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상)
축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상)
  • 권민 기자
  • 승인 2023.09.0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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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가의 산업에서
국가경제의 한축으로
규모가 커진 만큼
지켜야 할 의무도
커졌음을 인식해야

[축산경제신문 권민 기자] 매년 미국에서 식용으로 사육되는 90억 마리의 육상동물 중 99%가 잔인한 조건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아 채식주의자들의 수가 크게 늘었다. 그들은 죽은 해상동물은 그 수가 너무 많아 추정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몇몇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식용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수는 700억 마리에 이르며, 그중 90% 이상이 농장에서 사육된다고 한다. 심지어 공장식 농장이라는 경멸적 용어 자체도 잘못된 것이다. 
이 공장식 농장은 전형적 농장과는 유의미할 정도의 유사점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머그컵이나 의자를 대량 생산하는 산업형 공장 체제에 더 가깝다. 
2016년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TV프로그램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고기 없는 월요일(Meatless Mondays)’ 을 지정한 후 자신의 트위터를 방문하는 팔로워들에게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2017년에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카일리 제너가 스냅챗을 통해 완전채식주의인 비건(vegan) 식단을 채택했다고 선포하고, 영화배우 우디 해럴슨, 빌 클린터 전 대통령을 비롯 엘 고어 등 유명인들이 육식 위주의 식단을 채식으로 바꾸었을 때의 장점을 설파했다. 
2018년 한 소비자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3명 중 1명 이상이 최근 육식 소비를 줄였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소비자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동향을 엿볼 수 있다. 
2020년 채식주의와 완전채식주의 식단을 혼합한 ‘플렉시테리언’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비율이 36%로 조사됐다. 
미국인들에게 채식주의 선풍을 일으킨 것은 피터 싱어와 짐 메이슨이 공동 저술한 <죽음의 밥상>이나, <육식의 종말> 등과 같은 미국 내 축산농장의 현실을 파헤친 저서들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값싼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동물 복지를 희생시키는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서술했다. 이러한 저서들이 붐을 타고 소비자들에게 육식이 비윤리적이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돌아눕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은 임신용 금속 우리에 갇힌 돼지, 뿔을 자르는 등 고통스러운 절단과 거세, 낙인 찍기 등을 견뎌내야 하는 소, 너무 빨리 성장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선별 사육으로 생후 40일이 지나 도축 시점에 이르렀는데도 채 걷지도 못하는 닭 등이 아주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2017년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58%는 ‘대부분 사육 가축은 좋은 환경에서 잘 키워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75%는 ‘인간적으로 잘 키워진 가축들’로부터 생산된 동물성 제품을 주로 구매한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채식주의 열풍이 불어온 시기도 대부분 미국의 채식주의 붐과 맥을 같이한다.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이 채식주의와 맞물려 있다. 
이 말은 채식주의가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것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이라는 서구의 육식 불매운동이나 식단의 윤리성이라는 개념을 ‘흉내내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집고 넘어가고 싶다. 
이런 흉내내기는 국내 축산 현실과 서구 축산 현실을 동일시하며  무비판적이고 무개념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서구의 비윤리적이고 동물 학대를 기반으로 한 축산업을 고스란히 국내 축산으로 보편화하니 국내 축산이 비윤리적이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왜곡되는 것이다. 
국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1년 말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다. 이전까지 축산업은 농업의 한 가지로 취급되어 왔다.  
농산물 생산액의 40%를 넘어서고, 10대 품목 중 대다수의 축종이 등재되어 있음에도 축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도 않았고, 잇따른 악성가축전염병으로 축산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도 ‘우리 농업을 지키자’는 슬로건에 많은 이들이 기꺼이 동참했다. 
하지만 안동발 구제역은 축산업이 축산농가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연하게 인식시켰다. 가축들의 이동제한, 350여만 마리의 살아있는 가축들이 생매장 당하는 모습을 전국민이 지켜봤다.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되면서 부모와 자식들이 한시적으로 생이별 했다. 지역 축제가 줄줄이 취소됐다. 외식업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축산업이 축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사슬이 전체 국가 경제와 연결되어 있음을 농가나 소비자나 모두 알게된 사건이다. 
국민의 혈세가 3조가 넘게 투입되는 상황에서 구제역 발생의 시작농가의 보상금 액수가 밝혀지면서 국민적 분노가 치솟았다. 축산농가가 비도덕적이라고 낙인 찍히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농촌에서 거들먹거리면서 돈자랑(?)하던 일부 축산농가들에 대한 울분이 안동발 구제역을 계기로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축사의 모든 가축을 매몰했던 축산농가는 재입식에 애를 먹었을 뿐 아니라 일부는 아예 축산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축산업을 유지하려면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불가능해졌다. 축산업이 축산농가만의 리그가 아니었다. 주변 경제에서 경제의 본류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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