 발전이 가능하다. 갈수록 오리 산업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오리 산업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한다면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오리 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앞으로도 오리 산업의 현실과 오리농가들의 고충을 망설이지 않고 가감 없이 직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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