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목장 가꾸기’ 앞장
동물복지농장 지정 받는 등
청정축산·상생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건 악성민원·규제

한돈 농가들 유족과 추모
헛된 희생이 되지 않도록
법률과 다른 기준 수정을
환경부·지자체 대책 촉구

[축산경제신문 한정희 기자] 대한한돈협회는 지난 16일 환경부 정부청사 앞에서 전남 보성 한돈농가 추모제를 실시했다. 한돈농가와 유족은 “죽어야 끝나는 악성 민원,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농가의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보성 한돈농가 추모제 현장 상황을 사진과 함께 정리했다. 

 

○…  “고인의 죽음 잊지 않겠습니다”

한돈농가들이 추모제에 앞서 갑작스럽게 고인이 된 전남 보성 한돈농가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묵념하고 있다.
한돈협회는 이날 “고인은 축산업의 성장과 농민들의 복지를 위해 끊임없이 헌신하셨다. 그분의 뜨거운 열정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헌신은 누구나 인정할 만큼의 모범적인 한돈농가로,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농장 지정까지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노력과 헌신을 어두운 그림자로 가리게 한 억울한 악성민원과 지나친 행정규제는 그를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손세희 한돈협회장은 추모사에서 “고인은 이웃 주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했으며 한돈산업을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신 농민이자 사랑받는 가장이셨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악성 민원과 과도한 행정규제로 심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소·돼지를 키우는 것이 무슨 죄가 있어 60세에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소식은 한돈농가를 비롯한 많은 축산농가들을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무겁고 비통한 이별의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나친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정부의 보호를 받아야 하며, 해결을 위한 재정적 지원이 법제화 돼야 한다. 이것이 고인의 뜻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이 추모제를 통해 어떤 사건이라도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더욱 단결해 보다 나은 농촌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  “저희 가족의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장례위원장인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을 포함해 전남 지역 한돈농가들이 함께 한 가운데 전남 보성 한돈농가 유족 대표로 딸이 분향소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이후 한돈농가들의 분향이 이어졌다. 
고인의 딸은 이날 “누구에게나 선하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농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민원에 의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다. 
4차례 제기된 민원에 따라 방문한 지자체 환경팀은 마을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점점 짧은 주기로 악취 민원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축산법과 가축분뇨법에서 가축 사육마리당 면적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나 환경부에 문의해도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사육마릿수를 꼭 해야 하느냐는 지자체 환경팀에 대한 문의가 아버지의 마지막 통화였다. 법률간 다른 기준 및 이에 따른 지자체의 오해석에 결국 아버지만 떠났다”고 한탄했다.
또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매년 이웃에게 기부하던 아버지에게 돌아온 것은 이런 것이었다. 민원인도 국민이지만 축산농가도 국민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한 만큼, 권리 보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는 적정한 민원 대응 방식과 원활한 악취 저감을 위한 가축분뇨처리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환경부는 혼란이 없는 법 해석과 관련 부처 협력을 통한 축산농가의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  계속되던 악성 민원

대한한돈협회는 이날 추모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축산농가의 피해 예방을 위한 악취방지법 개정안 법률 개정, 한돈농가 인권보장 및 근본적인 정부의 해결대책을 요구했다. 
한돈협회는 “악성민원으로 다른 축산농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간곡히 호소한다. 한돈농가도 이 땅의 자랑스러운 국민 중 하나이다. 우리의 피와 땀, 그리고 무한한 사랑으로 키워낸 축산업에 대한 인권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로써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경부는 보성의 모범적인 한돈농가의 악성민원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농가의 노력과 헌신이 무시되는 일이 없도록, 환경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그리고 냄새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만 전가하지 말고, 근본적인 해결방안부터 농가에게 제시하라”고 외쳤다.

 

○…  환경부 건물을 감싼 근조 화환

환경부 건물 주변으로 농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을 담은 근조 화환이 줄지어 있다.
고인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애도하며 전국에서 한돈농가들이 모였다. 고인의 양돈장은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 위치해 있다. 1999년 돼지사육시설 허가를 받았다. 당시에는 악취 민원이 드물었다고 한다. 이후 보성군이 2010년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를 발표했다. 이 조례는 3차례 개정을 거치며 가축사육 제한 구역을 확대했다.
고인의 농장 인근 마을 네 곳에는 140여명이 살고 있으며, 악성 민원 대부분은 원래 살고 있던 주민보다는 귀농·귀촌한 주민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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