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질병 전파 인정
종돈·AI업계, “과잉” 반발
2심에서 치열한 공방 예상

최근 법원이 AI센터의 액상정액을 통해 농장에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판결한 가운데 종돈업계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법원이 AI센터의 액상정액을 통해 농장에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다고 판결한 가운데 종돈업계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산경제신문 김기슬 기자] AI센터에서 일선 양돈농가에 공급한 액상정액이 PRRS 바이러스에 오염됐다고 인정한 법원의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는 종돈장과 AI센터의 종돈·정액을 통한 전국 각지의 질병전파 의심 사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져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모 AI센터에서 공급받은 액상정액을 통해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주장에 대해 양돈농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PRRS의 잠복기간, 전파양상, 각 농장의 방역상태, 농장 상호간 염기서열 분석, 각 양돈장의 지리적·인적 역학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AI 센터의 액상정액을 통해 농가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AI센터는 PRRS 바이러스 등 가축전염병에 감염되지 않은 돼지 액상정액을 공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 3농장, 동일 AI센터 정액 사용
발단은 지난 2019년 2월 초부터 안성·평택·문경 등 양돈장 3개소의 돼지에서 유‧사산, 성장지연 등의 문제들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면서다. 
양돈장들이 병성감정기관에 혈액검사를 의뢰한 결과 3개 농장에서 모두 PRRS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이들 농장의 PRRS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한 결과 상호 간 상동성이 확인됐다. 
양돈장들은 이 PRRS 바이러스가 동일 유래 바이러스임을 인지한 후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모두 동일한 AI센터에서 생산된 액상정액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3개 양돈장은 해당 액상정액을 생산한 AI센터에 최근 PRRS 감염 사실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고, 해당 센터는 PRRS 발생 사실을 인정했다.

 

# 법원, 같은 바이러스 감염 판단 
재판과정에서 AI센터는 △액상정액 이외의 원인으로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 △3개 농장에서 상재화된 바이러스가 상호 전파됐을 가능성 △PRRS 바이러스의 변이율 및 잠복기 △3개 농장의 PRRS 바이러스와 AI센터 PRRS 바이러스의 상동성이 83%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액상정액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3개 농장의 PRRS 바이러스의 상동성이 확인된 만큼 모두 같은 균주 내지 유래 기원이 같은 PRRS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이 됐다고 판단했다. 또 2019년 1월 중순경 AI센터에서 사육하던 돼지들에서 PRRS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3개 농장 모두 AI센터에서 생산된 액상정액을 공급받았다는 점, 3개 농장이 거의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PRRS 바이러스가 발병했다는 점으로 보아 전파의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업계, 1심 판결 논란 여지 다분
그러나 이같은 법원의 판결을 두고 종돈업계에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액상정액을 통해 농장에 PRRS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1심 법원의 판결은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PRRS는 양돈장의 90% 정도가 감염돼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국내에 만연한 상황”이라며 “특히 소송을 제기한 3농장 중 2농장은 PRRS 양성농장이었던 만큼 정액을 통해 감염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액에서 PRRS 바이러스가 분리된다는 학술논문은 있지만, 이 바이러스로 감염이 꼭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바이러스 상동성 83%를 같은 바이러스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센터에 책임을 물리는 것이 타당하냐”고 반문했다.
돼지유전자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AI업체 관계자는 “AI센터는 PRRS 검사를 1년에 4번 실시하게 돼있지만 일반농장은 PRRS 검사가 의무사항이 아니라 이들 농장의 감염시점이 불분명하다”며 “만약 액상정액을 통해 전파됐다면 3농가가 아닌 300농가가 걸렸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번 재판부의 판결은 돼지유전자업계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며 “종국적으로 전국 종돈장과 AI센터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해당 AI센터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방침으로 알려져 이를 둘러싼 공방은 2심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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