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정자·잘 가꿔진 화단까지…농장인지 정원인지

산란계 유기축산으로 사육
품종선별부터 도축 전 과정
인증 까다로운 자연적 방식
매년 기준에 미달되면 취소

1만5000여평에서 4만 마리
유기사료…신선한 물만 마셔
강원도 유기축산 시범농장에
20년 동안 각종 상을 휩쓸어

계사 자동화시스템으로 관리
언제·어디든 문제 신속 해결
병아리 때부터 백신 접종해
악성 가축전염병 원천 봉쇄

최병철·윤순애 부부가 계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최병철·윤순애 부부가 계란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상추곡길의 산자락.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을 들어가면 탁 트인 마당을 마주한다. 
물고기가 뛰노는 연못과 정자, 잘 가꿔진 화단과 곳곳에 배치된 벤치, 쭉쭉 뻗은 소나무까지, 흡사 정원을 방불케 한다. 이름처럼 사방이 푸른 숲으로 둘러 쌓인 ‘푸른농장’이다.
최병철 대표(66)와 부인 윤순애 씨(64)가 함께 운영하는 ‘푸른농장’을 찾았다.

 

# ‘유기축산물’ 최상위 인증
최병철 대표는 산란계를 유기축산 방식으로 사육하는 국내 유기축산 1세대다. 
유기축산물은 기본적으로 인공합성물이나 인위적인 변형산물을 가하지 않고, 품종 선발부터 도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가축을 사육해 생산한 친환경축산물을 말한다. 특히 100% 유기농사료를 급여해야 하고 사육장 크기도 일반 가축의 4배 정도로 크게 만들어야 하는 등 친환경축산물 관련 인증으로서는 가장 상위의 인증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인증도 까다롭다. 사육관리, 사육조건, 자급사료, 가축입식, 전환기간, 사료관리, 동물복지, 품질관리, 분뇨처리 등 9가지의 기준 중 단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매년 기준준수 여부, 유통과정, 품질검사 등을 실시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 즉각 인증이 취소되는 등 깐깐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2020년 현재 유기축산물 인증 산란계농장은 전국 14개소에 불과하다.  

 

# 축산부문 ‘관련상’ 휩쓸어 
최 대표는 어떻게 국내 축산농가들 사이에서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인증제로 손꼽히는 ‘유기축산물’ 인증을 획득했을까.
그가 유기축산과 인연을 맺은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1992년부터 강원도 양구군 형의 산란계농장에서 일했던 최 대표는 2002년 독립해 유정란농장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03년 강원도 유기축산 시범농장으로 선정되며 강원지역 최초로 유기농 계란 생산을 시작했다. 
최 대표는 “축산담당 공무원을 통해 유기축산에 대해 접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푸른농장이 가야 할 방향과 원칙을 친환경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푸른농장은 지난 2004년 유기축산물, 2005년에는 HACCP과 무항생제 인증을 받았고, 2008년에는 현재의 농장 위치인 춘천시 북산면에 농장을 신축·이전했다. 또한 2015년에는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하며 국내 축산농가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인증을 섭렵했다.
그 결과 푸른농장은 국무총리상, 농식품부장관상, 강원도지사상, 농협중앙회장상, 양계협회장상을 비롯 농협축산경제와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시상하는 ‘제5회 청정축산 환경대상’에서도 당당히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푸른농장의 화단. 연못은 정원을 방불케 한다.
푸른농장의 화단. 연못은 정원을 방불케 한다.

 

# 100% 유기농사료만 급여 
푸른농장은 유기농 계란 생산농가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약 1만5000평의 부지에서 4만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며 유기농 계란을 생산한다.
이곳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100% 유기곡물과 유기소금, 유기돌만 사용해 만든 유기농사료와 지하 120m에서 끌어올려 수질검사를 통과한 신선한 지하수를 먹고 자란다. 
사육장은 비좁은 케이지가 아닌 평사에서 마리당 0.22㎡의 공간을 제공한다. 일반 산란계농장이 마리당 0.05㎡가 기준임을 감안할 때 이는 천국인 셈이다. 계사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닭의 습성을 고려해 횃대를 설치하는 한편, 바닥은 모래목욕 등 생리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흙이 깔려있으며, 깨끗하고 마른 상태로 유지된다.
눈여겨볼 점은 한번 닭을 넣으면 출하할 때까지 바닥을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닭들이 발톱으로 흙을 파헤치고 놀아 똥이 건조되고 부서져 가루가 되기 때문에 출하 후 한 번에 분변을 처리한다”면서 “케이지 사육에선 상상도 못 할 방식으로, 유기축산이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육장 주변으로부터 토양오염 우려가 없고 농약성분이 검출돼선 안 된다는 조항에 따라, 잡초는 농약을 쳐서 제거하는 대신 일일이 예초기로 작업하고 있다.


# ICT 자동화시스템으로 관리
이에 그치지 않고 푸른농장은 계사에 ICT를 접목, 사육환경과 설비를 최신 자동화시스템으로 관리하고 있다. △온습도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등의 계사 환경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급이·급수기 △전등 △온풍기 △환풍기 △안개분무기 △CCTV 등의 설비에 대한 실시간 제어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스마트팜 도입으로 농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언제, 어디서든 파악할 수 있다”면서 “문제 발생 시에도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푸른농장은 계사의 내부온도가 20℃를 넘으면 송풍팬과 안개분무, 쿨링패드 시스템이 자동으로 작동돼 온도를 낮춘다. 그 결과, 닭들의 고온 스트레스 최소화는 물론 방란율도 10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아울러 최 대표는 ‘질병을 방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이라는 지론 하에 병아리 때부터 단계별 백신접종을 실시해 질병 발생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또한 농장에는 사료·동물약품·계란·생계·왕겨·계분 등 여러 차량이 들락거려 교차오염의 위험이 높은 만큼, 주 진입로와 이들 차량의 진입로를 달리해 질병의 발생위험을 낮추고 있다.

 

# 전국 코스트코 전량 납품
이렇게 생산된 유기농 계란은 전국 코스트코에 전량 납품된다.
최 대표는 “최근 유기농 계란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아토피가 있는 사람들은 계란을 아예 못 먹지만 유기농 계란은 먹어도 되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기축산물의 인지도가 높아진 지금과 달리, 최 대표가 유기축산을 시작한 20년 전에는 소비자 인식과 수요가 높지 않았다. 이에 최 대표는 다른 유기축산 농장주들과 ‘유기축산조합’을 결성, 수석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유기축산물의 인지도 확대를 위해 힘썼다.
그러나 높은 생산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낮은 인식으로 인해 유기농 계란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고, 조합 회원들도 하나둘 유기축산을 포기하고 조합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판로를 찾기 위해 인증서와 계란을 들고 서울에 상경, 대형마트 담당자를 만나 유기농 계란의 가치와 우수성을 피력하는 등 발품을 판 끝에 안정적인 납품에 성공했다.
최 대표는 “동물복지가 가장 상위 인증인줄 아는 소비자가 많은데 실제론 동물복지<무항생제 <유기축산물 순”이라며 “일반 계란에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인식이 달라지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국민 소득 증가와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앞으로 친환경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전망은 밝다”면서 “유기축산농가 1세대로서 자부심을 갖고 앞으로도 유기축산물의 홍보에 힘 쓰겠다”며 많은 관심과 응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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