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이국열 기자] 첫 단추부터 잘못 뀄다. 효과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놓은 꿀벌응애 방제 방안이 딱 그렇다. 양봉농가들이 정부의 방제 방안을 충실히 따르며 사투를 벌인 게 무색할 정도다. 꿀벌응애 개체수가 줄기는커녕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폭증했다. 정부가 권장한 천연·합성약제 교차 사용이 무소용이라는 말이다. 
8월의 고온다습한 기후가 꿀벌응애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라지만 현장의 모습은 ‘초토화’라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양봉농가의 현실은 벼랑 끝에 몰렸는데 정부는 무사태평이다. 오히려 양봉농가를 힐난한다. 
꿀벌응애 방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원인을 두고 정부의 답변은 “내성이 생겨서”이다. 다시 말하면 한 종류의 약제를 오랜 기간 사용한 양봉농가의 관행적인 방제법이 문제라고 탓하고 있다. 하지만 수 십 년간 종사한 양봉농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절대 그럴 리 없다”다. 
꿀벌응애가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수 십 년 전부터 있어왔던 만큼 같은 약제를 3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양봉의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천연·합성약제 교차 사용이 효과적이긴 한 걸까? 사실 양봉농가들은 천연약제와 합성약제 중 한 약제만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예전부터 성분이 다른 천연·합성약제를 교차 사용하며, 꿀벌에게 영양제를 투여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인체에 해롭다고 알려진 천연약제 개미산을 사용하면서까지 꿀벌응애 방제에 집중했다. 
꿀벌응애가 과거와 달리 광범위하고 급격한 확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대응할 수 있는 실효적인 방제 방안이 필요하다. 천연·합성약제 교차 사용만 권장할 게 아니라 시중에서 유통·판매되는 천연·합성약제를 수거해 전수조사하고, 약효가 없다면 정부가 직접 꿀벌응애 방제 약제를 개발해 양봉농가에 보급하는 것이 급선무다. 
양봉농가들은 “정부가 제대로 된 의지만 보인다면 꿀벌응애를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금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꿀벌응애 방제는 더 이상 양봉농가 혼자만의 힘으로 역부족이라는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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